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평양 치킨 1호점' 최원호 "치킨집 하나 못 지켜주면서 무슨 통일"
입력: 2019.03.25 05:00 / 수정: 2019.03.25 05:00
<더팩트>가 지난달 25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맛대로촌닭 본점에서 최원호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 대표가 2007년 북한 평양에 락원 닭고기 식당 개업과 남북관계 경색으로 사업을 접어야 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서구 방화동=임영무 기자
<더팩트>가 지난달 25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맛대로촌닭 본점에서 최원호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 대표가 2007년 북한 평양에 '락원 닭고기' 식당 개업과 남북관계 경색으로 사업을 접어야 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서구 방화동=임영무 기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적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결렬 이후에도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남북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경제 협력 재개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남북경협은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까. 속도감 있는 진행을 위해선 지난 대북사업의 공과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1세대 대북사업 투자자들은 2010년 정부의 5·24조치로 모든 것을 북한에 두고 나와야 했다. 이후 보상 문제를 놓고 통일부와 갈등을 겪었다.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역사는 반복된다. 남북경협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시기, 과거의 실패를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더팩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활동했던 1세대 남북경협 사업가들을 차례로 만났다. <더팩트>는 세 명의 1세대 대북사업가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남북경협의 한계와 문제점을 물었고, 정부의 정책적 보완점 등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편집자 주>

"5.24조치 후 빚더미…정부·국회 모두 피해구제 외면"

[더팩트ㅣ강서구 방화동=박재우 기자] 영화 '극한직업'에서 마약사범 검거를 위해 치킨집 사장으로 위장한 형사(류승룡)는 조폭 보스와의 마지막 결투신에서 "소상공인들 다 목숨 걸고 하는 사람들이야"라고 외친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꼬집은 이 장면은 많은 관객들에게 '웃픔'(웃기면서 슬픔)을 선사했다. 치킨집과 관련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연이 현실에 있다. 지난 2007년 평양에 최초로 치킨집을 오픈한 최원호 맛대로촌닭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최 대표는 북한에 100개의 점포를 여는 꿈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금방 무너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10년 천안함 사태가 터졌고, 이에 따른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로 10년 가까이 자신의 사업장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더팩트>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25일 최 대표와 만나 그의 사연을 직접 들어봤다.

"작은 치킨집도 하나 못 지켜주면서 통일을 이야기 한다구요? 꿈 깨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40대에 꿈을 갖고 호기롭게 대북사업을 진행했지만, 이후 상황은 악화일로(惡化一路)였다. 대북 사업 실패로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딸은 고등학교 수업비를 납부하지 못해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정부의 보상과 대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남북평화의 바람이 불던 시절 선봉장으로 북한에 진출한 작은 사업가에게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는 모든 것을 앗아갔다.

최 대표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제가 소유했던 건물을 팔고, 그 건물 세입자로 들어갔다"며 "현재도 빚을 다 갚지 못해 스마트폰 대신 2G폰을 쓴다"고 말했다.

최원호 맛대로촌닭 대표가 평양 진출 당시 상황에 대해 취재진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맛대로촌닭 본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 대표 모습. /강서구 방화동=임영무 기자
최원호 맛대로촌닭 대표가 평양 진출 당시 상황에 대해 취재진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맛대로촌닭 본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 대표 모습. /강서구 방화동=임영무 기자

최 대표는 전 재산을 담보로 대출 받아 북한 평양 치킨가게에 투자했다. 2005년 수중에 5억 원을 들고 평양을 오가며, 3~4년을 시장조사와 상권분석 등 준비에 몰두했다. 그리고 2007년 평양 개선문이 바로 보이고, 김일성 경기장과 가까운 역세권인 북새거리에 자리를 잡아 '락원 닭고기 전문식당'을 오픈했다. 한때는 하루에 100명이 넘는 손님을 자랑하는 목 좋은 곳이었다.

당시 최 대표는 국내에만 100여 개의 가맹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더 높은 곳을 향했다. 평양 진출을 계기로 중국에 진출해 KFC와 같은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고 싶었다.

그는 쉽지 않은 일을 어떻게 결심했느냐는 질문에 "일단 마음을 먹으면 행동해야 하는 성격"이라며 그 당시 평양진출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저는 충청도 공주 출신으로 평양에 아무 연고가 없다"며 "꿈이 있었고 도전을 좋아한다"고 정치색과 거리가 먼 순수한 도전이었음을 강조했다.

최 대표는 취재진에게 평양에서 촬영한 다양한 사진들을 보여줬다. 당시 메뉴판, 북한말 표기법, 평양 여행 사진 등이었다. 그가 꺼내든 기록에는 모란봉 공원에서 만난 여중생들의 사진과 직접 수첩에 적어놓은 그들의 이름도 있었다.

최 대표는 "그 여중생들이 지금은 대학생이 됐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오해하는 게 많은데, 남한이 오히려 북한보다 더 폐쇄적인 사회"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북한에서는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와 같은 노래를 쉽게 접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 방송이나 북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최원호 맛대로촌닭 대표가 취재진에게 모란봉 공원에서 만난 여중생들의 사진과 직접 수첩에 적어놓은 그들의 이름을 꺼내 보여줬다. /강서구 방화동=임영무 기자
최원호 맛대로촌닭 대표가 취재진에게 모란봉 공원에서 만난 여중생들의 사진과 직접 수첩에 적어놓은 그들의 이름을 꺼내 보여줬다. /강서구 방화동=임영무 기자

천안함 사태 이후 이명박 정부는 5·24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방북 불허 ▲남북 교역중단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인도적 지원 차단 등 내용이 담겼다.

이때문에 최 대표는 손도 쓰지 못하고 사업에서 배제됐다. 얼마 전 북한에 다녀온 인사들로부터 '락원 닭고기 전문식당'은 아직도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을 뿐이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대북 사업을 진행했던 사업가들은 죄인 취급을 받았다. 일각에선 "그러게 누가 가라 그랬냐"라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사업가들은 입도 뻥긋 못했다고 했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결국 (박근혜 정부 시절) 개성공단도 폐쇄되고 북한과의 교류는 거의 끊겼다.

그는 "나라에서 천재지변도 보상해주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해서 진행한 사업을 자신들이 막고 보상해주지 않아 억울해 하는 사람이 많다"며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틀어막고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국가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최 대표처럼 북한 내륙에 진출했던 사업체들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산업 입주기업을 제외하고 총 1146개였다. 이들 중 다수의 피해자들은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활동했다. 이들은 피해 보상을 위해 2016년 10월부터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 100일 철야농성과 2017년 2월부터는 260일간 노숙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정권교체 이후 정부는 작년 남북경협 피해자 지원 대책안을 내놨지만, 피해 지원 금액은 미약하고 보상 받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의구심만 심어준 상황이다.

작년 통일부는 남북경협의 투자 유동자산 실태조사를 진행해 경협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 대표와 같은 지원받지 못한 이들은 공정성과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원호 맛대로촌닭 대표 제공
작년 통일부는 남북경협의 투자 유동자산 실태조사를 진행해 경협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 대표와 같은 지원받지 못한 이들은 공정성과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원호 맛대로촌닭 대표 제공

<더팩트>는 피해자의 주장에 대한 통일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확인을 요청한 끝에 지난 8일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돌아온 건 판에 박힌 이야기 뿐이었다. 통일부는 "투자유동자산 피해확인 실태조사에서 141개사가 신청했으며 회계기관 검증과 기업지원심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95개사에 지원금을 지급 결정했다"며 "지원의 원활한 추진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회계기관 검증, 기업열람, 기업소명, 이의제기 및 재검증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금액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선정 기준과 피해기업의 소명과 이의제기를 충분히 보장했는지를 묻자 통일부는 "기업소명 및 이의제기 과정에서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변호사·회계사·손해사정인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업지원심사평가위원회'가 면밀하게 심의해 지원여부 및 금액을 결정, 각 기업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결국 최 대표에게 날라온 것은 피해지원금 '0원'이라는 고지서 하나뿐이었다. 문의전화를 수도 없이 했지만 늘 '담당자 외출 중'이라는 답 뿐이었다. 당시를 떠올린 그는 "지난해 통일부에서 남북경협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실태조사 심의평가를 진행한다고 알려왔는데, 전혀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심의평가 기준도 알려주지 않고 담당부서에 전화를 해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답답한 마음에 해당 회계법인을 찾아 탈락 이유를 물었지만, 담당 회계사는 '결론유임'(결론에 변화 없다는 뜻)이라는 자필 서명서를 써준 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근무했던 통일부 직원들을 지목하며 "공무원들의 조직논리 때문에 정작 대북 사업으로 피해 받은 이들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원호 맛보다촌닭 대표는 남북경협 법제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은 2007년 북한 평양에 락원 닭고기 식당 개업 당시 모습. /최원호 대표 제공
최원호 맛보다촌닭 대표는 남북경협 법제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은 2007년 북한 평양에 '락원 닭고기' 식당 개업 당시 모습. /최원호 대표 제공

최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법제화 없는 남북경협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에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정부에서 책임질테니 믿고 가라"고 한 말을 믿고 도전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약속은 무용지물이 됐다.

최 대표는 "지난해 12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청래 전 의원의 책 '평양갑시다' 출판기념회에 가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당 중진을 만났다"며 "제 사연을 설명했더니 '한 번 만납시다. 경협 피해자들을 만나 사례를 들어보자'고 하더니 이후 연락 한 번 없었다"고 국회의 무관심도 비판했다.

이런 현실을 몸으로 경험한 그는 남북경협에 '정경분리' 원칙을 지킬 것을 주장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된 경협이 가능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남북경협 사업자 보호와 피해 구제에 대한 법제화 없이 남북경협이 진행된다면 '아무도 나설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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