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주식 과다 보유 논란으로 야당이 반대하는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수순을 밟았다. 문 대통령이 이미선·문형배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총 13명으로 늘어난다. /배정한 기자 |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文대통령, 헌재재판관 임명에 '국민정서' 고려해야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이번에도 '직진'인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주식 과다 보유 논란이 불거진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수순을 밟았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2명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8일까지 송부해 달라고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 앞서 야당이 강하게 반대했던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 강행에 이어 또다시 밀어붙이려 한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청문보고서 재요청을 공지했을 때 춘추관 분위기는 차분했다. 마치 기자들은 예상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뻔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물론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려면 진즉 했을 것이다.
어쨌든 문 대통령의 '결단'으로 정국은 격랑 속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졌다. 조동호, 최정호 장관 후보자 등 청와대의 인사 참사 논란의 후폭풍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다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야당의 반발은 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35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했다고 해서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부 정치 공세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송곳 검증'은 꼭 필요하다. 그게 야당의 역할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남는다 야당이 검찰 수사와 금융위원회 조사를 요청했으니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일 수도 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약 35억 원의 주식투자로 야권으로부터 부적격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16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국회에 재송부해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 질의를 듣는 이 후보자. /이원석 기자 |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주식 보유와 거래에 불법 행위가 없으니 결격 사유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국민 정서를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주택 논란으로 스스로 낙마한 최종호 국토교통부 후보자의 전례를 보면 더욱더 그렇다. 사실 국민 정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주관적인 면이 있다. 그래도 보편적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 모른다면 그것 역시 문제다.
더구나 15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CBS 의뢰·12일 조사·전국 성인 504명 응답·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자 중 54.6%가 이 후보자가 '부적격'하다고 답했다. '적격(28.8%)'의 두 배에 이른다.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의 임명을 판단할 때 국민 정서를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주식 과다 보유 논란으로 야당이 반대하는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수순을 밟았다. 야권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제공 |
문 대통령이 두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총 13명으로 늘어난다. 4년 9개월간 10명의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했던 박근혜 정부의 기록을 뛰어넘는다. 3년여 남은 문 대통령의 임기를 고려하면 이명박 정부의 기록(17명)마저 깰 수 있다. 심지어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고 했다.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과 논란이 되는 인사의 임명 강행만 놓고 보면 지난 정부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면 애초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 앞에서 밝혔던 약속이다. 지금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