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번엔 가능할까
입력: 2019.04.09 05:00 / 수정: 2019.04.09 05:00
소방공무원의 오랜 숙원인 국가직 전환이 4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이 사안은 최근 발생한 강원도 대형 산불을 계기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다. 지난 5일 강원도 속초시 교동 인근 민가에서 소방관들이 잔불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소방공무원의 오랜 숙원인 국가직 전환이 4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이 사안은 최근 발생한 강원도 대형 산불을 계기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다. 지난 5일 강원도 속초시 교동 인근 민가에서 소방관들이 잔불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행안위 여야 위원, 공감대 형성…야당 정략적 판단 변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최근 강원도 일대에 발생한 대형 화재를 계기로 소방공무원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상당하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 글은 사흘 만인 8일 오후 20만 명 이상(오후 3시 기준 20만2395명)이 동참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청원인은 "소방을 (현행과 같이) 지방직으로 두면 각 지방에서 각자 세금으로 소방 인력 충원과 장비 마련을 한다"며 "상대적으로 지역 크기가 큰데도 인구는 더 적고, 도시가 아니라 소득이 적은 인구만 모여 있는 곳은 예산이 적어 소방 쪽에 줄 수 있는 돈이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큰 지역의 재난과 안전에 신경 써야 하는데, 장비 차이와 인력 부족으로 힘들다"며 "꼭 국가직으로 전환해서 소방공무원이 더 나은 복지, 또 많은 지역의 재난과 안전에 신경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군·경찰과 같이 국가안보, 국민안전을 담당하는 특정직 공무원은 모두 국가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소방공무원의 경우 대부분 지방직 공무원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돼 있다. 전체 소방공무원(지난해 7월 기준) 중 국가직은 631명(1.3%), 지방직은 4만9539명(98.7%)이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대부분 지방직 공무원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돼 있다. 전체 소방공무원(지난해 7월 기준) 중 국가직은 631명(1.3%), 지방직은 4만9539명(98.7%)이다. 지난 5일 강원도 속초시 교동 인근의 민가에서 잔불 진화 작업 중인 소방관. /배정한 기자
소방공무원의 경우 대부분 지방직 공무원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돼 있다. 전체 소방공무원(지난해 7월 기준) 중 국가직은 631명(1.3%), 지방직은 4만9539명(98.7%)이다. 지난 5일 강원도 속초시 교동 인근의 민가에서 잔불 진화 작업 중인 소방관. /배정한 기자

이에 따라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인력과 소방 장비에 차이가 나면서 상당수 소방관이 격무에 시달리거나 충분한 장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재 지방직인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려면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지방교부세법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이는 국회 의결이 필요한 사항이다.

지난해 11월 28일 관련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이뤄졌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현재까지 여러 차례 법안소위가 열렸지만, 해당 안건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법안소위 소속 여야 의원 모두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대한 큰 틀에서의 공감대는 형성됐다. 그러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의결이 안 됐다고 기록에 남아있다.

이에 대해 법안소위 위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회의록에 남아 있지는 않지만 통과 직전 갑자기 자유한국당 모 의원에게 전화가 걸려와 지금 의결을 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해서 결국 의결이 안 됐다"며 "야당 원내지도부가 개입하면서 의결 직전 무력화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후에는 법안소위가 열려도 소방 부문은 논의 된 적이 없다"며 "4월 임시국회에선 최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 야당 모 간사가 해외출장을 이유로 소위 회의 날짜를 미루자고 해서 날짜를 아직 못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전날(7일) 이 의원은 논평을 통해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을 거론하며 "지자체별로 상이한 재정 여건이 현장 인력 부족과 장비 부족, 처우의 차이를 빚고, 이로 인해 국민의 안전에도 지역 차이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멈춰 달라는 청원이 큰 공감을 얻고 있다"며 "4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여야는 해마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이번 강원도 산불로 다시 한번 국민적 요구가 큰 만큼 여야가 4월 국회에서 소방관 국가직 전환 법안을 통화시킬지 이목이 쏠린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화재 진압 중인 소방관들. /이동률 기자
여야는 해마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이번 강원도 산불로 다시 한번 국민적 요구가 큰 만큼 여야가 4월 국회에서 소방관 국가직 전환 법안을 통화시킬지 이목이 쏠린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화재 진압 중인 소방관들. /이동률 기자

당초 정부는 국회의 관련 법 통과를 전제로 늦어도 오는 7월부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시행하려 했다. 하지만 아직 국회 상임위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해 이때부터 시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여당은 4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야당이 임명을 반대한 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문 대통령이 8일 임명을 강행하며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이와 관련,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정권과 여당이 부르짖던 민생우선과 협치란 말은 하나의 레토릭(수사)에 불과했음이 명확해졌다"며 "결코 문재인 정권의 일방적, 독자적인 밀어붙이기식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을 잊지 않고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4월 국회가 또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생산적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위한 국회의 1단계 관문 격인 소관 상임위에서의 논의는 이번 국회에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행안위 법안소위 소속 홍문표 한국당 의원은 "상임위가 열리면 우선적으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문제를 다루려고 한다"며 "지금 (강원도 대형 화재로) 화제도 있어서 특히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지방마다 인력, 장비가 차이가 나면 안 되기 때문에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무조건 일순위로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야당이 상임위에서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당 차원에서 정략적으로 시간끌기 판단을 내릴 수도 있지만, 현재 국민적 여론을 감안하면 이런 선택을 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야당 소속 행안위 의원은 "개인적으론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에 수긍을 하는데, 당의 방침이 결정되지 않아 여러가지 상황을 보고 있다"면서도 "강원도 화재를 계기로 이번에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 우리 당에도 많아 상임위 처리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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