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세월호 5주기 유가족들에게 SNS를 통해 '막말'한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왼쪽) 의원이 도마에 올랐다. /더팩트 DB

정치권에선 종종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말에서 문제가 생기고, 또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여의도 정가입니다. 말이 많아지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불리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불을 끄려고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는 과정에서 오히려 화를 키우기도 합니다. 지난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신조어 중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너무 과한 정보라는 뜻이지만, 현실에선 누군가가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그만 좀 해'라는 의미에서 TMI를 외치기도 하지요. <더팩트> 정치팀이 한 주간의 여의도 정가 TMI를 모아봤습니다. <편집자 주>

청문회장 등장한 '찌질' 공방

[더팩트｜문혜현 기자] 'TMI'라는 말을 붙이는 게 부족할 정도로 정치인들의 격한 막말이 이어진 한주였습니다. 지난 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였죠. '대한민국은 세월호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충격과 아픔을 줬던 참사를 두고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의 '공감 없는' 발언이 유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줬습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과도한 자신감'이 정치권 안팎의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원외지역위원장들 앞에서 "내년 총선 목표를 240석으로 하겠다"고 밝힌 건데요. 이를 두고 야권은 "오만하게 들린다"며 비판했습니다. 또한 민주당이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난 겨울 서울 서대문구 일대를 '원시시대'로 만들었던 'KT 아현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는 청문회에선 여야의 다툼 끝에 '찌질'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노웅래 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말입니다. 상황 자체가 정말 'TMI'(그만 좀 해)네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국민 정서에 어긋난 의견 표명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공식적인 사과에 나섰습니다. /국회=임영무 기자

◆ '세월호 참사 5주기', 아픈 곳 후벼파는 차명진·정진석의 '말'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 전날인 15일 SNS를 통해 유가족들을 맹렬히 힐난했습니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서 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는 내용의 게시물은 단박에 논란이 됐고, 여론은 크게 분노했죠.

파문이 확산하자 차 전 의원은 "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책임자로 고발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흥분한 나머지 감정적인 언어로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했다.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과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들께 머리 숙여 용서를 빈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차 전 의원은 사과문을 올리기 한 시간 전 '김문수 TV'에 출연해 "(전날) 쓴 글에 대해 후회하느냐고 하는데, 후회하진 않는다"며 "차명진이 막말했다고 난리가 났는데, 저 혼자 외로우니까 지켜달라"고 호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형식적인 사과였다는 더 큰 비난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한국당 현역 중진의원인 정진석 의원도 손을 보탰습니다. 정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 오늘 아침 받은 메시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참사 5주기 당일 아침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논란이 커지자 두 전·현직 의원은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파장은 더욱 커졌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비난 여론을 인식하고 공식 사과에 나섰는데요. 입장문을 통해 "차 전 의원과 정 의원의 세월호 관련 부적절하며 국민 정서에 어긋난 의견 표명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께 당 대표로서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한국당은 중앙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차 전 의원과 정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해찬 대표의 "240석을 목표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겠다"는 말은 '독려' 혹은 '오만'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습니다. /남윤호 기자

◆ "내년 총선 240석 목표"…민주당의 '근자감'?

민주당에선 큰 꿈(?)을 드러내는 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해찬 당 대표의 '총선 목표'와 관련한 내용인데요. 지난 17일 이 대표는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에서 "240석을 목표로 해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야권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 대표는 "125명이 다 내년 총선에 당선되면 우리당이 240석이 되고 비례까지 합치면 260석쯤 된다"며 나름의 계산 끝에 이같은 발언을 한건데요. 지난 4·3 재보궐 선거에서 경남의 지지를 뚜렷하게 확보하지 못해 '여당이 힘을 잃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어서 더 눈길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해 국회 300석 중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수를 차지한다는 이 대표의 '목표'를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오만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심을 어떻게 오독하면 당 대표가 저런 말을 할 수 있는지, 황당무계 목표도 우습지만, 그렇게 되려면 제발 경제살릴 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당은 이에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놓았는데요.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의 현장 발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하에 우리 당의 원외지역위원장들이 모두 분발해 최대한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는 독려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민주당이 내년 총선의 목표를 특정 의석수로 설정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바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사기 진작'도 좋지만 공개 석상에서 한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청문회에선 '유은혜 부총리 불출석'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찌질하다"고 비난해 한차례 격한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뉴시스

◆ '화재 원인 규명'은 뒷전…싸우는 데 '1시간' 쓴 KT 청문회

지난 겨울 발생한 화재로 큰 혼란과 피해를 일으킨 'KT 아현지사 청문회'가 드디어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날도 역시 여야 의원들의 공방으로 1시간 넘게 회의가 지연됐는데요.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한 '유은혜 사회부총리'의 출석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인 한국당 의원들을 향한 "찌질하다"는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말이 발화점이 됐습니다.

청문회 초반 유 부총리의 불출석을 사유로 참석하지 않은 한국당 의원들은 일정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의원들은 "이미 합의했는데 무슨 연기를 하냐"며 반발했고, 결국 10분의 정회 후에 한국당 의원들이 참석해 청문회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화재 원인'에 대한 이야기는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는데요. 한국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유 부총리의 불출석을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노웅래 위원장은 "자꾸 시간을 끌면 국민들이 보기엔 KT를 봐주려고 끄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다. 각 당 입장을 들었으니 바로 진행하는 게 좋겠다"면서 "많은 언론인들도 와 있는 상황에서 너무 찌질하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한국당은 당장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야당 의원들한테 찌질하다고 하는 거냐. 무슨 말이냐. 사과하라. 누구더라 찌질하다고 한 거냐"고 언성을 높였고 노 위원장은 "상황 자체가 찌질하게 보일 수 있단 것이다. 누가 봐도 찌질하지 않냐"며 맞섰습니다.

여기에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질의시간에 이야기하라"고 말하자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 2중대는 가만히 있으라"고 쏘아붙이면서 '난장판'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노 위원장이 "제가 위원장으로서 원만한 진행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드린다"고 말하면서 청문회는 본론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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