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것에 대한 한미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백악관 영빈관(블레어하우스)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해리스 주한대사 비롯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 정상회담 앞서 실무진 만난 것에 다른해석도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가운데, 이에 대한 한국·미국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16분 동안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내용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기도 했다.
우리 언론 일각에서는 외교 관례상으로 격에 맞지 않은 만남에 대해 문 대통령이 미국 매파로 불리는 실무진들을 직접 설득에 나선 것이라고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조명했다.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과 언론은 이들이 문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실질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미국의 입장'을 압박했을 것이라고 미국 내부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 강조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 대해 한미 양국 전문가들의 온도 차이가 있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이들은 이번 회담에서 부분적 제재완화를 논의하고 싶어 했던 문 대통령과 여전히 빅딜을 원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 차이가 큰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문가들과 언론은 이들이 문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실질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미국의 입장'을 압박했을 것이라고 미국 내부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은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모습. /AP.뉴시스 |
크리스터포 힐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와의 대화에서 "한미 정상이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공통의 의지를 확인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북한의 실질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미국의 입장도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에 "문 대통령이 ‘빅 딜’의 접근을 계속 선호하고, 더 많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앞서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을 바꾸도록 설득하지 못했다"고 바라봤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 해결방식에 대한 한미 간의 입장 차이가 크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데도 북한에 보상을 해주길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그런 접근에 관심 없다고 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국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올라온 자료가 두 정상의 '모두발언' 밖에 없었다면서 조심하면서도 우리정부의 역할에 대해서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
김준형 한동대학교 국제정치학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하노이 회담 이후 대북정책에서 강경선회를 하는 바람에 대화가 없으면 북미 간의 대화가 엎어진다는 한국정부의 판단에서 방미가 이뤄진 것 같다"며 "이번 회담은 이 기류에 제동을 가하는 정상회담"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한 발 더 나아가면 미국의 양보 여지를 확인하고 북한을 만난다는 의미"라며 "제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얘기도 나왔고, 미국 내부에서 한계의 목소리가 나온 '톱 다운' 형식에 대해 강조한 것도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모두발언 밖에 공개되지 않아 내부 이야기는 향후 지켜봐야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도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고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서 한미회담 경과에 대해 논의하고 북미 간의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 우리의 목표였고, 형식적인 것들은 표면적으로 나쁘지 않다"며 "결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이번 회담의 성과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우리 욕심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굿 이너프딜', '조기수확' 등에 대해 입장표시가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 하게 되면 하노이 회담 실패 책임을 자신에게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안을 북한이 받기도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창의적인 안으로 설득시켰을 것이고 그에 따라 김 위원장에도 중재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