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분석] 민주당, 20대 지지율 '날개 없는 추락' 진짜 이유
입력: 2019.03.11 05:00 / 수정: 2019.03.11 05:00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청춘들의 삶은 정권이 바뀌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에 이들을 자극하는 이슈가 이어졌고, 급기야 세대 내 젠더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 씨 추모제. /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청춘들의 삶은 정권이 바뀌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에 이들을 자극하는 이슈가 이어졌고, 급기야 세대 내 젠더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 씨 추모제. /이새롬 기자

먹고 살기 힘든 20대, 더 울리는 이슈 누적 결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정권 탄생에 든든한 우군이었던 20대가 돌아서고 있다. 50%를 훌쩍 넘었던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20% 이상 빠졌고, 하향세는 진행형이다. 물론 다른 정당과 비교하면 민주당의 20대 지지율은 아직은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현재 유권자 중 가장 오래 투표권을 행사할 20대가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 흐름이 이어진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민주당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취임 초 대비 20% 이상 지지율↓…남녀 격차↑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3월 1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전체 지지율은 39%, 20대 지지율은 36%로 보수성향이 강한 세대인 50대와 같았다. 남성과 여성 지지율을 분리해 보면 각각 37%와 41%로 여성 지지율이 더 높았다. 정당 호감도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변심, 특히 20대 남성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민주당에 대한 호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 20대의 41%가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답한(호감 45%) 가운데 남성 비호감률은 48%, 여성 비호감률은 29%로 격차가 컸다. 20대와 인접한 세대인 30대의 전체 비호감률이 31%, 남성은 31%, 여성은 33%인 것과 대조적이다(전국 성인남녀 1003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직후인 2017년 5월 3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였다. 20대 지지율도 48%, 남녀 지지율도 각각 49%와 48%로 비슷했다(전국 성인남녀 1004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후 50%를 넘나들던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해 초(2018년 1월 1주) 현 정부 출범 당시와 같은 48%로 시작했고, 20대 지지율은 49%로 좀 더 높았다. 다만 남녀 지지율은 각각 46%와 50%로 차이가 났다(전국 성인남녀 1007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제1차 북미정상회담, 6·13지방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6월 2주 차 때다. 당시 민주당 지지율은 56%, 20대 지지율은 59%에 달했고, 남녀 지지율도 50%대 중반을 기록했다(전국 성인남녀 1007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 때를 정점으로 민주당 지지율은 소폭 등락을 거듭하며, 하락세가 시작됐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얼미터가 지난 7일 발표한 3월 1주 주중집계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38.6%, 20대 지지율은 35.1%, 남녀 지지율은 각각 36.6%와 40.5%다(전국 성인남녀 1512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3주 리얼미터 주간집계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53.3%였다. 특히 20대 지지율은 61.4%로 지금까지도 민주당의 든든한 우군인 30대(59.2%)보다도 높았다. 남녀 지지율은 각각 51.7%와 54.9%였다(전국 성인남녀 2526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

지난해 초(2018년 1월 1주)에는 현 정부 출범 당시보다 조금 낮아진 50.9%로 시작했지만, 20대 지지율은 53.7%로 전체 지지율보다 높았다. 다만 남녀 지지율은 각각 48.3%와 53.6%로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전국 성인남녀 201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도 1차 북미정상회담, 6·13지방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6월 2주 차 때다. 민주당 지지율은 57%, 20대 지지율은 60.5%를 기록했고, 남성(52.5%)과 여성(61.5%) 지지율은 격차가 더 벌어졌다(전국 성인남녀 2007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전반적으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조사 결과가 유사한 패턴을 보인 가운데 리얼미터의 변동 폭이 더 컸던 셈이다.

20대 남성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이고 있다. 이들의 이탈은 최근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20대 폄훼 발언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팩트DB
20대 남성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이고 있다. 이들의 이탈은 최근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20대 폄훼 발언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팩트DB

◆사회·경제적 불안, 젠더 갈등 등 복합적 결과

<더팩트> 취재 결과 이 같은 20대의 이탈은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가와 청년단체는 일자리·주거 문제 등 사회·경제적 불안과 기저 효과 상실을 기본적 원인으로 지목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젠더 갈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규제,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설훈·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20대 비하' 발언 등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김민석 원장은 "가상화폐 규제,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판결, 민주당 의원 일부의 20대 비하 발언 등이 종합적으로 작동한 결과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전반적 사회·경제적 상황이 어려워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20대가 불안해하는 것 같다. 또한, 젠더 갈등에서 기인한다는 해석도 있어 신중하게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은 20대 이탈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달 말 출범 1년 10개월이 된 현 정부 주요 분야별 정책 평가에서 20대들은 현 정부가 경제(59%)와 고용노동(62%)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대북(28%)·외교(22%)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20%대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전국 성인남녀 1002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민주당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어느 정도 대비는 하고 있다. 김 원장은 "현 정부의 청년 일자리, 주거대책 등이 20대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 면이 있다고 보여 관련한 분석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청년층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정리·분석한 종합보고서를 하반기 중으로 내놓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장경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을 하는데, 가시적 성과가 미흡해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 같다"며 "세부적으로는 일자리 문제, 젠더 갈등, 양극화 확대 문제까지 겹치며 기존 지지층에서 설왕설래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국가적 재난관리 수준의 대책과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 위원장은 청년 문제는 민주당 홀로 해결할 사안이 아닌 만큼 정치권 전체의 성숙한 대응을 주장했다. 그는 "사실 20대의 정부·여당 지지율은 갑자기 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과거 정부에서도 청년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당사자들이) 지속적인 시그널을 줬는데, 해결하지 못했다. 일부 야당도 지금은 갈등을 증폭시킬 때가 아니라 여야가 합의를 하고도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기본법 등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등 정치권 전체가 성숙한 응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유니온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청년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유니온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청년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엇갈린 진단과 대책…청년단체 "동등한 출발선이 필요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사회·경제적 문제와 함께 젠더 갈등을 주 원인으로 지목했다. 윤 실장은 "기본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게 문제고, 젠더 갈등도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주 원인"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이 '여성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라는 이분법적 주장에는 과장된 것이 있지만, 20대 남성들은 본질과 별개로 여성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여성들을 대변하는 여성가족부가 있고, 해당 부처에서 여성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데, 20대 남성을 위한 부처는 없어 20대 남성들이 "우리를 위한 정책은 없는 것 같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 실장은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에는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 등 상대적으로 현 정권에 대한 지지가 높았지만, 지금은 '상대평가의 시기'가 아니다"며 "자유한국당 정권보다 민주당 정권이 자신들과 더 가깝다고 생각했던 20대들이 기저 효과 상실로 이탈하는 가운데 아직까지 여성들의 현 정권에 대한 공감대가 더 높아 남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지지율은 내려가는 건 쉽지만, 올라가는 건 정말 어려운데,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민주당의 20대 지지율 하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출범해 상대적 기대치가 높았다. 기대치는 시간이 지나면 낮아지기 마련이고, 여기에 일자리 문제, 사회 불평등 해소 등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의) 역할이 미진해서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사무처장은 민주당의 20대 지지율 하락세를 만회할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20대에게 동등한 출발선을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기본법 등 청년 관련 법안 통과가 시작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위기의 청년들에 대한 대책을 체계화하고, 시스템화하는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예전부터 여기저기에 많이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고 지적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상세한 자료는 한국갤럽·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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