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중국 눈치 본다'는 국민 목소리를 듣고 있나
입력: 2019.03.11 05:00 / 수정: 2019.03.11 05:00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중국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판단해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제공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중국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판단해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최악의 미세먼지 여파…"중국 영향" 비난 여론 급증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재난 영화가 따로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막의 모래 폭풍을 연상케 하는 최악의 초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어 맑은 하늘은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다. 특히 지난 5일에는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35㎍/㎥, 미세먼지 농도가 186㎍/㎥까지 치솟았다. 관측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숨쉬기가 답답할 정도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자발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환절기 때문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부쩍 마른기침이 늘었다.

지난 6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로 청와대 출입기자단에게 경내 특별관람 행사를 진행했다. 들뜬 마음이 먼저였지만, 미세먼지라는 불청객으로 마스크를 통해 거친 숨을 쉬며 걸어야만 했다.

다행이라면 최악의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낮아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국민은 1급 발암물질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위화감을 조성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국민의 건강은 위험에 노출된 것이지 않나. 지난 1년 미세먼지는 계절에 크게 상관없이 기승을 부렸다. 언제 또 최악의, 최장의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을지 모를 일이다. 안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상이 된 미세먼지에 민심이 폭발했다.

지난 6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청와대 경내 특별관람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6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청와대 경내 특별관람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여론은 '우리 정부가 왜 중국에 아무 말도 못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국민은 최악의 미세먼지가 중국의 영향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세먼지의 영향이 중국발(發)이냐 아니냐 이견이 있지만, 기상정보 사이트 '어스널스쿨' 위성 사진으로 보면 중국의 미세먼지 영향이 크다는 것으로 확인된다. 편서풍을 타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상륙한다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국민은 나름대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미세먼지 위협이 심각했음에도 지난 5일에서야 문 대통령은 조명균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았다. 상황이 심각함을 인지해서인지 문 대통령은 그 이튿날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중국 쪽에서는 우리 먼지가 중국 상하이 쪽으로 간다고 주장하는데, 서해 상공에서 인공강우를 내리면 중국 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고, 주중대사를 지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베이징이 서울과 경기를 합친 만큼 넓은 땅인데, 인공강우를 통해 새벽부터 밤 늦도록 많은 양의 비를 내리게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그간 중국과 협력을 한층 강화해 미세먼지 저감 등을 논의해오고 있다고 했다.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그동안 무얼 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2017년 5월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아직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아 있지만, 사실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약 2년 동안 크게 진척도 없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정부를 향해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으라고만 할 뿐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미세먼지 관련 법안은 50건이 넘는다. 미세먼지만큼이나 답답하다.

미세먼지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의 반응은 우리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다. 중국을 향한 한국 내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중국 정부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충분한 근거가 있냐고 맞섰다. 한·중 양국이 책임 공방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향후 인공강우 실험 등 공동으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의문이다.

미세먼지 원인으로 중국이 지목되면서 대다수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 /청와대 제공
미세먼지 원인으로 중국이 지목되면서 대다수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 /청와대 제공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한중이 함께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공동으로 만들어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하라"면서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이 추경은 공기정화기 대수를 늘리거나 용량을 늘리는 지원 사업과 중국과의 공동협력 사업을 펴는 데 쓰일 것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대책이라는 것이 너무 형식적인 것 아닌가 싶다. 과연 우리 정부의 이 대안이나 대책이 중국의 협조를 이끄는 것은 물론, 미세먼지를 조금씩이라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정부가 냉가슴 앓듯 특단의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걸까.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중장기적인 목표와 성과를 내기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국민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구하는 문 대통령이 대북 관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문 대통령이나 정부로서는 '아니다'라고 부인하겠지만, 국민이 보기엔 충분히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중국을 '민폐 국가'로 인식하는 국민이 상당하다. 특히 중국이 2~3년 내 464기에 달하는 석탄발전소를 추가로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우리 국민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때문에 '혐중' 여론은 계속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외교 문제 등 가시밭길이 불가피하다. 복잡한 외교 문제를 떠나 미세먼지에 고통받는 국민이 문 대통령에게 바라는 건 시진핑 주석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일 것이다. 중국에 미세먼지 문제조차 거론하지 못 한다면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국민적 지지는 분명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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