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인사 검증 논란 靑, 문제없다는 게 문제다
입력: 2019.04.02 14:27 / 수정: 2019.04.02 16:04
지난달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동시 낙마하면서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청와대 제공
지난달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동시 낙마하면서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유능제강'(柔能制强) 되새기고 국민에게 고개숙여야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지난 주말, 서울에 강한 비바람이 불었다. 스산한 바람 소리가 유난히 거슬렸던 지난달 30일 창밖을 바라보니, 꽃망울을 터트린 목련이 휘청거렸다. 몇몇 꽃잎은 강한 바람에 뜯겨 짧은 생을 다했지만, 대다수 꽃잎은 끝내 살아남아 마른 나무에 생기를 더했다. 나무는 강풍이 부는 대로 춤을 췄지만, 굳건히 서 있었다. 이삿짐센터 사다리차와 공사장 크레인이 강풍에 넘어졌다는 뉴스가 묘하게 대비됐다.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인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유능제강·柔能制强)는 노자의 말이 생각났다.

최근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부실 검증 논란에 대응하는 청와대의 모습과도 오버랩됐다. 야권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더 철저해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후보자 7명 가운데 외유성 출장과 부실 학회 참석으로 논란이 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같은 날 자진 사퇴했다.

이 밖의 대다수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탈세, 차명 거래 의혹 등 각종 비위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먼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아파트 2채, 오피스텔 1채, 상가 3채 등 총 75억 원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게다가 자신의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는 17년간 한 번도 살지 않았다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박영선(왼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박 후보자(지난달 27일)와 김 후보자(지난달 26일)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뉴시스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박영선(왼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박 후보자(지난달 27일)와 김 후보자(지난달 26일)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뿐 아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세금탈루,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는 자녀 채용비리 의혹,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다운계약서 작성, 아파트 시세차익 축소신고 등 다양항 의혹을 받고 있다. 여전히 해소되지도 않았다. 인사 참사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장관 후보자 가운데 멀쩡한 사람이 없다. 청와대가 기준으로 삼아왔던 7대 인사 배제 원칙이 무색한 이유다. 2017년 11월 청와대가 기존 5대 배제 원칙(병역기피·부동산 투기·세금 탈루·위장 전입·논문 표절)에서 음주운전과 성범죄를 추가해 내놓은 7대 배제 원칙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새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장관 후보자는 벌써 5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이번 인사 논란에 강경한 태도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일 "특별한 문제가 파악된 게 없다. 그러니 특별한 조치도 없을 것"라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책임질 만큼 인사 검증에서 문제가 없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청와대 검증 이후의 일이라는 취지다. 다만, 제도적인 허점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검증라인을 감싸는 청와대의 논리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장관 후보자 지명 때마다 부실 검증 논란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면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는 게 당연하다.

현 정부 첫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가 나오면서 청와대 조국(왼쪽)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1일 인사·민정 라인에서 특별한 문제가 파악된 것은 없다며 특별한 조치가 없을 것임을 밝혔다. /배정한·남용희 기자
현 정부 첫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가 나오면서 청와대 조국(왼쪽)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1일 "인사·민정 라인에서 특별한 문제가 파악된 것은 없다"며 특별한 조치가 없을 것임을 밝혔다. /배정한·남용희 기자

청와대가 해명할 수록 책임론은 더 불붙고 국민 여론마저 싸늘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 송구하다"는 말이 전부일 뿐, 인사 검증 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에는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다. 정국 주도권을 앞에 두고 야당의 요구(박영선·김연철 지명 철회)는 수용하기 어렵다 쳐도, 최소한 답답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국민에게는 유감을 표명하고 고개를 숙이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국민은 고위 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청와대가 "미국에서 포르셰 타는 게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토를 달면 국민을 탓하는 꼴이 된다. 인사 문제는 다음 달로 출범 만 3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를 요소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인정한 대로 청와대의 인사 검증과 국민의 눈높이가 맞지 않는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뼈저린 반성의 계기로 삼고 인사검증시스템 등 대대적인 쇄신을 통해 향후 인사 참사를 방지해야 한다. 반복되는 인사 논란으로 국민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은 빳빳하게 목을 곧추세우는 태도보다 부드러운 성찰이 필요한 때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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