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손학규 대신 '안철수·유승민'…출구 못 찾는 바른미래당
입력: 2019.04.23 05:00 / 수정: 2019.04.23 05:00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을 통해 당의 통합정신을 해치면 안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가운데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 지명직 임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낙선한 후 기자회견하는 안 전 대표와 바라보는 손 대표. /이새롬 기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을 통해 "당의 통합정신을 해치면 안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가운데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 지명직' 임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낙선한 후 기자회견하는 안 전 대표와 바라보는 손 대표. /이새롬 기자

"우선 사퇴" vs "대안 없다" 갈등…손학규 '지명직 최고위' 내정 완료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이 당의 미래를 놓고 계파 간 설왕설래가 뜨겁다. 호남계·안철수계·유승민계로 나뉘어 손학규 당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독일에 머무는 안철수 전 대표의 의견이 당내 안철수계 인사들에게 전달되면서 특히 주목받는다.

이런 가운데 손 대표는 '최고위 지명직 추가 임명'을 통해 지도부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아 갈등의 골을 더욱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이태규 의원은 MBC 라디오 '심원보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안철수계) 대다수가 당이 위기다, 위기 돌파를 위해서 지도부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대안으로 통합 정신의 복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안철수·유승민 두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당을 다시 재건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고 했다.

최근까지 안철수 전 대표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밝힌 이 의원은 통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이 의원에게 "한국 정치 상황을 잘 모르니 현장에 있는 분들이 함께 의논하고 지혜를 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바른미래당 통합정신이 훼손되면 안 된다. 지금은 어렵지만, 한국 정치를 바꾸려는 소중한 정당 아닌가"라며 당 내홍을 우려했다.

이 의원은 '손 대표가 사퇴할 경우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안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다면 정치적 목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손 대표가 '내가 그러면 후배들을 위해서 당을 위해서 길을 열어주겠다'고 언급하면 그 대안체제는 굉장히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계로 알려진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안 전 대표의 상황을 밝히며 지도부 사퇴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더팩트 DB
'안철수계'로 알려진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안 전 대표의 상황을 밝히며 지도부 사퇴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더팩트 DB

안철수계 전·현직 인사들의 지도부 퇴진 의견을 함께 모은 김철근 전 대변인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런 혼란까지 온 것 자체가 리더십이 붕괴돼 있는 현상"이라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구로구갑 지역위원장인 김 전 대변인은 손 대표 지도부를 향해 "결단 아니면 재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향후 총선 전망을 내놓고 의원들이나 지역위원장들을 설득해 새로운 방안을 내놓든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계 인사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안 전 대표 복귀 요구'와 관련해 그는 "그런 의견들이 많았지만, 당장 안 전 대표가 오는지 여부를 언급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안철수·유승민 두 분이 창당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 유승민계 인사들에 이어 안철수계까지 가세해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손 대표는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손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지명직 최고위원에 대한) 숙려기간이 거의 끝나간다"면서 "최고위원회의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지명직 최고위원 추가 임명 강행 뜻을 밝혔다.

손 대표는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을 향해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라, 싸울 때가 아니라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말할 때"라며 "조속히 당을 정상화해 총선 대비 체제로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설에 대해선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나라 걱정은 없고, 오로지 자신의 당선만을 걱정하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당선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손 대표가 고려하고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이 누구인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임재훈 의원, 이행자 전 국민의당 대변인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임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저는 일단 아니다. 두 명은 이미 내정됐다"며 "다만 오늘 발표하지 않는 이유는 패스트트랙 협상을 마무리하고 발표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당내 사퇴 요구에도 불구, 지명직 최고위원을 이르면 오는 24일 임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손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위원회에 불출석 중인 하태경 의원.(왼쪽)/김세정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당내 사퇴 요구에도 불구, 지명직 최고위원을 이르면 오는 24일 임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손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위원회에 불출석 중인 하태경 의원.(왼쪽)/김세정 기자

22일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혁·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합의, 23일 의총에서 최종 추인 절차를 거친다. 손 대표는 패스트트랙 논의 후에도 당내 인사들의 사퇴 요구가 이어질 경우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임 의원은 "(손 대표가) 당장 사퇴하는 건 온당하지 못하다"며 "9월까지 로드맵을 제시했으니 당내 분란이 마무리되고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되면 손 대표가 구상하고 준비한 것을 펼쳐볼 수 있게 시간을 줬으면 한다. 원점에서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뭘 하더라도 탄력을 받아서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의원들의 의견을 모을 때다. 그걸 위해 저도 심부름을 하든 무슨 역할이든 하려고 한다"고 손 대표 흔들기를 멈출 것을 당부했다.

손 대표 지도부 사퇴를 놓고 갈등하고 있는 세 계파는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특히 '대안'을 놓고도 정치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의견 합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세 계파 중 특별하게 누가 더 유리하다고 볼 순 없다"며 "어디를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을 추스르기 위해선 대선 후보급 단일체제가 필요하다"며 '안철수·유승민 담판론'을 주장했다. 두 전 대표의 담판을 통해 총선을 진두지휘할 리더를 세워야 하며, 결국 누가 확장성이 더 큰지를 놓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 것이다.

그는 "안 전 대표보다 유 전 대표가 더 경쟁력이 있다"며 "유승민계가 총선을 이끌고 가야 한다. 다만 합리적인 공천룰을 만들어 국민의당 호남계·안철수계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 전 대표가 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전 대표의 복귀 시점을 놓고 '시기상조'라고 보는 분석도 나온다. 대권주자인 두 전대표가 아직 통합의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당에 등장할 경우 혼란 속에서 제대로 역할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와 관련해 "두 전 대표와 힘을 모아서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지만, 손 대표는 우선 본인이 당을 개혁해 성과를 가지고 총선을 준비하는 게 맞다고 보는 것 같다"며 "의원들은 하루가 급한 상황이지만, 손 대표는 급하다고 해서 이렇게 가는 것은 안 되고,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지금 손 대표가 사퇴한다고 해서 고를 수 있는 선택이 많지 않다고 하면 제2창당을 준비하고 힘을 실어주면서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정당으로의 방안을 모색하는 게 더 나을수 있다. 지금 상태로 물과 불 격인 유승민·안철수 전 대표가 만나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철수계·유승민계·호남계 세 계파의 역학관계가 점점 뚜렷해지는 상황 속 23일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과 손 대표 지도부 사퇴 요구가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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