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국회 운영위, 靑 '인사·경제·외교 논란' 놓고 불꽃 공방
입력: 2019.04.05 00:09 / 수정: 2019.04.05 02:48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업무보고가 진행된 가운데 청와대의 인사·경제·외교 등과 관련한 논란에 대한 야청, 여야의 거센 공방이 펼쳐졌다. 사진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국회=이새롬 기자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업무보고가 진행된 가운데 청와대의 인사·경제·외교 등과 관련한 논란에 대한 야청, 여야의 거센 공방이 펼쳐졌다. 사진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국회=이새롬 기자

노영민 비서실장, 야당 폭풍 공세에 발끈…"국회가 일 제대로 안 한 것"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조현옥 인사수석 등 청와대 비서진들이 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인사·경제 논란'을 놓고 자유한국당과 청와대 인사들이 설전을 벌였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가세하며 고성이 오가는 거센 공방전이 펼쳐졌다. 이날 오후 3시 15분 시작된 청와대 업무보고와 본 질의는 오후 10시 53분까지 이어졌다. 이후 오후 11시 3분부터 보충 질의가 시작돼 자정을 넘겨 회의가 마무리 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민정수석 운영위 출석', '청와대 자료 미제출' 질타로 포문을 열었다. 나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를 추천하고 검증한 조국(민정수석)·조현옥 수석의 사퇴를 반복적으로 촉구했다.

이에 노 비서실장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제한된 인력과 권한으로 검증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방어막을 쳤다. 민주당은 청와대를 옹호하면서, 이른바 '장학썬'(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을 고리로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靑, 인사 문제 사과…與, '장학썬-황교안' 고리 역공

취임 후 첫 운영위 업무현황 보고에 참석한 노 비서실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인사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청와대 인사추천위원장으로 송구하다"며 "앞으로 더욱 신중을 기하고, 검증을 보다 엄격히 해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올해 첫 국회 청와대 업무보고를 앞두고 118건의 자료를 요구했는데, 제대로 제출된 건 12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부실제출 혹은 미제출 됐다"며 "이 상태에서 제대로된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공세를 시작했다.

한국당이 요구한 자료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관사 입주와 관련한 규정 ▲문재인 대통령 대구 칠성시장 방문 때 청와대 경호관의 과잉경호 ▲정무수석실 행정관 출신 인사의 금융권 낙하산 자료 ▲장관 후보자 검증 자료 목록 등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청와대가 국가기밀을 다루는 대통령 비서실의 업무 특성, 대통령기록물관리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근거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한 답변을 했다"며 "충분히 줄 수 있는 자료도 주지 않았다"고 반복적으로 자료제출을 촉구했다.

김정재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2기 장관 후보자들 인사는 실패가 아닌 '참사'"라며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꼼꼼히 점검하기 위해 정말 낼 수 있는 것만 요구 했는데, 주지 않았다. 위원장(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이 말해서 운영위 차원에서 자료를 받아달라"고 강조했다

송석준 한국당 의원은 "조국 수석 불출석 사유서를 보면 업무특성상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못 온다고 했다"며 "국민이 제일 궁금해 하고, 꼬여있는 게 청와대 인사 검증이다. 지난해 연말 문 대통령 지시로 운영위에 나왔는데, 이번에도 나와서 해명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왼쪽)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새롬 기자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왼쪽)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운영위 민정수석 출석 문제는 이번이 마지막 논쟁이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민정수석이 운영위에 나온 건 문재인·전해철·조국 세 명뿐이다. (한국당은) 기본 양심이 있어야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은 왜 안 나왔나, 정도껏 하라"고 반박했다.

이후에도 여야 의원들은 조 수석 출석 여부를 놓고 '관례 vs 적폐' 프레임을 앞세워 한동안 공방을 주고받았다. 어렵게 시작된 본 질의에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의혹과 장관 후보자들 인사 참사에 대한 한국당의 공세가 이어졌다.

◆한국당 "'인사 참사' 책임자 조국·조현옥 사퇴해야"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청와대 관사 입주와 부동산 투기 논란, 은행 특혜 대출 의혹 등을 지적했다. 이에 노 비서실장은 "오늘(4일) 김 전 대변인이 관사를 나갔다"며 "규정상 대변인은 관사 입주가 가능하고, 은행 특혜 대출 건은 은행 측에서 '과도한 대출은 없었다'고 이미 밝혔다"고 해명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장학썬 사건을 거론하며 청와대를 적극 옹호했다. 황 의원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집이 3채인 이유로 낙마했고, 30년 간 집 없이 살다 건물을 산 죄로 김 전 대변인이 사퇴했다"며 "이 모든 게 국민 정서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학썬 사건의 공통점은 기득권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으로 이에 대한 국민 정서도 굉장히 안 좋다"며 "(사건을) 은폐하려는 조직적 세력이 있었고, 이 자리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국민 정서는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법무부 장관 시절 영상까지 틀며 역공을 가했다. 강 의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의혹을 겨냥해 "차관 인사도 청와대에서 검증하는데, 차관 내정자가 성폭행·뇌물 사건에 연루된 게 검증 과정에서 알려지면 임명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노 비서실장은 "그 부분은 7대 검증기준 배제 사유에 들어가 (임명)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함께 일하는 장관(황 대표 겨냥)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임명에 협조했다면 '바지사장'이거나 혹은 장관 경질 사유가 아닌가"라고 재차 물었고, 노 비서실장은 "만약 차관 후보가 성폭행 사건에 연루된 것을 알면서도 장관이 침묵해 결과적으로 차관이 임명되도록 도왔다면 그 장관은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 같은데, 가정을 전제로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황 대표가 거론되자 한국당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강효상 의원은 "적당히 하라, 이게 야당 업무보고냐 청와대 업무보고냐"고 외쳤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채동욱(전 검찰총장), 조응천(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현 민주당 의원)은 왜 빼냐"고 항의했다.

이후 이만희·강효상·이양수 한국당 의원과 강병원·황희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질의 방식과 태도 문제를 두고 고성까지 오간 말싸움을 벌였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노영민 "청문보고서 없이 올라온 후보자, 역대 정권 모두 임명 강행"

이에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일하는 국회를 보고 싶어 하는데, 운영위에서 거대 양당이 정쟁만 계속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회에 대한 국민신뢰가 생기겠나,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도긴개긴"이라고 질타했다.

이만희 한국당 의원 질의 때는 노 비서실장도 발끈해 언성을 높이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현 정권에서 낙마한 차관급 인사가 11명,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만 12명에 달하는데, 직접적 책임 있는 민정·인사수석을 고집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이에 노 비서실장은 "청문보고서 임명된 장관에 대한 질문은 정확하지 않은 질문이다. 제가 말씀 드리자면 역대 정권에서 청문보고서 없이 올라온 사람 중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다, 예외적 상황을 강요하는데, 역대 정권이 다 그랬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이 "문재인 정권 얘기만 하라"고 재차 말하자, 노 비서실장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게 어떻게 부동의 한 것인가"라며 "국회가 일을 제대로 안 한 것이다"고 역공을 취했다.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노 비서실장이) 야당 공격에 흥분한 것 같은데, 국회가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항변하고, 역대 정권이 모두 그랬다는 것은 (운영위) 초반에 유감스럽다고 한 것과는 배치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잦은 의사진행 발언과 여야 다툼으로 이날 오후 10시께 첫 발언권을 얻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재보선 평가, 경제·분야에 대한 다양한 질의를 쏟아냈다. 나 원내대표는 노비서실장에게 "어제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한 석도 못 가져갔다, 어떻게 봤나"라고 물었다.

이에 노 비서실장은 "선거는 어느 정치 집단이든 교훈을 주고, 성찰도 하고 반성도 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좀 더 열심히 국정에 임해야 겠다, 국민께 좀 더 가까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나경원 "야당 얘기도 듣고, 잘못된 정책 고쳐야"

나 원내대표는 "야당 얘기도 좀 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이번에 국민을 많이 만났는데, 60대 한 남성은 눈물을 훔치며 '자살하고 싶다'고 했고, 다른 노동자는 눈물을 흘리며 '평생 진보정당만 뽑았는데 이제는 아니다, 도저히 먹고 살수 없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잘못된 정책을 고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조만간 출국하는 문 대통령께 꼭 전해달라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대통령이 미국을 가면 미국을 설득할 생각을 하지 말고, 북한을 설득할 전략을 가져와야 한다"며 "우리도 북한 비핵화와 평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날 운영위 회의에선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문 대통령 딸 문다혜 씨 부부 해외이주와 경호 논란, 외교부의 잦은 실수 등을 놓고 야청, 여야 간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

한편 노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7시 17분 께 발생한 강원도 고성 산불 사태 대응을 위해 오후 11시 29분 회의장을 떠났다. 앞서 정의용 국가안보실 실장이 사태 대응을 위해 먼저 자리를 떠났고, 김수현 정책실장 등 다른 청와대 비서진들이 남아 운영위 위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회의는 자정을 넘긴 12시 2분 종료됐다.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계속해서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며 공방전을 하고, 상대 의원 발언에 끼어들고 해서 회의 진행이 제대로 안 돼 이시간까지 왔다"며 "사실 국가적 재난(강원도 고성 산불)에 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회의를 진행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일단 오늘 회의는 마치는데, 앞으로 의원들이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도록 여야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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