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석방' MB, 사실상 '가택구금'…전직 대통령 중 최초
입력: 2019.03.07 00:05 / 수정: 2019.03.07 00:05
6일 보석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가택구금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이날 오후 구치소에서 나온 이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차량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남윤호 기자
6일 '보석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가택구금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이날 오후 구치소에서 나온 이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차량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남윤호 기자

김정화 "기뻐하지 마라! 자택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다스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삼성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 원 등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이다. 전직 대통령이 보석을 통해 풀려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다만 재판부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이 전 대통령은 사실상 '가택구금' 상태에서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보증금 10억 원 납입 ▲주거지 자택 제한 ▲피고인 배우자와 직계혈족, 혈족배우자, 변호인 외의 접견 및 통신 제한(이메일·SNS 포함) ▲매주 화요일 오후 2시까지 지난주의 시간활동내역 보고 등을 조건으로 보석 청구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돼 이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다음 달 9일까지 재판을 마무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석 후 법원, 검찰, 관할경찰서장 등 이중삼중의 엄격한 감시와 감독을 받게 된다"며 "특히 법원에서 주심 판사 주재로 정기적으로 검찰, 변호사, 관할 경찰서 담당자 등이 참석하는 보석 조건 준수 여부 점검회의를 통해 피고인의 보석 조건 준수 여부를 엄정하게 감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사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보석 조건이 많지만 이 전 대통령이 사건 증인들과 접촉하거나 만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해 못 지킬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방어권을 위해 잘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보석 석방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맡았던 채명성 변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건은 정치적 파장 등을 고려해 보석을 시켰는데, 논란이 일어나면 안 되니까 재판부가 임의로 조건을 많이 붙인 것 같다"며 "흔한 사례는 아니다. 통상 보석 조건을 이렇게 깐깐하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스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기업으로부터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조건부 석방을 앞둔 가운데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왼쪽 일곱번째) 등 지지자들이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구치소를 찾아 이 전 대통령의 석방을 기다리고 있다. /이덕인 기자
다스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기업으로부터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조건부 석방을 앞둔 가운데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왼쪽 일곱번째) 등 지지자들이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구치소를 찾아 이 전 대통령의 석방을 기다리고 있다. /이덕인 기자

이 전 대통령 이전 구속된 전직 대통령은 세 명이다. 군사 쿠데타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1997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두환 씨와, 같은 혐의로 17년형이 확정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구속된 이후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이동 및 접견 등을 철저히 제한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병원에 가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다. 재판부는 진료를 받아야 할 때마다 이유 등을 담은 보석 조건 변경 허가 신청을 하라는 조건도 내걸었다.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사실상 가택구금인 이유이다.

가택구금을 당한 유력 정치인으로는 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다. 엄혹한 군부독재 정권 시절 민주화 세력의 정치적 구심적 역할을 했던 두 정치인은 당시 박정희 정권에 의해 수차례 옥고를 치렀고, 수감되지 않을 때에는 가택연금과 감시를 당하는 시련의 시기를 버티고 이겨내 민주화에 일조했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작고한 두 대통령과는 상황이 많이 다른 가택구금을 당하게 된 만큼 정치권에선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기뻐하지 마라! 자택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제 이 전 대통령은 자택에서 재판을 준비하게 됐다. 구치소에서 석방됐다고 기뻐하지 마라"며 "증거인멸은 꿈도 꾸지 말고, 재판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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