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최악의 '미세먼지', 정치권 해법은 '오리무중'
입력: 2019.03.06 05:00 / 수정: 2019.03.06 05:00
전국이 최악의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특히 수도권은 올해 가장 심한 미세먼지가 도시를 덮으면서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5일 국회의사당이 미세먼지도 뒤덮여 있다. /이동률 기자
전국이 최악의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특히 수도권은 올해 가장 심한 미세먼지가 도시를 덮으면서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5일 국회의사당이 미세먼지도 뒤덮여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대책이 없는 건지, 아니면 대책을 생각할 의지가 없는 건지…. 아무래도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다. 내일 날씨는 늘 '미세먼지 주의…마스크 착용' '외출 금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덮은 5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오전 11시 현재 150㎍/㎥를 기록했다. 정부가 초미세먼지를 관측한 2015년 이래 지금까지 서울의 하루 평균 농도 최고치는 올해 1월 14일 129㎍/㎥이었고, 전날(4일) 117㎍/㎥가 뒤를 이었다. 75㎍/㎥를 넘으면 '매우 나쁨'으로 분류되는 점을 고려하면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홍철호 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가 2017년 연구한 결과 초미세먼지로 인한 국내 조기 사망자 수는 1만 1924명(2015년 기준)이었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은 '심질환 및 뇌졸증(58%)'이 가장 많았으며, '급성하기도호흡기감염 및 만성폐쇄성폐질환(각 18%)', '폐암(6%)' 등이다.

심각한 수준이다.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는 대부분이 일회용이다. 가격도 보통 1000원에서 그 이상이다. 4인 가족이라면 매일 4000원 혹은 그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가계에도 타격일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로 가계의 고정 지출 항목이 늘어났으니 당연하다. 이런 우려 때문일까. 초등학생 아이들 둔 한 부모는 "대책이 없으면 미세먼지 마스크라도 지원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토로할 정도이다.

이쯤 되면 정부와 정치권을 탓하지 않는 국민이 이상할 수 있다. 하루하루가 미세먼지와 전쟁인데 정부와 정치권을 보자면 숨이 턱턱 막힌다. 국민만 이중고를 겪는 꼴이다. 세금 내는 국민이 무슨 죄가 있을까.

현재 정부와 정치권을 보자. 북한과 미국의 합의 무산, 대정부 투쟁 등 굵직한(?) 말잔치만 벌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 남북 경협,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의혹 청문회, 최저임금제 논란, 5·18 망언 의원 징계 정쟁 등이 지금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에서 여야의 주요 의제이다. 개점휴업을 접고 3월 임시국회에 합의했지만, 과연 얼마나 민의를 대변할지는 미지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미세먼지를 30%를 줄이겠다고 공약했지만, 현실은 더 악화했다. 지난 2월 17일 울산에서 수소경제와 미래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수소경제 전략보고회에서 인사말 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미세먼지를 30%를 줄이겠다고 공약했지만, 현실은 더 악화했다. 지난 2월 17일 울산에서 '수소경제와 미래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수소경제 전략보고회에서 인사말 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이런 밥값 못하는 국회가 이날(5일) 미세먼지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나섰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결국 정부 탓이다. 정작 본인들이 발의한 미세먼지 관련 법안이 잠자고 있는데도 말이다. 국민이 볼 때 정부나 국회나 도긴개긴이다.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상시 감시 체계를 마련하겠다." "많은 광역·기초 지자체가 사업장 유치에는 힘을 기울이지만, 유치한 사업장이 정말로 환경적으로, 안전하게 가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뒷짐을 지고 있다."

"핵심 중 하나가 중국발 미세먼지 아니냐. 대통령 공약으로 한중정상회담을 통해서 중국 문제를 풀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투 트랙으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위해 미세먼지만을 의제로 올린 정상회담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 대책을 내놓을 때가 훨씬 지났는데 정부는 하늘만 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접수된 법안은 53건인데 모두 계류 중이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각 당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정작 국회에서 뭘 하겠다는 말이 없다. 법이 계류 중이지만, 조속히 통과시키겠다거나 지자체에서 관리 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부다. 의원 외교를 통해 중국에 어떤 압박을 가하겠다거나 이런 것보다는 대통령이 정부가 나서라는 게 전부다. 의원 외교를 명분으로 그렇게 많은 국가에 나가면서 정작 이 문제에 대해서는 왜 그리고 소극적인지 모르겠다.

정치권은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자 야권은 정부를 질타했고, 여권은 지자체가 더욱더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국회에는 현재 미세먼지와 관련된 법안 53개가 계류 중이다. 5일 한 시민이 미세먼지가 뒤덮은 서울 시내를 걷고 있다. /김세정 기자
정치권은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자 야권은 정부를 질타했고, 여권은 지자체가 더욱더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국회에는 현재 미세먼지와 관련된 법안 53개가 계류 중이다. 5일 한 시민이 미세먼지가 뒤덮은 서울 시내를 걷고 있다. /김세정 기자

말 잔치뿐인 정치권이 누구 탓을 하는 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싶다. 본인들이야 차 타고 이동하면 그만이니 국민이 얼마나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지 알지 못하는 게 아닌가. 지금껏 국회의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에 나선 모습을 본 기억이 없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최근 만난 지인들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미세먼지 문제 때문에 철회할까 고민 중이다" "정부와 여당도 문제지만 정치권 자체가 문제인 것 같다. 아이들은 무슨 죄고 일반 국민은 무슨 죄가 있어서 이렇게 숨 쉬는 것조차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들도 한번 미세먼지 마스크 쓰고 서울 시내를 온종일 다녀야 하는 게 아닌가? 그래야 국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것 같다" 등 분통을 터뜨렸다.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 아무 효과 없는 생색내기 정책을 그만두고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를 비판한다. 정치권의 이런 말이야말로 생색내기가 아닌가. 차량 2부제는 안중에 없이 어디를 가도 차량을 이용하는 의원들이 할 말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먼 미래를 위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당장 고통받는 국민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것도 정치의 역할이다. 정부의 책임 있는 관료, 국회의원들 모두 단 하루만이라도 마스크를 쓰고 거리에서 회의해 보기를 추천한다. 미세먼지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면서 대책을 논하는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이 보기에 한심하기 짝이 없을 뿐이다.

cuba2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