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 노보루 일본 국제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교수가 북일정상회담에 대해 가능성의 여지를 열어놓았다. 야마구치교수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뉴시스 |
"한일관계 최악이지만, 공동 목표위해 노력해야"
[더팩트ㅣ서울 하얏트호텔=박재우 기자] 북러정상회담이 러시아에서 25일 예정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만나게 될 정상은 누구일까?
김 위원장은 북중정상회담 4번, 남북정상회담 3번, 북미정상회담 2번으로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 정상들과 만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은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북한은 유일하게 동북아의 주요국가 중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남겨놨다. 북일관계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로 별다른 진전이 없었지만, 최근 일본은 외무성의 '2019년판 외교청서'에서 '최대압박'이라는 부분을 지우면서 북한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담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일본 육상자위대 장성 출신인 야마구치 노보루 일본 국제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북일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북일 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만남을 원하기 때문에 언제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북일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야마구치 교수는 24일 '아산플래넘: 2019 한국의 선택'에서 더팩트, MBN, 교도통신과 갖은 기자간담회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북일정상회담을 진행했을 때에도 아무도 알 수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한일관계가 경색 돼 있는데,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느끼고 있는 감정이다"며 "관계 개선을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시도하면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야마구치 교수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플래넘 2019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한일관계 개선이 북한 핵 협상과 관련해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선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비핵화'와 '한반도 통일'은 한국과 일본에 주어진 공동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북일관계와 형태가 다르다. 각각의 관계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시기에 따라서 한국이 비핵화를 위해 일본보다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있고, 또 어떤 때에는 일본이 두드러진 역할을 했던 시기도 있었다.
2018년에는 한국이 북미관계의 개선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대책을 내놓는다든가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북미관계가 개선된 가까운 미래에는 북한의 성장을 위한 경제지원이라는 점에서 일본이 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현재 한일관계는 좋지 않은 상황인데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전략적인 중요성을 양국이 공동으로 이해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한국과 일본의 정서적인 이해의 필요성이다.
개인적으로 군 장성 출신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략적으로 동아시아 정세를 보게 된다. 한국과 일본은 전략적인 측면으로 볼 때 공조를 할 수밖에 없다.
역사를 예로 들자면,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부산 함락 직전에 미국과 한국 젊은 병사들이 피를 흘리며 이를 지켰다. 한국 관점에서 부산은 최전선이였지만, 그때 당시 후방을 지원했던 것이 일본이라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미군기지가 일본에 후방기지로서 역할을 했기 때문에 부산이 함락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군사전략적으로 한일 서로에게 상호 보완적인 요소가 있다. 한국에서 북한을 방어한다는 입장에서 일본은 후방인 셈이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것은 이성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다. 또 하나는 정서적, 감정적 접근인데 한일관계에서 이를 빼놓을 수 없다.
한일관계는 이성과 감성이 어우러져서 이뤄지는 관계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 중 한쪽에서 이 감정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해받지 못한 측에서 감정이 격해질 수밖에 없어 결국,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감정을 잘 이해해야 한다.
제가 마법 같은 해결책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한일 양국이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단기간에는 아니더라도 먼 미래에는 좋은 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 사실상 지금의 한일 관계는 바닥이라고 볼 수 있다.
야마구치 교수는 한일 두 나라가 비핵화와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점에서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서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출발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시스 |
-'한일공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초계기 문제 같은 군사적 갈등 요소가 있었고, 일본 보수층에서는 내부 결집을 위해 헌법개정 등의 문제들도 불거지고 있다. 일련의 갈등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정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않다. 하지만 위협요소는 없었다고 본다. 그 이유로 한국, 일본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그렇다. 미국의 동맹국끼리는 적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또, 장성 출신으로서 보면 한일관계가 최악이라고 해도 군사적으로까지 나쁘진 않다.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현장에서보면 일본의 군사학교와 한국의 국방학교 학생들의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공의 선'을 공유하고 그동안의 어려움을 통해 동고동락해온 사이로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군에 재직하고 있는 친구들과 많이 얘기를 나눈다. 일본 군사 학교에 한국 학생들이 많이 있고 군사적인 인적교류가 활발하다. '초계기' 사건은 문제가 있더라도 위협으로까지 해석할만한 근거는 없다고 본다.
헌법 수정 부분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자민당 지금 여당에서 헌법 수정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헌법 수정을 추진할 만큼 아베 정권이 국내적 입지가 강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보수세력 집결시키기 위해서 현 정부가 전반적으로 우경화되는 것에 대해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외의 위험을 통해 국내의 응집력을 키울 수 있다는 속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올바른 방식이라고 보진 않는다.
도쿄에 '혐한시위'라든지 현 상황을 보면 꽤 문제가 많아 보인다. 한일 간 감정에 기반한 관계들 때문에 그렇다. 일본에도 '한일관계'를 존중하는 침묵을 지키는 다수가 있다. 하지만 관료들이나 외교관, 정치인들이 대중 앞에서 한일관계에서 우호적인 발언을 한다면 인기를 지킬 수 없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야마구치 노보루 일본 국제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교수가 "북일정상회담이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며 "양국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진은 야마구치 교수의 모습. /뉴시스 |
-최근 일본 외부성 '외교청서'에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 내용이 지워졌다. 입장 변화 배경으로 '북일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과 연결돼 있다는 해석이다. 북일정상회담 언제쯤 열리게 될까?
일본 외무성의 외교청서에서 '최대압박'의 내용이 지워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명백하게 일본이 북한으로 보내고 있는 보디랭귀지의 최대치라고 생각한다. 아베 정권에서는 이 방향에 대해 확실하게 표현하게 되면 지지기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보디랭귀지라고 할 수 있다.
북일정상회담에 대해서 말하겠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북일정상회담을 진행했을 때 일본사람들도 많이 놀랐다. 또, 김정은과 트럼프가 처음 만났을 때도 모두가 놀랐다. 그렇기 때문에 북일정상회담이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 양국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만남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식인으로서 한반도 정세와 비핵화 관련해서 한국 정부에 제언하자면?
비핵화 목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의제인만큼 의지를 갖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비핵화 목표에 대해서 좋은 모델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해 번영하고 평화로운 국가를 만들어낸다면, 국제사회에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핵을 포기하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해서 다른 나라들을 통해 돈을 번다고 한다면 국제사회에 나쁜 국가로서 존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나쁜 모델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잠재적인 국가에게 북한처럼 해야 한다는 사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