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대북전문가들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놓고 '설전'
입력: 2019.03.07 15:42 / 수정: 2019.03.07 16:27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박재우 기자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박재우 기자

회담 결렬 이유, 영변 핵시설 폐기 놓고 시각차 극명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하나만 짚고 가겠습니다.", "팩트체크하고 가겠습니다."

국회 토론회는 일반적으로 발제자 발표 이후 질의응답으로 단순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7일 한반도평화포럼·국회입법조사처에서 진행한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토론회에선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오전 8시부터 한 시간가량 비공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의원과 전문가들에게 강의를 진행한 뒤 공개로 전환해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고 교수와 정 본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상황을 주요 결렬 이유로 꼽았고, 아직 북미 간 협상 여지가 열려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윤 전 원장과 이 교수는 북미회담 결렬 이유에 대해 진정성 없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지적했고, 문재인 정부의 역할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열린 한반도 비핵화 전망 및 국회의 역할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특별정책강연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열린 '한반도 비핵화 전망 및 국회의 역할'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특별정책강연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유 "북한의 몽니" vs"코언 청문회"

이처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먼저 윤 전 원장은 이란 핵 합의(JCPOA) 과정과 비교하며,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평가했다. 그는 "이란 합의에서는 상호 실무진 협상이 거의 한 달 가까이 있었다"며 "반면 싱가포르 회담과 이번 하노이 회담 이전 북미 간 실무회담은 거의 없었고,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와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실무회담은 협상이라기보단 입장교환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국내 정치에서 입지가 악화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합의라도 사인할 것이라고 보고 영변 핵시설만을 두고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들고 나왔다"며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유로 진정성 없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꼽았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로 확인이 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밖에 없다"며 "우리 정부는 확인절차 없이 김 위원장의 말을 믿고 미국에 전달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지 못했다"며 "하노이 정상회담을 북한 비핵화 의지를 테스트하는 장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분석은 엇갈렸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전문가들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분석은 엇갈렸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고 교수는 실무협상이 부족했었다는 윤 전 원장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협상안에) 사인하려고 했다는 얘기도 했고, 북한 노동신문에서 북미회담이 대서특필이 된 것으로 봤을때 합의안이 준비됐었다고 본다"며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에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제재 부분 해재 등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국내 정치적 입지 악화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시험을 핑계로 '빅딜'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이라며 "'스몰딜'과 '미들딜'을 들고 미국에 귀국한다면 역풍이 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위기 상황 속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합의만으로는 상당한 역풍이 예상됐다"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뤄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고집한 것은 아쉽다"면서도 "미국이 한미군사훈련을 축소한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북한은 뒤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며 "제3차 정상회담에서 더 큰 합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한 낙관론을 펼쳤다.

7일 열린 한반도 비핵화 전망 및 국회의 역할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특별정책강연 현장. /뉴시스
7일 열린 '한반도 비핵화 전망 및 국회의 역할'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특별정책강연 현장. /뉴시스

◆영변 핵 시설 폐기 놓고 "한일에 위협" vs "의미 있는 폐기" 갑론을박

특히 이들은 영변 핵 시설 폐기 협상에 대해 의미 있는 폐기냐 아니냐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먼저 윤 전 원장은 "이미 영변 핵시설의 플루토늄 생성은 노후됐다고 평가된다"며 "영변 핵시설에서 1년에 핵무기를 1개 정도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적인 정보기관에서 북한은 핵폭탄 12개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10개의 핵무기를 만드는 시설은 영변이 아닌 다른 곳에 위치해 있다. 영변 핵시설이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북한 핵무기 시설은 80~90%가 남아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제거이지 한반도에 대한 위협 제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미국의 북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도 영변 핵시설이 노화가 됐다고 말했지만, 북한이 그곳에서 계속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는 "플루토늄은 영변 핵시설에서 밖에 추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이 ICBM에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는 플루토늄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ICBM 제거가 한반도에 대한 위협 제거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선 "한국에 대한 공격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하느냐와 실질적으로 가능하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없으면 한국을 공격할 수 없다"고 말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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