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계획대로 되고 있어~' 황교안의 여유…"재밌는 질문 없나"
입력: 2019.04.04 19:04 / 수정: 2019.04.04 19:09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며 웃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며 웃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취임 한 달 정치 신인 '티' 벗은 黃, 여유 근거는?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가진 가운데 전보다 확연히 여유로워진 태도로 눈길을 끌었다. 황 대표는 기자간담회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취재진 질문에 막힘 없이 답했고 취재진에게 "뭐 재밌는 질문은 없냐"고 농담을 건네는 등 여유를 보였다. 어느새 정치 신인 '티'를 확 벗은 모습이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는 애초 계획에 없던 것으로 오전에 기자들에게 공지됐다. 시간에 맞춰 기자간담회 장소인 국회 본청 회의실로 들어선 황 대표는 노트북에 손을 올린 채 대기하는 기자들을 보자마자 "간담회인데 노트북을 갖고 온 거냐"며 "간담회가 뭔지 아시냐. 무릎에 무릎을 맞대고 정담을 나누는 시간이다. 근데 다 노트북을 켜놓고 있으니 무릎에 무릎을 맞댈 수가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후 황 대표는 "취임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 선거도 있고, 워낙 바쁘게 여러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여러분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이런 기회를 자주 갖지 못한 점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사과한 뒤 4·3 국회의원 보궐 선거 과정에서 느낀 경제 상황의 악화,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 도덕성 문제 등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비판 위주로 모두발언을 했다.

경남FC 축구장 유세 논란과 관련해 이야기하며 사과하는 황교안 대표. /임영무 기자
경남FC 축구장 유세 논란과 관련해 이야기하며 사과하는 황교안 대표. /임영무 기자

황 대표는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우리 당의 부족한 부분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며 "여전히 많은 국민이 우리 당을 믿지 못하고 계신 만큼 국민들께 상처가 되는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하고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스럽게 신중해야 하는데 더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축구장 유세 논란과 같은 문제도 제가 좀 더 조심했어야 하는 문제였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참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황 대표는 더욱 편안함을 찾은 모습이었다. 취재진이 여러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지만 긴장하거나 당황한 모습 없이 태연하게 답변을 내놨다. 그는 한국당의 선거 유세로 2000만원 제재금 징계를 받은 경남FC의 대납 요구에 대해선 "대납하게 되면 선거법 위반이 될 것"이라며 "적절한 방법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내 '5·18 망언' 논란 당사자 징계와 관련해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김영종 윤리위원장의 (사퇴) 뜻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자신의 추후 정치적 행보 등과 관련된 다소 민감한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했다. 그는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선 "저나 우리 당에 대해 좋게 평가해주는 부분이 생긴 것에 참 감사하는데 그럴수록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우리 당이 다시 국민을 위해 살아가고, 대한민국을 위해 다시 살아나는 변화가 생기도록 더 큰 책임감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다음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어제까지는 보궐 선거에 집중했다"고 웃으며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당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본청 한국당 회의실에서 황교안 대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임영무 기자
국회 본청 한국당 회의실에서 황교안 대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이외에도 범보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이번 보궐 선거를 통해서 '단합'의 가치를 발견했다"며 "(보수 단일화)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것을 실천해나가면 통합의 문제도 극복하고, 선거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음 총선 공천에 대해선 "공정하면서도 이길 수 있는 공천을 하겠다"며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정성이다. 이 부분에 대해 유념하면서 좋은 인재들이 한국당 이끌어가도록 해나가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 대표는 중간중간 농담 섞인 답변도 거침없이 내놨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실제로 보니까 굉장히 젊어 보인다는 말이 듣기 좋더라. 제가 젊어 보이나봐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울러 간담회를 끝마치면서 황 대표는 "노트북에 매여있는 기자 여러분, 노트북에서 해방되십시오"라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과거엔 노트북이 거의 없었는데 세상이 많이 발달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수고했다. 물도 한 잔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끝까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퇴장하기 전 일일이 기자들과 눈을 맞추며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황교안 대표는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도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로 답변에 임했다. /임영무 기자
황교안 대표는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도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로 답변에 임했다. /임영무 기자

정치 경력만 보자면 이제 겨우 두 달을 넘긴 황 대표는 이날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능숙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이러한 황 대표 여유의 근거는 전날 있었던 보궐 선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정점식 의원이 통영·고성에서 크게 이기며 당선됐고, 창원·성산 강기윤 후보는 0.54%라는 아쉬운 격차로 석패했다.

황 대표도 간담회에서 선거 결과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 폭정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당에 전폭적으로 신뢰가 온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국민들이 우리에게 길을열어줬다고 생각한다. 국민 뜻에 부합하고 신뢰를 져버리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황 대표에겐 여전히 많은 의혹 및 논란들이 남아 있다. 간담회에서도 질문이 나왔던 5·18 망언자 징계, 경남FC 제재금 문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연관 의혹 등이다.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선 이날 황 대표가 답변을 내놨으나 추후 그에 상응하는 조치, 의혹 해소 등이 없다면 이날 황 대표가 보인 '여유'가 지속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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