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손자병법'에 보면 장수의 다섯 가지 덕목으로 지(智)·신(信)·인(仁)·용(勇)·엄(嚴)을 말하고 있다. 장수는 지혜, 믿음, 아낌, 용기 및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대 중국의 철학자들은 단어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았으며 손자도 마찬가지였다. 손자는 장수의 다섯 가지 덕목을 아무 의미 없이 병렬적으로 나열하지 않았다. 나열 순서는 중요도도 반영되어 있으며 장수에게 지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혜란 임기응변이며 융통성을 발휘함을 말하며 분별력을 말한다. 또한 지혜는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통찰력은 오직 진실을 재빨리 파악하는 능력이다. 그 진실은 평범한 정신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거나 보이더라도 오랜 관찰과 생각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인다"고 말한 통찰력과도 통한다.
우리가 비즈니스나 정계에서 만나는 지도자들을 보면 다른 모든 미덕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지혜 내지는 통찰력이 없다면 큰 성공을 이룰 수 없을 뿐더러 자기 몸 하나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지혜가 없는 지도자는 중심이 없어서 자주 흔들리고 의견의 옥석을 가리지 못해 질이 좋지 못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그러한 지도자가 속한 집단은 다른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갈수록 지도자나 조직이 패착의 길을 걷고 결국에는 도태되고 만다. 속된 말로 머리가 안 돌아가는 지도자는 자신과 조직을 망하게 만든다.
그러면 자신이나 조직 성공의 관건인 지혜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1차적으로 스스로 고금의 인문학적 고전, 특히 역사를 천착하여 인간과 세계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축적하여야 지혜를 키울 수 있다. 또한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서 지혜를 구하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시대의 지도자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묻고 지혜를 구하는 것을 즐기는 자들은 많지 않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오만과 독단에 사로잡혀 타인의 지혜를 구하는 것을 무시하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 쉽게 말해서 보통사람들이야 다른 사람의 지혜를 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나 주변 사람 몇몇에 영향을 주고 말지만 정치인 등 지도자가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고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힌다면 사회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된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봤거나 알고 있는 정치인들은 모두 자신은 확실한 정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전지전능한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이 계시는데 우리 사회는 왜 지금까지 부정과 부패가 난무하고 발전은 더디기만 하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 우리 앞에는 많은 사회적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북미 관계는 강 대 강 대결의 교착상태에 빠져있고 강원도 산불과 같은 재난 사고가 계속하여 발생하고 있다. 평범한 성공에는 평범한 이성만 있어도 되지만 비범한 성공은 비범한 지혜가 필요하다.
'맹자'에 "지금 여러 대국들은 국토의 크기가 비슷하고 정치상황도 비슷해서 어느 국가가 월등하게 낫지 않은 이유는 단지 자기의 말을 잘 따르는 사람을 신하로 삼기를 좋아하고, 자기가 가르침을 받을 사람을 신하로 삼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는 말이 나온다. 대단한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들이 자신보다 못한 인간들만 측근으로 채우고 자신보다 잘난 인물은 내치다 보면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도 지금보다 더 발전하려면 정치인들이 자신은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자신보다 나은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묻고 지혜를 구해야 한다. ‘한 번 머리 감을 때에도 세 번이나 나가서 인재를 만나고, 한 번 밥 먹을 동안에도 세 번이나 음식을 뱉고 인재를 만났다’고 전해오는 공자가 가장 닮고 싶어 하고 흠모했던 주공(周公)을 우리 시대 정치인 중에서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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