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KT 황창규 부른 여야 "찌질이라 그랬냐"…실랑이만 1시간
입력: 2019.04.17 13:11 / 수정: 2019.04.17 16:13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KT 화재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 청문회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증인선서대에 서고 있다. /뉴시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KT 화재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 청문회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증인선서대에 서고 있다. /뉴시스

한국당,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불출석에 반발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7일 황창규 KT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고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출석에 반발하면서 청문회 질의가 시작되지 못하고 1시간 동안 여야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예정됐던 청문회는 20분이 넘도록 한국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시작이 지연됐다. 뒤늦게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이 홀로 들어와 유 장관 불출석을 문제 삼으며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유 장관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이유로 사유서를 제출하고 불출석했다. 대신 민원기 차관이 출석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의원들은 김 의원의 요청에 "이미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는데 무슨 연기를 하냐"고 반발했고, 노웅래 위원장은 청문회를 개의했다.

곧바로 김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기습 출장으로 청문회를 회피한 유 장관에게도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더 큰 문제는 애초부터 정부여당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KT 청문회를 기획해왔다는 것"이라며 "KT 화재 사건 원인 대책을 규명해야 하는데 화재와는 관계없는 자료요청만 수백건이 들어갔다고 들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유 장관이 불참한 것도 모자라 여야 합의를 깨면서까지 정부여당이 정치적 의도 갖고 기획한 KT 청문회를 이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당 의원들의 우려"라며 "본 의원은 중요 증인인 유 장관이 참석할 수 있도록 날을 다시 정해서 KT 화재청문회 개최하자고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이는 한국당이 최근 몇몇 자당 인사 자녀의 KT 채용특혜 의혹 등에 대한 정치적 사안이 청문회에서 다뤄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김성수 의원은 "유 장관 불출석은 예상하지 못한 대통령 수행 일정 때문이다. 한국당 측에서 연기 요청을 했지만 몇 가지 사유로 수용을 하지 못해서 안타깝다"며 "이번 청문회는 지난번 국회에 출석했던 황 회장의 부실한 답변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오늘 청문회는 말 그대로 황 회장의 부실경영에 따른 책임 추궁이다. 유 장관 출석 여부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유 장관은 교체대상 장관이어서 교체될 경우 화재참사에 대해 책임지고 다뤄온 민 차관을 출석시키기로 합의했었다. 반드시 유 장관이 출석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며 "11월 KT 화재사건 이후 다섯달이나 지난 오늘에서야 청문회를 여는 것이 민망스럽고 특별한 이유 없이 두 차례나 청문회가 연기됐다. 이제와서 장관 출석 문제로 또 연기하는 건 국민들께도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17일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갖고 있다. /이원석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17일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갖고 있다. /이원석 기자

바른미래당 간사인 신용현 의원은 "(청문회가) 민주당과 한국당 상호 간에 신뢰가 없어서 계속 어렵게 진행되는 것에 유감"이라며 "청문회 범위에는 합의를 했으니 (민주당은)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진행해주고 한국당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여러번 연기까지 되면서 불순한 얘기가 나도는 상황에서 청문회가 열리는 만큼 참석해서 제대로 화재 원인을 따지자"고 중재했다. 김성태 의원이 "다른 의원들을 설득해서 데리고 올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정회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노 위원장은 잠시 회의를 정회시켰다.

약 10분의 정회 뒤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회의는 속개됐다. 하지만 역시 곧바로 청문회가 시작되진 못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다시 유 장관 불출석에 대해 따졌다. 한국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으로 항의하면 민주당 의원이 반박하기를 반복하면서 회의는 지연됐다. 이에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은 "생중계로 진행되고 있는데 부끄럽다. 더이상 의사진행발언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이 다시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하자 노 위원장은 "자꾸 시간을 끌면 국민들이 보기엔 KT를 봐주려고 끄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다. 각 당 입장을 들었으니 바로 진행하는 게 좋겠다"며 "많은 언론인들도 와 있는 상황에서 너무 찌질하지 않냐"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즉각 "야당 의원들한테 찌질하다고 하는 거냐. 무슨 말이냐. 사과하라. 누구더러 찌질하다고 한 거냐"고 반발했다. 노 위원장도 "상황 자체가 찌질하게 보일 수 있단 것이다. 누가 봐도 찌질하지 않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지켜보던 박선숙 의원이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질의시간에 얘기하라"고 따지자 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민주당 2중대는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면서 말싸움이 붙기도 했다. 박 의원은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다 사과하라"고 했고, 박성중 의원은 "사과할 이유 없다. 발언 자체를 다 그렇게 느낀다"고 했다. 노 위원장이 "제가 위원장으로서 원만한 진행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드린다"고 사과하면서 실랑이는 끝났다.

결국 질의가 시작된 건 청문회가 본래 예정됐던 시간보다 1시간을 훌쩍 넘긴 11시 20분께였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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