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전 국정원 간부가 본 김정은 "야망 있는 승부사"
입력: 2019.04.22 05:00 / 수정: 2019.04.22 05:00
국가정보원 대북정보관 출신 곽길섭 원코리아 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해 서자 콤플렉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차남 콤플렉스 경계성 성격장애 등 네 가지의 콤플렉스가 있다고 평가했다. /노원구 석계=이동률 기자
국가정보원 대북정보관 출신 곽길섭 원코리아 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해 "'서자 콤플렉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차남 콤플렉스' '경계성 성격장애' 등 네 가지의 콤플렉스가 있다"고 평가했다. /노원구 석계=이동률 기자

'김정은 대해부'의 저자 곽길섭 원코리아 대표 인터뷰

[더팩트ㅣ노원구 석계=박재우 기자] "야망을 갖고 있는 승부사!", "탁월한 정치감각과 정치에 대한 욕심!"

곽길섭 원코리아 대표는 자신이 집필한 '김정은 대해부'라는 책을 보여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외부 활동을 꺼려했던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르게 김정은 위원장은 주목받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네 차례의 북중정상회담을 이뤄냈고, 첫 북러정상회담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곽 대표는 이러한 성격에 불안한 요소들도 들어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김 위원장의 행보와 발언을 담은 북한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최고인민회의, 당 전원회의, 선전일꾼대회 등 중요한 북한 내부 정치행사도 열렸고, 지난 15일은 북한의 가장 큰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기념하는 명절)이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 행사 내내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우리는 북한의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더팩트>가 북한 전문가인 곽 대표와 17일 서울 노원구 석계역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곽 대표는 국가정보원 대북정보관 출신으로 1987년부터 2013년까지 국정원에 재직했다. 그 이후 2017년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북한실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1인 비영리단체인 '원코리아'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곽 대표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8일 오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8일 오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책도 썼는데, 북한의 리더 김정은의 리더십을 설명해 달라.

그동안 김정은에 대한 많은 분석과 예측이 있었지만, 단적인 상황만 보고 '합리적인 인물이다' 또는 '비이성적인 인물이다' 이렇게 판단할 수는 없다. 김정은에겐 '탁월한 정치 감각' '정치에 대한 욕심'이 있는데, 이러한 성격과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것 때문에 김정일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야망을 가진 '승부사'라고 볼 수 있다. 지금 8년 차로 장기집권 반열에 들어서고 있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보면, 자신의 콤플렉스를 잘 승화시켜서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김 위원장의 콤플렉스를 크게 네 가지로 들 수 있는데 '서자 콤플렉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차남 콤플렉스' '경계성 성격장애' 등 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십을 '콤플렉스'에서 찾는 것이 참 흥미로운 포인트다.

'서자 콤플렉스'라는 것은 김 위원장의 어머니이자 김정일의 넷째 부인인 고용희가 김일성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것부터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김 위원장 자신도 할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김 위원장을 우상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김일성과 찍었던 사진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신의 친할아버지를 김 위원장이 만나 보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한 억울함이 많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두 번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인데,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원망이다. 첫 번째 이유와 이어지는 것인데, 아버지가 자신을 북한의 영원한 주석인 할아버지 김일성에게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차남 콤플렉스'이다. 대체로 동양 사회에서는 장남은 책임감 때문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막내는 늘 귀여움을 받는 편이다. 차남은 중간에 있기 때문에 반항아적 기질도 있고, 도전적이다. 김정남은 김 위원장의 이복형이기 때문에 사실상 남이라고 치자. 첫째인 김정철과 막내인 김여정 사이에서 김 위원장은 차남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실제로 첫째인 김정철은 소심하고, 김 위원장은 공격적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은 '경계성 성격장애' 인데, 이는 가끔씩 폭발할 때가 있다. 일단 긍정적으로 순화된 것 같다. 과감하다는 점에서 장점이기 때문이다. 핵을 두고 막말전쟁을 하는 것이나 비핵화 협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콤플렉스가 어떤 경우에 잔인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당했을 때가 그러했는데, 급작스럽게 소리 없이 처형당했다.

곽길섭 원코리아 대표가 북한은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일련의 정치 행사들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렬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고 했다. /이동률 기자
곽길섭 원코리아 대표가 북한은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일련의 정치 행사들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렬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고 했다. /이동률 기자

-한반도 정세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북한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

하노이 회담 전과 후의 북한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하노이 회담 이전의 북한의 태도는 굉장히 미래지향적이었고, 발전지향적이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는 상당히 수세적으로 변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 어떤 기대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로 출발할 때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내부의 정치 대회 일정들을 미리 준비했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이 예상 밖으로 뒤틀어졌다. 결렬 이후부터 '미 제국주의와의 대결이 새롭게 시작된다', '자력갱생으로 뭉쳐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기조를 표현하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열린 첫 정치행사는 3월 전국 당 초급 선전일꾼대회였다. 이 행사에는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고 서한으로 대신했다. 만약 하노이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면 김 위원장이 직접 이 행사에 참석해 전 인민에게 북미회담의 성과를 홍보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에 열린 제14기 1차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에 해당)는 북한의 가장 큰 정치행사다. 김정은 집권 2기를 맞이하면서 늘 그랬듯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당 전원회의나 정치국 확대회의도 함께 열렸는데,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에 기초한 버티기 전략을 강조했다. 이번에 있었던 시정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앞으로 미국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식으로 승리해서 북한을 사회주의 강성국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인민들에게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제재에 굴복하지 말고 나를 따라서 사회주의 경제 건설노선에 매진하자'는 뜻을 펼친 것이다.

곽길섭 원코리아 대표가 사무실에서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곽길섭 원코리아 대표가 사무실에서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자력갱생'이 가능할거라고 보는가?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또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보자면.

북한의 내부 경제사정은 분명히 좋지 않다. 2016년도부터 실제적인 대북제재가 시작돼 벌써 3년 차에 이르렀다. 중국하고 무역도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적자가 났다. 이 상태로는 북한 경제를 정상적으로 돌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김 위원장 개인의 비자금, 당 자금, 군수자금이 상당히 고갈되고 있을 것이다. 1~2년 동안 북한 제재가 지속된다면 북한경제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 내부에서는 아직 괜찮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시장경제를 많이 도입했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물류 교류를 하기 때문에, 물가가 급등하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자력갱생'에 입각해서 내부체제를 결속하면서 버티기 전략으로 나올 것 같다.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돼 금방 다시 타협이 될 수는 없고. 기싸움이 계속 진행될 걸로 보인다. 북한이 당분간은 제2의 '고난의 행군'(북한이 1990년대 중·후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시기)을 각오하고 내부단속을 할 거라고 본다. 동시에 남북, 북미 간 물밑접촉을 진행하고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절충안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로 시한을 못 박았으니 그 시기 쯤 무언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엘리트들은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고 쟁취하는가.

북한은 사실상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독제체제 국가라고 볼 수 있다. 해방 이후에는 '소련파', 중국에서 활동했던 '연안파' 등 여러 개의 파벌이 있었지만, 1970년대 초에 완전히 김일성의 유일지배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그 뒤 벌써 50년 반세기 동안을 유일 지배 체계가 있었던 셈이다. 이렇기 때문에 북한 엘리트들도 고개를 들면 숙청을 당한다는 것 잘 알고 있다. 그 안에서 합리적인 선택에 익숙해져 있다. 50년 동안 무한한 숙청을 겪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권력의 최상층에 있었던 장성택도 한순간에 공개 처형됐다.

북한은 권력층의 감시체계가 너무나 확고하다. 예를 들면,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현재 92세인데, 평창올림픽 방남 당시 김여정과 같이 방남을 했다. 그 자리에서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이 30대 중반의 김여정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자신이 살 길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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