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택의 고전시평] 미세먼지 초비상, 중국 탓만 하지 마라
입력: 2019.03.29 00:00 / 수정: 2019.03.29 00:00
국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과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공조작업을 해나가고 2차 생성물보다는 1차 생성물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김세정 기자
국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과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공조작업을 해나가고 2차 생성물보다는 1차 생성물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김세정 기자

1차 생성물 최소화 집중...배출원의 객관적 데이터 공개 필요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1952년 12월 4일부터 10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심각한 스모그 현상이 발생하여 호흡 장애와 질식 등으로 사건 발생 후 첫 3주 동안에 4000여 명이 죽었고, 그 뒤 만성 폐질환으로 8000여 명의 사망자가 늘어나 총 1만 2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명 ‘런던 스모그 사건’이다. 당시 영국은 가정이나 산업체에서 자국에서 많이 생산되는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였다. 석탄 연소에 따른 연기가 제한 없이 배출되었고 때마침 나타난 무풍 및 기온역전 현상과 맞물려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은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27일 서울에 일주일 만에 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되었다. 남한은 이제 미세먼지의 공습이 법률상으로도 재난으로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2013년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으며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팀은 2015년 한 해 동안 우리 국민 1만 1900여 명이 초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도 엄청났지만 미세먼지 피해에는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미세먼지는 재앙 수준이 되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각종 미세먼지 대책을 쏟아내고 있고 3월 13일에는 국회에서 미세먼지 대책 법안을 8개나 통과시켰으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도 만들기로 했다. 한 마디로 국가적 차원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을 위한 총력 투입 체제의 가동이다.

어떤 분야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 분석을 정확히 해야 하듯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배출원 분석이 우선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는 직접배출(1차 생성물)과 간접배출(2차 생성물)이 약 1:2로 구성되는데 공기 중에서 2차로 생성되는 간접배출물의 과학적 규명이 필요한 상태이지만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일거에 쾌도난마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더 바랄 나위가 없지만 세상의 문제가 그렇게 해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국내 미세먼지는 중국의 영향이 대체적으로 절반의 책임이 있으며 국내에서도 2차 생성물의 비중이 크지만 둘 다 당장은 통제가 쉽지 않다. 따라서 중국에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공조작업을 해나가고 2차 생성물보다는 1차 생성물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중국의 미세먼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자는 말이 결코 아니라 남 탓만 하지 말고 우리 내부적으로 미세먼지를 객관적이고도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때 중국에 보다 강력한 주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국내 배출원별 기여율을 보면 수도권은 경유차(29%), 건설기계 등(22%), 냉난방(12%) 등의 순으로 이동오염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전국 단위로는 사업장(41%), 건설기계 등(17%), 발전소(14%) 등의 순서로 사업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통계를 보면 선택과 집중의 대상을 알 수 있다.

노후 경유차는 서민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보조금을 지급하며 유도해도 폐차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다. 미세먼지 저감 장치 부착에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점진적으로 시한을 정해서 전면 폐차를 실시해야 된다. 건설 기계나 사업장은 엄격한 배출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여 통제해야 된다. 아직도 공장 등의 먼지 배출 기준이 없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사업장의 선의에만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니 이래서는 먼지 배출을 최소화할 수 없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전면 폐기를 전제로 획기적으로 줄여나가고 친환경 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을 늘려나가야 된다. 이 모든 상황에서 배출가스를 저감하는 현행 기술이 구태의연하고 효과도 없는데 보다 혁신적인 기술을 발굴해서 적용하는 노력도 경주하자.

미세먼지 문제는 인공강우 실험이나 공기청정기를 공급하는 식의 즉자적 대응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하루 빨리 배출원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공개하고 전 국민의 동참을 유도하여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DJ가 외환 위기나 구제역 파동을 극복했던 사례를 벤치마킹하자. 위기상황에서 전 국민적인 희생과 동참을 이끌어내고 초동단계에서 신속하게 대응했던 모습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미세먼지 해결은 지금 남한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해결에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금세 국민적 영웅으로 올라설 수 있다. 물론 한 사람의 영웅이 미세먼지를 당장에 해결할 수는 없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주도해 나간다면 영웅으로 대우해도 될 만큼 미세먼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고 시대적 과제를 선취하는 사람만이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다.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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