[TF초점] 유명무실 '국회법', 의원들 규정 어겨도 페널티 '미약'
입력: 2019.05.03 05:00 / 수정: 2019.05.03 05:00
국회 활동을 규정한 국회법을 어겼을 경우 페널티가 미약해 의원들의 불법 행위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국회 의안과 앞, 정개특위 회의장 앞을 지키고 있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국회 활동을 규정한 국회법을 어겼을 경우 페널티가 미약해 의원들의 불법 행위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국회 의안과 앞, 정개특위 회의장 앞을 지키고 있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회의 방해죄' 제외 징계 어려운 구조…첫 회의 방해죄 수사 결과 주목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법을 만들고, 국가 재정 예·결산을 심의하며,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운영된다. 법을 바꾸고, 새로 만들기도 하는 역할을 해서일까. 국회의원들에게 이 법은 가깝고도 멀어 보인다.

최근 선거제·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을 보면 '국회법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회의장 점거, 회의 방해, 몸싸움 등 국회법 위반 행위가 난무했지만 당사자들은 모두 당당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서로 '네 탓'을 하며 고소고발을 주고받았다. 또한 한국당은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국회 업무를 내팽개치고 장외로 나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식물국회'가 내내 이어지더니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동물국회'로 잠시 바뀌었다가 다시 식물국회로 돌아간 모양새다.

이는 국회법에 의원들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규정하고 있지만, 어겼을 경우 주어지는 페널티가 없거나, 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국회 '회의 방해죄'만 처벌이 매우 무거워졌다.

국회법 제166조 1항에는 국회 회의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166조 2항에선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사람을 상해하거나, 폭행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그 밖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실제 적용된 사례는 전무하다. 정쟁이 난무하는 국회에서 다소간의 회의장 내 다툼이 있더라도 정치적으로 풀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민주당은 2차례에 걸쳐 한국당 의원 29명, 정의당은 한국당 의원 40명과 일부 보좌진을 국회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한국당은 민주당 의원 15명과 정의당 의원 1명 등 17명을 공동상해 혐의로,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직권남용 혐의로 맞고소했다. 서울남부지검이 이 사건들을 맡기로 했지만, 내년 총선 전까지 3심까지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5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야가 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원석 기자
지난달 25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야가 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원석 기자

특히 회의 방해죄 외의 국회의원 의무에 대한 규정은 사실상 페널티가 없다. 의원들이 품위유지 의무, 영리업무 종사 금지 등의 국회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때는 윤리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그 의결로 징계하도록 돼 있다. 20대 국회에서 윤리특위에 상정된 의원 징계안은 18건이지만, 지금까지 처리된 것은 '0건'이다.

국회법 제24조에는 의원들이 임기 초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는 내용의 선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지키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언론 등을 통해 국회 상황을 지켜본 국민들 대다수가 알고 있다.

또한 <더팩트> 취재 결과 기본 중의 기본인 국회의원들의 본회의 또는 위원회 출석과 관련해서도 관련 규정(제32조)이 있지만 어겼을 시 페널티가 없다. 해당 조항에는 의원이 사고로 국회에 출석하지 못하게 되거나 출석하지 못한 때에는 청가서 또는 결석신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결석신고서를 내지 않고 회에 불참해도 불이익이 사실상 없다. 국회 의사과 관계자는 "사유가 있어서 (회의에) 불참할 경우 특활비를 주게 돼 있고, 신고서를 내면 감액하지 않는다고 국회법에 규정돼 있는데, 내지 않으면 그만큼 특활비를 안 받는 것이지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감액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불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정진석, 김성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국회본청 앞에서 열린 선거제·사법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 규탄 삭발식에 참석해 삭발한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정진석, 김성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국회본청 앞에서 열린 선거제·사법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 규탄 삭발식에 참석해 삭발한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남윤호 기자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결석신고서 없이 불참하면 하루에 '3만1360원' 감액되는 게 전부다. 또한 국회규칙에 따르면 본회의에 2일 연속 불참하면 의장이 출석요구서를 발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출석요구서를 발송된 적은 거의 없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10년 이상 국회에서 일했지만, 의원들의 활동은 정치적 문제여서 회의에 불참했다고 출석요구서를 발송한 적이 없다"며 "상임위도 마찬가지다. 10년 정도 전부터 의원들에게 회의 참석 압박을 가하기 위해 회의록에 청가자·출장자 등을 기재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취재진이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참석자 명단과 인원만 있고, 청가서 및 결석신고서를 내지 않은 의원들 명단은 없다. 즉, 누가 불참했는지 알기 위해선 이름을 한 명씩 대조해야 해 정치를 잘 아는 사람도 의원들의 출석률을 제대로 알기 어렵게 돼 있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국회 사무총장이 최근 앞으로는 회의 참석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며 "상반기 내 해당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작업 중인데, 본회의 회기가 끝날 때마다 어떤 의원들이 참석했는지, 불참했는지 현황을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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