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가 4.27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지난 1년의 평가와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봤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전문가들 "지난 1년 평화정착", 향후전망은 "글쎄?"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2018년 4월 27일 남과 북의 정상이 11년 만에 다시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맞잡았다. 외신들은 '역사적인 악수'라고 극찬을 했고, 프레스센터에서 취재진들은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며 감격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난 2월 북미 제2차 하노이 정상회담의 실패로 한반도 정세는 다시 얼어붙었고, 이는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4.27 판문점 회담 1주년 기념행사에 북측의 참석도 사실상 어려워 보이고 있다.
과연, 지난 1년 동안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향후 정세는 어떻게 될까? <더팩트>가 26일 한반도 정세 전문가들과 통화를 통해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문가들은 지난 1년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수차례의 미사일 발사가 진행됐던 2017년과 비교해 봤을 때 2018년의 한반도 정세는 '대화'를 통한 평화국면이었다고 바라봤다. 반면, 현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렸다.
우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1년 동안의 정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비핵화와 종전선언은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노력 중이다"며 "전반적으로 2017년과 비교해보면, 2018년에는 북한의 도발 자체가 없었고, 38차례의 남북대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 한반도의 평화체계 구축 3가지를 천명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앞서, 남북정상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선언문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 ▲한반도의 평화체계 구축 등 3가지를 천명한 바 있다.
양 교수는 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설치돼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이뤄졌다"며 "스포츠, 민간 교류 등 남북 교류협력에도 많은 행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개성 만월대 유적지 공동발굴의 재개와 겨레말 사전 공통편찬 합의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공동 진출 등으로 많은 성과가 있다고 호평했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해서도 지뢰 제거, GP 시범 철수 등을 통해 많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확성기방송, 전단지 살포등이 중단됐다면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가 구축됐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 그는 "남·북·미 세 지도자 모두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방식에 공감하고 있고, 지도자 간의 신뢰도 유지되고 있다"며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조만간 남북대화·북미대화 재개를 통해서 한반도 비핵화 체제 구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해 지뢰제거 GP시범 철수 등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우리측 현장검증반이 북측 안내인원으로부터 북측 GP 파괴 현황에 대해 설명 청취 모습. /국방부 제공 |
하지만, 지난해 판문점 회담 직후에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제1차 싱가포르 북미회담으로 향하는 길에서 취소 직전까지 가는 등 상황이 악화됐고, 싱가포르 회담 이후 평양에서 이뤄진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 북한측의 실무협상에서 대화 동력을 잃었다. 결국,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졌지만 '노딜(No Deal)'협상으로 끝이 나면서 북미·남북관계는 현재 교착된 상황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차례의 회담 등 긴장 완화를 통한 평화가 유지됐다"면서도 "그러나 비핵화 자체와 관련해서는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지를 한 상황이지만, 핵 물질이라든지,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은 중단하지 않고 있다"며 "남북관계에의 현재 상황은 북한이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최근 9주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는 개최되지 않고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역시 북측은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 박 연구위원은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는데 하나는 북미회담이 다시 열리는 것으로 두 지도자가 원하고 있으니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하나는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긴장 상황으로 가는 것으로 이렇게 된다면 금년에는 아니겠지만 내년 정도에 큰 위기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과 미국은 팽팽하게 입장을 양보하지 않고있어 향후 협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산책환담을 나누고 있다.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
한편, 북한과 미국은 협상에서 팽팽하게 입장을 양보하지 않고 있다. 미국 측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며 '빅딜'을 요구하고 있고, 북한에서는 비핵화 이행 이전에 북미간 신뢰관계 형성을 위해 '단계적인' 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존재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지난번 하노이 회담 결렬을 이유로 미국 국내 정치상황인 '코언 청문회'가 영향을 미쳤다면서, 북한에 '빅딜'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이미 단계적 비핵화에 대해 북미가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하노이 회담의 근본적인 실패원인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비핵화 의지에 대한 조치들이 강구돼야만 실무회담에서 일정 부분 합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은 북한에게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