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을 놓고 공청회가 열렸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육 정책 불연속성으로 지적된 '장관의 짧은 임기' 문제를 들며 "유은혜 장관도 곧 임기가 끝나는 것 아니냐"며 공격했다가 이찬열 교육위원장의 지적을 받았다. /국회=문혜현 기자 |
국회 첫 공청회 개최…곽상도, '유은혜 장관' 저격하려다 이찬열에 '경고'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외람된 말씀이지만 교육부 장관 1월에 그만둔대요?"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의 짧지만 예리한 질문에 국회 교육위원회 공청회장 곳곳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잦은 교육부 장관 교체'를 교육 정책 불안정성의 원인으로 꼽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총선에 나갈 예정이라 곧 임기를 마칠 거다. 이 정부가 여기서부터 잘못한 거 아니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선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논의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가교육위) 설치에 관한 법을 놓고 각계 전문가들의 발표와 교육위원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날 공청회에는 김헌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최교진 시도교육감협의회 부회장, 박인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 등 5명이 진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질의자로 나선 곽 의원은 송기창 교수에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교육 정책의 남발 제한을 위해 2001년부터 (국가교육위 설치를) 주장해왔다고 했다. 교육부 장관이 자주 교체돼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지금 유은혜 장관은 내년 총선에 나가기 위해 사퇴할 것"이라며 "내년 1월이면 교육부 장관이 교체되는데, 이게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물었다.
국가교육위 '반대' 의견을 발표한 송 교수는 "특정 사례가 아니라 원칙적인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러자 곽 의원은 "내년 총선에 나가려고 하는 걸 보면 이 정부가 여기서부터 교육부 장관을 연속적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파적인 이해를 떠나서 오래갈 수 있는 정책을 원해서 국가교육위를 만들자고 한거라면 장관부터 자주 교체하지 않는 쪽으로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송 교수는 "교육부 장관의 임기를 비교적 보장해주고 자주 교체하지 않는 쪽으로 하면 현재 나타나는 문제를 일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곽 의원은 "교육부 장관을 항구적으로 2년, 3년 일하도록 해놓고 그 다음에 국가교육위를 할지 말지 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부터 하고, 그래도 문제가 나오면 그후에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찬열 위원장은 "교육부 장관이 1월에 그만둔다고 했나? 장관은 대통령이 나가지 말라면 못 나가는 것"이라며 "진술인들이 답변하기 굉장히 어렵다. 어려운 질문은 삼가 달라. 교체가 안 될지도 모르는데 전제로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장관의 유임 결정은 대통령 권한이다. 때문에 유 장관의 임기는 문재인 대통령 결단에 달렸다. 또한 유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히지도 않았다. 즉, 곽 의원의 질문은 결정권자, 당사자의 생각은 고려하지 않은 가정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다만 곽 의원의 주장에 진술인들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었다. 앞서 국가교육위 설치 반대 의견을 발표한 김경회 교수는 "교육부 장관을 임기 내내 함께 가게 할 것이라는 대통령이 있었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국가교육위 찬성파인 최교진 부회장은 "교육부 장관이 책임 있게 하는 것은 100% 동감하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장관의 임기보다 훨씬 뛰어넘어서 핀란드 같은 경우 20년 동안 정권에 관계 없이 합의된 교육 정책을 추진한다"며 "예전엔 그점이 부러웠는데, 지금은 그걸 넘어서서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공청회에서 김헌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 회장은 "미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초정파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공감대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혜현 기자 |
이날 공청회에선 국가교육위의 필요성과 개념 자체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위원 구성의 적절성, 교육과 정치적 중립성 문제 등이 함께 토론 주제로 올랐다.
국가교육위는 큰 틀에서 합의제 행정기구로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교육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교육부가 분야별 세부 계획을 집행하는 모델이다. 유·초등교육에 관한 권한은 시도교육청에 대폭 이관된다. 현재 국가교육위 설립 법안은 박경미·안민석·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안과 교육부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안이 계류 중이다.
위원회 구성은 장관급 위원장 1명, 차관급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해 총 19명으로 하되 세부적으로 대통령 지명 5명(상임위원 1명 포함), 국회 추천 8명(상임위원 2명 포함), 기관 및 교육단체 대표 6명 등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모든 위원의 정당 가입 등 활동이 제한된다.
여당 의원들은 교육 정책의 초당파성과 정치적 중립을 위해 국가교육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국가교육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초정권적인 점"이라며 찬성파인 김헌영 회장과 박인현 부회장의 입장을 물었다.
김 회장은 "현재 교육부는 과중한 업무 속 계획 수립, 업무 수립, 집행까지 일괄해 하고 있어서 오래 감당할 수 없다"며 "대학들은 교육부 통제를 받고 있다고 보지만 미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초정파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초당파적이고 중립적인 국가교육위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구성에 관한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기구가 있어도 위원 구성의 문제가 정치적으로 되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조승래 의원은 "국가교육위에 대한 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이뤄진 게 처음이다. 이것 자체가 찬반을 떠나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현 교육부를 고쳐서 쓰면 좋다. 하지만 우리가 길게 보면서 고민해야 될 것과 단기적으로 평가받으면서 정치적 책임을 다해야 될 부분이 교육 분야에서 섞여 있다고 본다. 그래서 교육부만으로는 힘들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어떤 정책을 펴는 데 있어서 교육부는 정책을 관리·감독하는 주재기관으로 두고 교육의 모든 분야에 있는 다양한 규제들을 개혁하기 위한 측면에서 국가교육위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공청회에서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가교육위는 정치적 중립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때문에 좀 더 포괄적으로 균형 감각을 가진 시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다. /문혜현 기자 |
반면 김한표 한국당 의원은 "지금 교육부나 대통령 자문기구로도 얼마든지 자문과 용역을 받을 수 있다"며 "일부러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서 예산 낭비, 시간 낭비를 한다는 것 자체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옥상옥을 만들지 말고 교육부 사기를 살려서 제대로 일하게끔 해야 한다"며 "국가교육회의라는 대통령 자문기구를 만들어서 많은 돈을 들였지만, 결국 교육부 장관이 결정했지 않느냐"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홍문종 한국당 의원은 "대학이 먼저 교육부와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이 총장 알아서 뽑고 학생 알아서 뽑고 하는 게 맞다. 교육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대학이 먼저 정부에 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 대학들과 경쟁하려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교육위는 정치적 중립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때문에 좀 더 포괄적으로 균형 감각을 가진 시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며 위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날 위원들과 전문가들은 크게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었지만 '교육 정책의 불연속성', '기구의 필요성', '유·초등교육 이관의 타당성' 등 각각 쟁점에서 다시 견해차를 보이며 다양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번 공청회가 국회에서 이뤄진 첫 번째 논의인 만큼 국가교육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효성, 교육의 자율성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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