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동물국회' 촌평, "'현타' 온 지 오랩니다"
입력: 2019.05.01 00:01 / 수정: 2019.05.01 00:01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30일 선거제도 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이른바 패스트트랙 5법을 가결했지만 정치권이 보인 모습은 두고두고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9일 선거제 패스트트랙 지정 저지를 위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 /국회=이덕인 기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30일 선거제도 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이른바 패스트트랙 5법을 가결했지만 정치권이 보인 모습은 두고두고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9일 선거제 패스트트랙 지정 저지를 위해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 /국회=이덕인 기자

몸싸움·고성·욕설 난무 난장판 국회의 이중성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으쌰~으쌰~' 국회 본청 복도에 때 아닌 밀당(밀고 당기기)이 오갔다. 어느새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누구의 신호도 없이 한 발짝 물러선다. 들어가려는 집단과 이들을 막기 위한 집단 간 힘겨루기는 그렇게 밤새 벌어졌다. 그리고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기진맥진했는지 이제 그만하고 철수하자며 휴전에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입구를 틀어막으며 출입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막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 반쪽짜리 성공이다. 들어가려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선거제도 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법안 2건), 검·경 수사권 조정(2건) 등 이른바 패스트트랙 5법을 놓고 지난달 25일부터 30일 새벽까지 국회 내에서 벌어진 진풍경이다. 이 지리멸렬한 국회의원들의 밀당에 중간에 낀 대부분의 보좌진은 '내가 이러려고 보좌진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는 자조가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어느 보좌관이 "식물국회보다 동물국회가 낫지 않나요?"라고 했다고 한다. 국민이 볼 때는 식물국회보다 동물국회가 나을게 있을까. 도긴개긴이다. 오히려 국회의원이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국회는 올해 들어 한 일이 없다. 공회전만 반복하다 이젠 복도에서 고성, 몸싸움만 하고 있다. 이런 국회에 민생을 기대한다 건 무모함에 가깝다.

패스트트랙 5법을 가결한 여야 4당은 역사 임무였다고 자평했지만, 한국당은 역사적 날치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30일 패스트트랙 가결 후 민주당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박지원 의원, 신임 사개특위 위원인 바른미래당 임재훈, 채이배 의원 등. /국회=이새롬 기자
패스트트랙 5법을 가결한 여야 4당은 역사 임무였다고 자평했지만, 한국당은 역사적 날치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30일 패스트트랙 가결 후 민주당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박지원 의원, 신임 사개특위 위원인 바른미래당 임재훈, 채이배 의원 등. /국회=이새롬 기자

싸우고 놀아도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가는 게 국회의원이다. 하는 일이 없으면 받지 않아야 하는 게 맞지만, 싸움도 일이라며 돈은 잘도 챙겨간다. 이러고도 국민 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걸 보며 '국회의원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된다.

20대 국회도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았다. 1년도 남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모두 총선을 준비한다며 지역구 표밭 다지기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이때쯤이면 각 당 모두 '국민을 위해' 싸웠다는 이유를 대며 다시 한번 지역에 필요한 일꾼이라는 점을 강조할 게 뻔하다. 이른바 '표 구걸'이다.

'정치인은 인류를 두 부류로 나눈다. 도구와 적으로.'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정치인의 시각을 이렇게 정의했다. 짧지만 명확한 정의로 이해된다. 지금 국회에서 싸우는 여야 정치인에게 국민은 도구이면서 이념이 다른 이들은 적일 뿐이다. 그래서 이번 여야의 싸움은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왜 이들의 싸움이 밥그릇 싸움일 수밖에 없을까.

"연동형 비례제 설명 좀, 이해 안 가는 게 있어서(본인이 설명) 이게 맞아요?"

"맞아."

"그럼 별로 어렵지 않네."

"그럼 안 되지, 어렵다고 해야지.(웃음)"

한국당은 여야 4당이 끝내 패스트트랙을 가결하자 문재인 독재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현수막을 펼치고 국회에 드러누워 항의했다. /이새롬 기자
한국당은 여야 4당이 끝내 패스트트랙을 가결하자 '문재인 독재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현수막을 펼치고 국회에 드러누워 항의했다. /이새롬 기자

치열한 몸싸움 와중에 국회의원들이 나눈 대화이다. 이들의 대화에서 진정 국민을 위하고 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정치인을 가졌다는 것에 '왜 부끄러움은 우리 몫일까'라는 말만 머리를 맴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것으로 애써 이해하려 노력 중이다.

한국당이 회의실을 점거한 이유로 첩보 작전을 펴며 기습회의를 진행한 여야 4당이라고 다를 게 없다. "역사적 임무"라는 쪽과 "역사적 날치기"라는 양 측의 주장의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면 역사에 기록됐다는 것이다. 승자독식의 국회, 수의 우위로 밀어붙이는 국회의 모습에서 '공정'이나 '타협'을 배우긴 어려워 보인다. 양측에겐 상처뿐인 영광이다.

패스트트랙 5법은 우리 사회의 변화와 변혁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과정의 불공정과 이를 대하는 의원들의 행태도 문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잘했다고 악수하고 손뼉 치는 그들이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하는 이들이나 여전히 국민의 시선을 모르고 있기는 마찬가지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에 한마디 하자면 '이제 그런 모습에 국민은 '현타'('현실자각타임'이라는 신조어)온 지 오랩니다'라고 말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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