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창원성산 4·3 보궐선거, 민주·정의 '단일화'…판세 지각변동
입력: 2019.03.26 00:00 / 수정: 2019.04.03 09:07
경남 창원성산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 단일화를 통해 여영국 정의당 단일 후보를 선출한 가운데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뉴시스
경남 창원성산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 단일화를 통해 여영국 정의당 단일 후보를 선출한 가운데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뉴시스

진보진영 단일화에 야당 '쓴소리' 작렬…황교안·손학규 운명은?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경남 창원성산 4·3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여론조사(24~25일)를 통한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 단일 후보는 여영국 정의당 후보로 결정됐다. 창원성산은 역대 총선에서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패를 좌우했던 지역이다. 단일화가 무산된 19대 총선에선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가 49%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진보 진영 단일화에 성공한 20대 총선에선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51.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유리한 고지에 있던 보수 야당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2중대 밀어주기"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진보 진영 단일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논평을 통해 "살다살다 여당과 야당의 후보 단일화는 처음이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이런 야합은 없었다"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선거가 시작된 후 창원선산에 코빼기 한 번 내비친 적 없는데, 민주당이 2중대 정의당에 백기 투항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민 대변인은 이어 "국정은 포기하고, 민생은 파탄시킨 경제난의 주범 민주당이 2중대를 위해 '누이좋고 매부 좋고식' 의석 나눠먹기를 자행한 것"이라며 "더불어정의당의 단일화 결정은 명백한 구태야합이다. 탐욕의 정치, 퇴행의 정치로 민심을 훼손하고 오염시킨 오늘의 결정에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당의 강한 반발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시그널로도 해석된다.

창원성산 지역은 '진보 정치 1번지'라고 불릴 정도로 노동계와 진보 진영의 세가 강한 곳이다. 동시에 한국당의 전통적 텃밭인 '경남'이라는 색채도 갖고 있어 한국당과 정의당 모두 이번 보궐선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로 '첫 시험대'에 오르는 만큼 적극적으로 선거 유세에 참여하고 있다. 진보색 못지않게 보수색이 강한 이곳에서 지도부의 전폭적 지원 속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이전까지 강기윤 한국당 후보는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창원 성산구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MBC 경남 의뢰,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4.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에서 30.5%로 지지율 1위에 오르며, 29.0%를 얻은 여영국 후보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기도 했다.

바른미래당도 이번 보궐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벌써 3주째 창원에 내려와 총력 유세를 펼치고 있다. 당 안팎에선 그간 있었던 패스트트랙 논의로 인한 내홍과 분열 우려를 불식시키고 분위기를 장악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에서 한 석을 확보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단 한번도 창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18일 경남도와의 예산정책협의회를 위해 창원을 방문한 이후 유세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주말 민주당 의원 3명과 함께 창원을 방문한 게 전부다. 또 이 대표는 25일부터 사흘 동안 베트남을 방문한다. 대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핵심국가인 베트남을 찾아 교류·협력을 증진하고,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을 뒷받침 한다는 목적이 있지만, 보궐선거를 9일 앞둔 시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지도부의 소극적인 보궐선거 지원 유세가 이날 오후 결정된 민주당·정의당 간의 후보 단일화 결과를 미리 예상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22일 민주당과 정의당은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는데, '조직 선거'의 특성이 강한 보궐선거에서 이 지역 선거 완주 경험이 없는 민주당이 당력을 소비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여 후보로 민주당·정의당 단일화가 확정된 상황에서 강 후보가 앞섰던 기존 판세는 뒤집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정당 지지율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한국당은 선거 막판까지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번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띤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손 대표가 이번 선거를 통해 역할론이라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봤다. /김세정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번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띤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손 대표가 이번 선거를 통해 '역할론'이라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봤다. /김세정 기자

그렇다면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바른미래당의 노력은 헛수고가 될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손학규 역할론'이라는 카드를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 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른바 '손학규 카드의 필요성'을 피력할 수 있다"며 "지금 선거에서 보여주고 있는 '몸부림'이 당 안팎에서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 대표는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여느 당 대표 못지않게 최선을 다해 이재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고 있다. 창원에 아파트를 빌려 매일같이 선거 유세장에 출퇴근하고, 주말이면 교회·성당, 시장에 가서 시민들을 만난다.

이를 두고 배 소장은 "나중에 당이 이합집산 되더라도 어느 한 쪽은 손 대표를 가져가려 할 것"이라며 "젊은 정치든, 개혁 정치든 중도 보수에서의 손 대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선거를 통해 손 대표는 '역할론'을 정치적 자산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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