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현실성 있는 지원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신진환 기자 |
'낮활동 보장 요구' 文대통령 면담 요구…1시간 만에 해산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를 보장하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2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에 기습 진입을 시도했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의 현실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달라는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다.
오는 3월부터 지자체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는 발달장애인이 낮에 주간활동 제공기관에 다니며 산책과 수영, 볼링 등 건강증진 활동과 악기 연주, 도예 영화 관람 등 문화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돕는 제도다.
그러나 이들은 하루 낮 8시간 제공시간이 '단축형' 하루 2시간, '기본형' 하루 4시간, '확장형' 하루 5.5시간 지원밖에 하지 않아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낮 활동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춘추관 경내 진입을 시도한 것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 7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께 기습적으로 춘추관 경내에 진입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춘추관에 들어오려는 이들을 막기 위해 경비단이 몸으로 막아서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라"며 고성을 지르는 회원들과 경비단의 대치 상황은 춘추관 문이 잠기면서 끝났다. 일부 회원은 탈진과 허리 통증으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춘추관 경내 진입에 실패한 회원들은 춘추문 밖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갔다. 청와대 경호 인력과 경찰이 대거 투입돼 이들을 둘러싸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경찰은 불법 집회임을 알리며 네 차례 해산을 명령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청와대 앞은 옥외집회 및 시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문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하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감정이 격해졌는지, 몇몇 회원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현실성 있는 지원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가운데 한 회원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신진환 기자 |
이들은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면 이 서비스와 관계가 없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이용 시간이 줄어드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주말을 제외하고 22일 동안 88시간(기본형)의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면 활동지원서비스가 40시간 차감되고, 확장형으로 120시간 이용 시 활동지원서비스가 72시간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간활동서비스 시행에 있어 최중증 발달장애인 지원 대책 및 농어촌 지원 대책 등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토로하면서 "정부가 행정편의적인 주간활동서비스의 지침을 전혀 수정하지 않고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수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광진지회 지회장은 <더팩트>와 만나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시간이 오전 6시~오후 6시까지인데, 준비하고 오가는 시간이면 2시간이 끝난다. 대체 무얼하겠느냐"며 현실성 부족을 꼬집으며 "대상자를 늘리는 것은 둘째고 우선 시간을 늘려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청와대에) 왔다"면서 "지난해 문 대통령이 포용국가를 외치셨고, 장애인을 인격체로 존중받는 대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저희는 정말 기대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청와대에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간담회'를 열고 "발달장애인들은 다른 장애인들보다 살아가기가 훨씬 힘들고 부모님들도 발달장애 아이들 키우기가 참으로 힘들다"면서 "발달장애인들도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포용국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은 1시간가량 농성을 하다 청와대 관계자에게 서한문과 면담요청서를 제출하고 낮 12시께 자진 해산했다.
shincomb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