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연락사무소 사흘 만에 복귀…北 '새로운 길' 가능성은?
입력: 2019.03.25 18:10 / 수정: 2019.03.25 18:22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지만, 사흘만에 복귀하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단독회담을 마친 뒤 호텔 중앙정원에서 산책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지만, 사흘만에 복귀하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단독회담을 마친 뒤 호텔 중앙정원에서 산책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다자협상으로 전환? …"어렵다" 분석도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 결정 사흘 만에 복귀하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연락사무소 철수는 제2차 하노이 북미회담에서의 협상 타결 불발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먼저 '철수 번복' 배경에 대해선 북한과 미국의 기싸움에 돌입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 발표로 인해 북측의 복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북한의 철수 직후인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발표도 영향이 있지만, 우리 정부의 일관된 대북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배경에 대해 분석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당분간은 북한과 미국의 말 대 말 기싸움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지만, 행동으로 번지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한반도 정세에서 남북미 정상들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는 발언과 북한이 연락사무소 철회 당시에 여지를 남겨놨다는 점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 결정을 사실상 번복했다. 남북연락사무소 개소식 당시 모습. 개성공단=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 임영무 기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 결정을 사실상 번복했다. 남북연락사무소 개소식 당시 모습. 개성공단=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 임영무 기자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의 '새로운 길'에 대한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길이란 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강요하고 제재와 압박 기조를 유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주목받았다.

또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장도 2차 북미회담 이후인 지난 15일 외신들과 만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동결을 유지할지의 여부는 김 위원장에게 달려있다"며 "아마 곧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북미 양자간 타협에서 다자협상으로 새판을 짜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면서 북러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199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고위급회담에서 북미는 북한의 '핵 동결'과 미국이 북한의 경수로 시설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네바 합의를 이뤄냈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부시 정부가 북한을 테러 국가로 지목하면서 사실상 협상이 파기된 바 있다. 이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남·북·미·중·러·일로 구성된 다자회담인 6자회담이 2003년 처음 시작됐고, 2005년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등의 내용이 담긴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낸 적이 있다.

북한이 북미 양자간 타협에서 다자협상으로 새판을 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9년 1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모습을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시스
북한이 북미 양자간 타협에서 다자협상으로 새판을 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9년 1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모습을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시스

이윤결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정학적인 역학구조를 봤을 때 현 상황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북한은 궁극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6자회담에서의 결과를 다시 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북한은 당시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사회에 표명하고 이로 인해 김정일 우상화를 이뤄 전략적 목표를 이뤄냈다"고 북한의 속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새로운 기회'는 핵·경제 병진노선과 유엔(UN)을 무대로 하는 새로운 길로 나눠볼 수 있다"며 "병진노선이라면 다시 과거의 대립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을 무대로 하는 '새로운 길'이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은 유지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국들과의 외교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백학순 세종연구소 소장은 북미 양자협상에서 다자협상으로의 전환에 대해 "당장은 쉽지 않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을 시작했고, 서로 간의 협상을 통해 이뤄내야 할 목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 시점에서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여 다자협상을 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미국과의 협상 이후 다자 트랙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지금 북러정상회담 추진은 단순히 선린 우호관계 차원"이라고 일축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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