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두 달 만에 '밥값'한 국회, 살얼음판 '미세먼지 연대'
입력: 2019.03.15 00:03 / 수정: 2019.03.15 00:03
올해 내내 정쟁으로 공회전만 거듭하던 국회가 지난 13일 2019년 첫 법안을 의결하며 모처럼 밥값을 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재석 238인 중 찬성 236인, 기권 2인으로 통과된 모습. /뉴시스
올해 내내 정쟁으로 공회전만 거듭하던 국회가 지난 13일 2019년 첫 법안을 의결하며 모처럼 '밥값'을 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재석 238인 중 찬성 236인, 기권 2인으로 통과된 모습. /뉴시스

올해 첫 9개 법안 의결…'일하는 국회' 지속성 미지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 등 9개 법률안이 통과됐다. 여야 간 정쟁으로 공회전만 거듭하던 국회가 뒤늦게 올해 첫 법안을 처리한 것이다. 정부 실정, 선거제도 개편 등을 놓고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정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첫 여야 합의다. 다만 앞으로 계속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먼저 이날 본회의에서 의결한 주요 법안을 살펴보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해 국가가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도록 했다.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안은 현행법 적용 대상에 가정어린이집·협동어린이집 및 실내 어린이 놀이시설을 추가하고, 환경부 장관으로 하여금 미세먼지 저감방안 등을 포함한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책을 5년 마다 수립·시행토록 규정했다.

학교보건법 개정안은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의 장이 교실에 공기정화설비 및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공기질 등의 위생 점검을 반기별 1회 이상 실시해 환경위생 및 식품위생 점검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어린이들을 열악한 실내공기질로부터 보호하고, 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지하역사의 실내공기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학교 내 공기질 관리도 강화해 면역력이 취약한 학생들을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액화석유가스(LPG)를 자동차 연료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LPG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과 수도권에 시행 중인 대기관리권역 지정제도를 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 인정되는 지역 및 인접 지역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안 등도 의결됐다.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난지 한강공원이 심각한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게 보이고 있는 모습. /이덕인 기자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난지 한강공원이 심각한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게 보이고 있는 모습. /이덕인 기자

9건의 처리 법안 중 8건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과 관련된 것이다. 다른 1개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후 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동법에서 제외하고, 지난달 28일 일몰된 농산어촌·저소득층 밀집지역 등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과정을 선행학습 금지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다시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국이 냉각된 가운데 해당 법안들이 통과된 것은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또한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법안도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처리가 가능했다. 이는 국민적 요구가 높고,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법안들은 여야가 정쟁을 펼치는 것과는 무관하게 처리할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하루 만에 여야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미세먼지를 고리로 한 연대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 국회에서 미세먼지 8법 등을 통과시켰는데, 국회는 바로 이런 역할을 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라며 "싸울 땐 싸우더라도 국회는 입법과 예산을 통해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3월 국회에서 더 많은 민생경제 입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세먼지 : 에너지, 건강, 외교' 세미나에 참석해 "미세먼지와 원전은 직결돼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원전을 줄이니까, 결국 석탄 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다. 석탄 발전은 제일 먼저 줄여야 할 오염원인데, 우리는 거꾸로 원전을 없애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중국으로부터 온다"며 "현 정부가 중국에 미세먼지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 이런 당당한 제안을 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한 번 문 대통령이 중국에 이 문제를 거론했었는데, 거의 면박에 가까운 답변을 들은 걸로 알고 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대책, 쉽지 않네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눈을 감고 있다. /남윤호 기자
'미세먼지 대책, 쉽지 않네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눈을 감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처럼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과 대책을 놓고 거대 양당이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며, 가뜩이나 정쟁꺼리가 산적한 국회에서 미세먼지 문제도 정쟁의 소재로 활용되는 모양새다. 국회를 통과한 미세먼지 법안들은 해결을 위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이를 바탕으로 더욱 강력하고, 구체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나와야 한다. 다른 시급한 현안도 많다. 하지만 현 국회 상황을 보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양당이 1·2월에 정쟁으로 국회 보이콧을 주고받더니, (3월) 국회가 열리자마자 서로가 상대 지도부를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면서 여전히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미세먼지 관련 법안 외에도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최저임금 개편안 등 민생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만큼 양당은 지나친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한 국회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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