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체크] 한국당 "강원도 산불은 탈원전 때문" 주장, 사실일까?
입력: 2019.04.10 05:00 / 수정: 2019.04.10 05:00
자유한국당이 최근 발생한 강원 화재를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실 측은 한국당의 주장에 그렇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자유한국당이 최근 발생한 강원 화재를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실 측은 한국당의 주장에 "그렇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김삼화 의원실 측 "한전 적자는 원전 안정성 때문"…정용기 "인터넷에서 많이 나온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지난 4일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강원도 산불의 원인을 '탈원전 정책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강원도 산불 피해복구 지원 및 사고원인규명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실질적으로 한국전력(한전)의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한전이 누적 적자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배전 유지보수 예산을 상당히 삭감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 또한 "한전이 전신주 관리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관리 소홀이 (화재로) 이어졌다면 결국 대통령께서 탈원전, 무분별한 태양광정책을 추진해서 우량 공기업 적자가 예산 삭감, 관리 소홀 화재로 이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이건 대통령에 의한 인재다. 자연재해가 아니고, 문재인에 의한 인재고, 문재인에 의한 대통령 재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주장처럼 이번 산불은 탈원전 때문일까. <더팩트>는 한국당의 주장과 실제 한전의 유지보수 예산 삭감 이유, 한전의 입장, 전문가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한전은 적자 여부와 상관없이 안전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액해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국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성·속초 일대에 산불이 콘도 밀집 지역이 불타오르고 있다. /강원일보 제공
한전은 "적자 여부와 상관없이 안전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액해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국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성·속초 일대에 산불이 콘도 밀집 지역이 불타오르고 있다. /강원일보 제공

FACT체크 - '탈원전' 때문에 한전 누적 적자 발생 유지보수 예산 삭감?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산불의 최초 발화 지점은 한국전력공사가 관리하는 개폐기(전기 스위치 역할을 하는 장치)와 연결된 2만 2900볼트 전선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때문에 한전의 관리 소홀 문제와 더불어 유지관리 보수 예산 삭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초 발화 지점 인근 CC(폐쇄회로)TV로 확인한 결과 전신주 개폐기와 연결된 고압 전선에서 발생한 스파크가 전신주 아래 낙엽 등에 옮겨 붙어 불씨가 됐고, 이 불씨가 바람을 타고 화재로 번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에 있지만, 전신주 관리 소홀 등 한전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전은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을 2017년 1조8621억 원에서 2018년 1조44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줄어든 4000억 원을 삭감했다. 때문에 지난해산자위 국정감사 당시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유지보수 예산을 늘려오다가 적자 때문에 줄이느냐"며 이같은 내용을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김삼화 의원실 측은 "한전의 누적 적자는 원전과는 상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삼화 의원실 정형석 비서관은 "원전 이용률 감소가 한전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원전 이용률 감소의 주 이유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원전 안전성을 높여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누적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국제 연료 가격의 급등'이다. 2018년 당시 한전은 영업이익의 적자 전환에 대해 입장을 내고 "(국제 연료가격 급등으로) 연료비가 2017년 대비 3.6조 원 증가했고 민간 전력구입비도 2017년 대비 4.0조 원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한전의 유지보수 예산 삭감 내용과 관련해 정 비서관은 "한전 측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7년 당시 한전의 유지보수 예산은 1조원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5, 2016, 2017년까지 3년 간 흑자를 내면서 유지보수 예산을 늘려 왔다. 이후 다시 위와 같은 이유로 적자가 발생하자 가장 줄이기 쉬운 예산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국과수 관계자들이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 위치한 전봇대를 감식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지난 5일 국과수 관계자들이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 위치한 전봇대를 감식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한전 측에서도 지난 8일 해명 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한전은 "적자 여부와 상관없이 안전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액해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 중 (투자 예산인) 설비교체보강예산은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집중적인 투자로 2018년도 이후부터 설비교체보강 대상설비가 줄어들게 돼 2017년 대비 2018년 예산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배전설비에 대한 안전점검 및 순시 등에 소요되는 점검수선예산만 보면 매년 증액해 집행 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한전은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 중 점검수선예산은 2017년 2976억 원, 2018년 2948억 원, 2019년 4840억 원으로 계속 증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강원 화재와 탈원전과의 연관성에 대해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가지고 있는 탈원전 정책이 사실상 없다"며 "최근 각각 600MW정도를 생산하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가동을 중단했지만 개당 1400MW의 전기를 만들어내는 신고리 3,4호기를 가동하면서 실제로는 이전의 두 원전보다 원전 용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기존의 원전 건설을 진행하고 수명이 다 된 원전은 정지시키면서 신규 건설은 안 하겠다는 개념이다. 당장 원전을 정지한다는 게 아니라 2080년까지 점진적으로 원전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반박에 대해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탈원전 때문에 산불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실제 인터넷에서 그런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회의에서 언급한 거였다. 정확한 건 조사가 아직 안됐기 때문에 결과가 나와봐야 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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