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국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저녁 식사를 위한 정회 후 속개된 인사청문회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불성실하고 위선적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국회=허주열 기자 |
문재인 정부 2기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번 주에 열렸습니다. 역대 인사청문회 단골손님(?)이었죠, '위장전입', '세금 탈루', '자료 미제출' 문제 등 그간 되풀이된 의혹들이 또 다시 제기됐습니다. 특히 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통일부) 후보자는 청문보고서 채택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박 후보자는 답변 과정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끌어들인 역공으로 청문회장을 가열시켰고, 김 후보자는 과거 발언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후폭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에서도 인사 문제가 터졌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부적절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전격 사퇴했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文정부 2기 장관 후보자 청문회 '후끈'…청와대는 김의겸 쇼크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이번 주 정치권의 주요 이슈는 장관 후보자들 인사청문회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로 요약됩니다. 여기서 파생된 이슈들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특히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일(?)이 많았는데요, 현장 이야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허주열 기자 |
◆박영선 청문회 파행 후 민주당은 뒤풀이
-지난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됐습니다. 아침 10시에 시작된 인사청문회는 세 차례 정회를 거쳐 오후 8시 40분께 뒤늦게 파행됐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네,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날 오후 6시 35분께 본 질의가 마무리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잠시 정회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오후 8시부터 다시하자고 했는데, 한국당 의원들이 '할 게 많다'며 시간을 당기자고 해서 오후 7시 30분부터 인사청문회가 다시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인사청문회장으로 오지 않고, 오후 7시 50분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자의 불성실하고 위선적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인사청문회를 계속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 시간 이후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퇴근(?)했습니다.
-인사청문회장에서 기다리던 다른 의원들은 황당했겠습니다.
-네, 한국당 의원들의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웃음), 하루 종일 박 후보자의 철벽 방어와 역공에 휘둘린 한국당 의원들이 억지만 부리다 조기 퇴근(?)해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됐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뒤풀이를 가기도 했습니다.
-저녁 식사 후 1시간가량 한국당 의원들을 기다리다, 한 중진급 민주당 의원이 남아있던 의원들에게 "끝나고 소주나 한 잔 하자"고 말하며, 현장에선 잠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10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은 "제가 술을 끊었어요"라고 금주((禁酒) 사실을 뜬금없이 고백하기도 했습니다(웃음).
-실제 남아있던 청문위원들의 뒤풀이가 있었나요?
-네, 회의장을 나가면서 처음 '소주' 얘기를 꺼냈던 의원은 몇몇 의원들을 향해 "자리를 잡고 알려줄 테니 한 잔 할 사람들은 오세요"라고 말하고 이동했습니다. 남아있던 의원들 전체는 아니지만 민주당 의원들 일부는 뒤풀이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네요. 그런데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발언 후폭풍은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통일부) 후보자는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및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현행법상 국회에서 반대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는 있지만, 이미 8명의 장관급 인사를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이 또 다시 강수를 두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박 남매' 박영선(왼쪽 상단)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박지원(왼쪽 하단) 의원이 지난 2013년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과 관련한 내용을 그의 임명 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남윤호·이동률 기자 |
◆'김학의 의혹 사전 인지 논란' 황교안, "허허허" 의미는?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정치권이 뜨겁습니다. 지난 2013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언제 김 전 차관 의혹을 알았느냐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박 후보자는 김 전 차관 임명 전 관련 동영상 CD를 입수해 확인했고, 이를 황 대표에게 직접 알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곧바로 해당 발언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처음엔 혼란이 좀 있었습니다. 박 후보자가 처음엔 CD를 직접 황 대표에게 보여줬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거든요. 황 대표는 "택(턱)도 없는 소리"라며 CD를 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후 박 후보자도 'CD를 직접 보여준 것은 아니고 존재를 알렸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박 후보자의 말이 달라지니 한국당에선 '거짓말'이라고 반격에 나섰는데요, 이후 박지원·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 등 다른 의원들이 박 후보자를 지원사격하면서 공방은 점점 더 격화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황 대표의 입장은 뭐죠? 사전에 몰랐다는 건가요?
-취재진 입장에서도 그게 좀 혼란스러운데요, 황 대표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논란이 발생한 다음 날인 28일 황 대표는 기자들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요, 그는 "CD를 직접 본 것은 아니다"고 명확히 말하면서도 '관련한 이야기를 듣긴 한 거냐'는 질문엔 "기억 못 한다"고 답했습니다.
-CD를 보지 않은 것은 확실히 기억이 나는데, 그 내용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또 박 후보자와 '박 남매'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이 같은 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2013년 6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던 장면을 보면 황 대표가 사전에 김 전 차관 사건을 인지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거든요. 박영선 위원장이 '황 장관님은 김학의 차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을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희가 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질문 드리지 않은 것입니다'라고 지적하니 황 장관이 미묘하게 눈을 깜빡거리고,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는 것이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방문한 가운데 생각에 잠긴 모습. /뉴시스 |
-'김 전 차관 사건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걸 당시 황 장관이 시인한 태도라는 뜻이죠?
-네, 맞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취재진은 황 대표에게 질문했는데요, 그러자 황 대표가 "허허허"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그래요?'라고 말하면 긍정했다고 보도하더라. (그에 대해선) 말씀 드릴 게 없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끝까지 사전에 몰랐다고 하지는 않는 것 같군요.
-이번 일에 황 대표도 부담이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황 대표도 최대한 부인할 것은 하되 확답을 피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일단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관측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제부터는 황 대표가 알았다면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황 대표도 지금까지 자신과 김 전 차관 임명이 거의 동시에 이뤄져서 자신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었거든요. 실제 황 대표와 김 전 차관의 취임은 불과 며칠 밖에 차이 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당 쪽에선 황 대표가 알고도 묵인했던 것이니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후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차관 사건이 무혐의 처리된 것도 여러 의혹이 있어서, 황 대표가 당시 수사에 압력을 가했다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점도 계속해서 공방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가의 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투기 논란에 휩싸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9일 전격 사의를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일 김 대변인이 청와대에서 브리핑 하는 모습. /뉴시스 |
◆ 김의겸 靑 대변인, 전격 사퇴…사퇴의 변 '설왕설래'
-이번 주 청와대도 분위기가 어수선했죠?
-아무래도 분위기가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김의겸 대변인이 지난해 7월 11억 원의 빚을 내 26억 원대의 2층짜리 복합건물을 사들였는데요, 고위 공직자가 11억 원의 빚을 내 무리해서 고가의 건물을 매입했고, 여기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지역이라는 점이 대두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투기'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생긴 거죠. 국민 정서에 반했던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대변인은 투기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논란이 불거진 지 만 하루 만에 자진 사퇴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로 번지는 비판 여론을 차단하는 등 진화의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김 대변인의 사퇴의 변을 두고 뒷말이 있었다면서요?
-네. 우선 김 대변인은 출입기자단에 문자로 사퇴의 변을 밝혔는데요. 스스로 청와대를 떠나기로 결심을 굳힌 상태여서인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본인을 '까칠한 대변인'으로 낮추면서 임기 동안 기자단과 좀 더 부드럽게 소통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사과도 했었고요. 지난날의 본인을 되돌아보며 잠시 감성에 젖은 듯한 뉘앙스였습니다.
-김 대변인은 사퇴의 변에서 건물 매입과 관련해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면서 이 역시 본인 탓이라고 했는데요.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사퇴 결심을 굳힌 마당에 본인은 몰랐다는 것을 굳이 밝힐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대변인이 안고 가겠다는 식으로만 뜻을 밝혔어도 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죠.
29일 사의를 표명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 지역인 '흑석 뉴타운 9구역'에 있는 주택과 상가로 이뤄진 복합건물을 매입해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김 대변인 건물. /뉴시스 |
-또 김 대변인은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란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 농담이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가벼운 처신이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반면 기자들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후회를 조금 덜어보고자 김 대변인이 마지막으로 건넨 '유머'로 받아들이는 이도 있었고요.
-어쨌든 김 대변인은 지난해 2월 임명된 지 약 1년 2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나게 됐는데요. 김 대변인은 사퇴 뜻을 밝힌 29일 오후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과 마지막 석별의 정을 나눴습니다. 안타까워하는 기자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김 대변인을 바라보니 시원섭섭해 보였습니다. 이제 청와대에서 더는 김 대변인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남용희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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