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진태·김순례 '솜방망이' 징계… 극우 지지층 의식?
입력: 2019.04.20 00:03 / 수정: 2019.04.20 00:03
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가 19일 5·18 망언 논란의 당사자 김순례 최고위원에겐 당원권 정지 3개월, 행사를 주최한 김진태 의원에 대해선 경고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남윤호 기자
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가 19일 5·18 망언 논란의 당사자 김순례 최고위원에겐 당원권 정지 3개월, 행사를 주최한 김진태 의원에 대해선 경고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남윤호 기자

"합리적 지지층 납득할지 두고 봐야"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정기용 위원장)가 '5·18 망언 논란'을 빚은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최고위원에 대해 각각 '경고'와'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결정한 것과 관련 정치권에선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이 부담을 지면서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극우 지지층을 의식한 것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 윤리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19일 오후 전체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8일 김진태·이종명 의원 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김 최고위원은 "조금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고, 이 의원은 "80년 광주폭동이 10년, 20년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 "다시 (폭동으로) 뒤집을 때"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이들은 논란 직후 윤리위에 넘겨졌으나 김 의원과 김 최고위원은 당시 전당대회에 후보자 등록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징계 결정에서 유보됐고, 이 의원만 '제명'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전당대회와 김영종 전 윤리위원장의 사퇴 등으로 인해 약 2개월 가까이 미뤄진 징계 결정이 이번에야 겨우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윤리위 결정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생각보다 약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국당 당규 11호 윤리위 규정 21조는 징계를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로 구분하는데 가장 약한 징계가 두 사람에게 결정된 것이다. 그나마 '경고'를 받은 김 의원의 경우엔 주최만 했을 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김 최고위원이 받은 '당원권 3개월 정지'는 제명 결정을 받은 이 의원과 크게 비교된다.

또 김 최고위원이 이번 징계 결정을 받으면서 최고위원직이 유지가 되느냐가 쟁점인데 당내에선 해당 기간 동안만 일시적으로 박탈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많다. 논란이 불거진 것이 전당대회 전이었고, 김 최고위원 출마 자체에도 여러 논란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3개월 후엔 다시 정상적으로 최고위원직에 복귀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징계 결정이 극우 지지층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당에선 대한애국당 등 극우 세력과의 통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와 인터뷰에서 4·3 보궐선거 결과와 관련 "대한애국당 후보가 0.8% 가져간 게 너무 아쉽다. 그게 저희한테만 왔어도 사실 이번에 이길 수 있었다"며 "우파는 통합해야지만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창원·성산에서 단 504표 차로 패배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5.18 폄훼 발언으로 윤리위에 제소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의 제소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5.18 폄훼 발언으로 윤리위에 제소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의 제소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따라서 두 사람에 대한 징계 수위가 강할 경우 극우 지지층의 이탈과 통합이 멀어질 것을 우려했다는 관측이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번 징계에 대해 "국민 상식에 벗어나는 잘못된 발언이긴 하지만 보수 세력 중 일부는 그들의 말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윤리위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많은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 결정을 내린 것이다. 가볍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이번과 같이 발언이 논란이 됐다고 징계하는 경우 자체가 드물 것"이라고 견해를 내놨다.

다만 이번 결정이 중도 지지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이번 결정에 대해 중도 지지층이 납득할 수 있을지를 고려했어야 한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신 교수는 "최근 한국당으로 합리적 지지층과 중도 지지층이 돌아가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판단으로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결정이 최근 황교안 대표의 고민거리를 그대로 담고 있단 시각도 있다. 얼마전 세월호 참사 5주기에 유가족을 향해 "징하게 해 처먹는다", "징글징글하다"고 막말한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 논란과 관련 황 대표는 유감을 표하며 "윤리위에서 '응분의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강경 대처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당 중진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문종 의원은 "여당과 어용시민단체들이 당을 향해서 막말 쏟아내고, '당대표와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이런 얘기를 맨날 하고 있다"면서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만 당 대표께서 적극적으로 힘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방패막이가 돼 줘야 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SNS에 "잘못된 시류에 영합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라며 "현재의 잘못된 시류에 핍박을 받더라도 바른 길을 가는 것이 지도자"라고 황 대표를 겨냥했다.

합리적 지지층을 노린 결정을 하려고 해도 도리어 당내 보수 지지층의 반발이 일어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황 대표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윤리위는 이날 차 전 의원, 정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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