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미·중·일·러 전문가가 바라본 '한반도 평화' 방정식
입력: 2019.04.05 05:00 / 수정: 2019.04.05 05:00
문정인(앞줄 왼쪽 네번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등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학술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자리에는 미·중·일·러 각국의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뉴시스
문정인(앞줄 왼쪽 네번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등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학술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자리에는 미·중·일·러 각국의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뉴시스

동북아 정세·일본의 중재외교·6자회담 등 방안 논의

[더팩트ㅣ김대중도서관=박재우 기자] 세계 유일 분단국인 한국과 북한의 평화는 언제,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 한반도 평화는 단순히 한국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좁게는 동북아, 넓게는 세계 평화와 관련있다. 한반도와 동북아가 평화로 가는 방향에 대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전문가들이 4일 한자리에 모여 이목이 쏠렸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등장으로 이날 열린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학술대회는 언론인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날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안보' 주제로 이어진 토론에서 몇몇 패널들도 눈에 띄었다. 동북아 정세에서 주요한 국가의 한반도 전문가들이었다.

해리 카자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방위연구국장,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학 교수,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아시아전략센터 센터장이 이 토론에서 발제를 맡았다.

미국 싱크탱크 기관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자니스 방위연구국장은 센터에서 한국을 주로 담당하고 있고 네셔널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학 명예교수는 베이징대에서 한반도 근현대사와 한중관계사, 남북한관계사, 한반도 문제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학 명예교수도 한국 분단과 전쟁, 냉전시대의 한국 정치 등에 대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이다. 또, 러시아 대학 교육의 창립기관인 러시아과학아카데미에서 아시아전략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게오르기 톨로라야 센터장은 45년 정도 한국문제를 연구했고, 한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는 한국통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오전(현지시간) 단독회담을 마친 뒤 호텔 중앙정원에서 산책환담을 나누고 있다.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오전(현지시간) 단독회담을 마친 뒤 호텔 중앙정원에서 산책환담을 나누고 있다.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美, 도널드 트럼프의 속셈

먼저, 해리 카자니스 국장은 북미협상의 주요 요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도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최대압박을 통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얻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의 입장은 경제제재 완화와 투자 유치이기 때문에 북미 간 서로의 목표가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자니스 국장은 미국정부가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서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가 같은 날 열렸다는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그 상황에서 존 볼튼 국가안보 보좌관과 같은 네오콘(외교적 매파) 세력들과 진보 진형 사람들 양쪽에게서 지지를 못 받는다는 계산하에 '놓쳐도 되는 빅딜'을 제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다행인 일은 트럼프 국내 정치문제가 일단락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내 직감으로 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협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로는 "전임자가 해내지 못한 것이라는 홍보 효과가 되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국내정치에서 제약이 많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그로부터 벗어나게 됐다"고 강조했다.

진정이 교수는 동북아 정세를 설명하면서 중국이라는 신흥대국과 미국의 갈등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진정이 교수는 동북아 정세를 설명하면서 "중국이라는 신흥대국과 미국의 갈등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뉴시스

◆中, 동북아 정세의 역사적 관점

진징이 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역사에 대해 언급하면서, 중국이 동북아의 패권을 지녀왔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일본이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동북아 정세에서 한반도는 한 세기 넘게 평화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평화 프로세스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한국전쟁 이후 미-소 냉전구조에서는 평화체제를 기대할 수 없었다"며 "냉전 직후 남북기본합의서, 유엔 동시가입 등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동북아 정세를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라고 봤다. 미국이 중국, 베트남 등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들과 관계 정상화를 했다고 하면서도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북한과는 관계정상화를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이 때문에 북핵문제가 야기됐다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싱가포르 이후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면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주한미군 문제, 동북아 질서 재편 등과 같은 많은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에서 중국이라는 신흥대국과 미국의 갈등 속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동맹체계질서를 생각할때 '평화협정' 체결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전개될 중미관계의 방향이 한반도 문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 6년을 잘 주목해보면 북한이 앞으로 핵을 포기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개혁개방을 했을 당시 중국의 욕구가 절박했다. 북한의 핵개발은 경제발전 욕구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남북관계의 긴장완화와 평화 환경의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사오 오코노이 교수는 북핵문제에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북핵문제에 관여해 중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마사오 오코노이 교수는 북핵문제에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북핵문제에 관여해 중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日, 3+1방식에서 일본의 참여 가능성

마사오 오코노이 교수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협상에서 일본이 참여해 중재외교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먼저 그는 싱가포르·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남북미와 중국과의 노력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협상방식을 3+1(남북미+중국)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오코노이 교수는 일본이 이 협상국면에 들어올 수 있다며 새로운 외교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아베 일본 총리는 제2차 북미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납치자 문제를 강하게 요청했는데 실제로 북미회담에서 납치자 문제가 두 번이나 제기됐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서 일본도 참여시키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나 싶다"고 분석했다.

과거 2002년 고이즈미 일본 전 총리가 평양에 방문했을 당시와 비교하며 "그 당시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6개월 전으로 상당히 여려웠던 시기"라며 "그런 측면에서 하노이 회담 실패는 아베 총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베 총리의 시정연설에서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언급한 것을 들며 "새로운 발상으로 외교를 하겠다는 구상"이라며 "일본 외교의 주안점은 3+1방식을 보완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오코노이 교수는 "아베수상의 역할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스몰딜'과 '빅딜'의 중간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새로운 중재외교, 북일교섭 중재에도 도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톨로타야 센터장은 6자회담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톨로타야 센터장은 6자회담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俄, 6자회담의 필요성

톨로라야 센터장은 현시점은 한반도 정세에 '분기점'과 같은 시기로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등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북미 양자회담과 함께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6자 회담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화의 조속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이 모든 것들(교착국면)은 평화에 연착륙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희망적으로 바라봤다. 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예상대로 되지 않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의 조합에 있다"고 6자회담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이전의 6자회담이 결렬됐다는 것은 다자논의가 실패했다는 뜻이 아니다"며 "결렬된 이유는 실질적인 이행 메커니즘이 없었고, 또 북한에서 미국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톨로라야 센터장은 "남북미를 묶는 하나의 고리가 있고, 다음으로 다른 국가들의 관계가 있다"며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EU 등도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의 입장에서도 양자대화는 제약이 많다"며 "양자대화와 함께 6자회담을 시작한다면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무기감축이라는 문제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며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게도 평화를 통해 군축이 된다면 바람직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었지만, 패널구성에 대한 아쉬움도 전달됐다. EU나 다른 지역의 관점도 필요하고 다음 기회엔 여성 패널도 초대해달라는 플로어의 요청이 있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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