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이원석 기자 |
쏟아진 의혹들에…"몰랐다" "잘못했다" 되풀이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만약 제가 청문회가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그런 개념이 없었거든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딸 증여세 지각 납부 의혹과 관련한 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 질문에 해명하며 꺼낸 고백(?)이다. 박 후보자는 자신을 향해 쏟아진 여러 의혹들에 '청문회를 준비하며 알게 됐다'며 반복해서 같은 대답을 내놨다. 설령 무지로 인한 부정행위라 할지라도 변명이 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박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추궁했다. 가장 큰 쟁점인 증여세 탈루 의혹이 주로 다뤄졌다. 박 후보자 둘째 딸과 셋째 딸이 각자 소득에 비해 상당히 많은 예금 1억8000만 원과 2억 원을 보유한 것과 관련해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여당 의원들이 먼저 의문을 제기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무 전문성은 상당히 훌륭한 분이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의혹들이 있다"며 딸 예금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사실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알았는데, (딸들이) 어려서부터 집에서 경제 공동체처럼 저축하는 것을 도와주고, 외갓집에서 받고 했다. 이게 증여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청문회를 준비하며) 세무 전문가 검토를 받아 보니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서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2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회=이원석 기자 |
아울러 박 후보자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한국영화배급협회장을 하면서 지급된 '업무추진비'를 소득으로 신고하지 않은 의혹도 받는다. 이와 관련해서도 박 후보자는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받고 있는 의혹들에 대한 박영주 민주당 의원의 해명 요청에 박 후보자는 "아까도 말했지만 청문회를 준비하며 저도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나름 정말 주의하면서 살아왔다고 했는데,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돼 대단히 안일하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업무추진비는 종합소득세로 신고하는 게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최근 가산세까지 함께 다 납부했다. 제 불찰이었다"고 사과했다.
지난 2007년 부하 공무원 최모 씨에게 박사 학위 논문 대필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선교 한국당 의원은 "부하직원 최모 씨에게 논문 대필을 시키지 않았냐"고 물었고 최 후보자는 "전혀 아니"라며 "극히 일부 자료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한 의원은 "그 자료가 박사 논문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 심부름이다. 어떻게 부하직원에게 자기 논문 심부름을 시킬 수 있냐"고 따졌다. 최 후보자는 "유념하겠다. 당시엔 그런 인식을 갖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가 문체부 과장 시절이던 지난 2000년경 한양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받을 당시에 대해 "야간수업을 들었다"고 서면 질의에서 답했으나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자. /국회=이원석 기자 |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양대로부터 제출받은 박 후보자의 수강신청 자료를 토대로 박 후보자가 2000, 2001년도 1학기에 일주일에 3과목이나 주간수업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자료가 잘못 나간 것 같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기억을 했는데, 주간에 들었던 건 휴가나 반차, 조퇴를 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계산해봤더니 국가공무원 규정상 (주간 수업을 들으려면) 1년 연차의 85%를 썼어야 한다. 게다가 이동시간까지 하면 근무지를 이탈한 것 아니냐"고 따졌고 박 후보자는 확신 없는 목소리로 "일부는 리포트로 대체했던 것 같다. 지금 보니까 불성실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송구스럽다"고 또 사과했다.
CJ E&M 사외이사 재직했던 박 후보자에 대한 영화인들의 강력 반발이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지적이 쏟아졌다. 우상호 의원은 "영화인들이 박 후보자를 잘 모르지 않지 않나. CJ E&M에 있었던 것만으로 반발할 리가 없다. 그분들이 볼 때 오해할 활동한 것 없냐"고 따졌고, 박 후보자는 "오히려 중소제작자들을 위해 노력했다. 저도 (영화인들께) 왜 그러시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를 듣던 민주당 소속 안민석 문체위 위원장은 "박 후보자는 영화인들이 왜 임명을 반대했는지에 대해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지금처럼 이해가 안 간다는 자세로는 심히 더 걱정이 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