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노원의 택시 운전사' 이준석 "'카풀·타다' 지속될지 의문" <상>(영상)
입력: 2019.03.04 05:00 / 수정: 2019.03.04 05:00
택시 운전기사로 한 달째 활동하고 있는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더 올릴까를 고민하며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계동=이동률 기자
'택시 운전기사'로 한 달째 활동하고 있는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더 올릴까'를 고민하며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계동=이동률 기자

"갈등 핵심 '소득 감소' 문제, 열쇠는 '탄력 요금제' 도입"

[더팩트|상계동=문혜현 기자] "(택시 운전사와 승객 사이에) 서로 불신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기사들은 평균 하루 25명가량의 승객을 만나요. 대부분 승객과 갈등이 없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자신의 불만을 극대화하는 진상 승객을 만나기도 해요. 승객들도 자신이 탄 수십 번의 택시 중 가장 안 좋았던 일화 몇 가지를 꺼내 택시 기사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해 안타까워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택시 운전사'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요즘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발달로 위협받고 있는 '구산업'인 택시업계를 들여다보고 싶었던 그는 택시 운전면허를 취득해 지난 2월 1일부터 법인 택시회사 기사가 됐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 <더팩트> 취재진은 택시 야간반 운행을 위해 운전대를 잡은 이 위원을 서울 노원역에서 만났다. 방송 스케줄, 정치 활동, 택시 운전을 병행하는 이 위원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색 후드티에 검은 바지, 운동화를 신고 나타난 이 위원은 인터뷰 후 이어질 12시간 야간근무를 위해 붕어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취재진은 노원역에서 이 위원의 다음 일정지인 상암동까지 약 1시간 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2만5100원을 결제했다.

이 위원은 지난 1월 28~29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 교육'을 수료하고 택시 운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중국인 승객들을 위한 기초회화 교육에도 참여해 정식 기사가 됐다. 근무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오전반, 오후 5시부터 오전 5시까지 오후반으로 나뉜다.

하루 11시간동안 택시 운전을 하면서 그가 버는 돈은 16만 원 안팎이다. 이 위원은 "한 달 26일 만근하면 보통 수입이 180만 원에서 200만 원, 조금 많이 받으면 200만 원에서 230만 원가량 받는다. 하지만 주6일에 하루 12시간씩 일해서 이 정도(임금을) 받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뭔가 착취 구조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직접 택시 운전을 하며 택시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는 "27만 명이 종사하는 택시산업이 대한민국에 어떻게 연착륙하게 하느냐가 우리 정치권의 과제"라며 "지금까지 정치권은 어떻게 하면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진행하려고 했지 구산업 연착륙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래 전부터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두고 있던 이 위원은 최근 카풀 갈등이 있기 전부터 택시 운전을 기획했고, 실행에 옮겼다. 그는 "지금의 카풀 갈등과 같은 논의가 4차 산업기반의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항상 염두해야 할 일"이라며 "구산업의 저항이나 반발을 가볍게 '이기고 넘어가자'라고 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지금의 택시산업,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신산업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그의 택시 운전 한 달을 기념(?)하며 택시 문제뿐 아니라 정치·젠더 이슈와 같은 '뜨거운 감자'를 놓고 달리는 택시 안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타다나 카풀은 절대 택시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며 택시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동률 기자
이준석 최고위원은 "타다나 카풀은 절대 택시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며 택시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동률 기자

◆가장 '공유 경제다운' 택시, 문제는 경직된 근무구조·요금 산정방식

흔히 '카풀 갈등'을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인 '공유 경제'와 구산업인 '택시'의 대결구도로 보곤 한다. 이 위원은 여기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택시는 공유 경제가 가장 잘 동작하는 모델"이라며 "하루에 25명 정도의 승객을 태우는 것 자체가 공유 경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소위 신산업이라고 하는 것들이 그리 혁신적이지 않다"며 공유 경제 속 '구'와 '신'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사' 이 위원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더 올릴까"이다. 실제 '없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산업'으로 분류되는 택시업이 연착륙하기 위해서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 위원은 "IT 서비스와 택시가 어떻게 결합할지 혹은 요금제를 조정해 추가적인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을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카풀'과 '타다' 등에 대해 "완전히 (택시) 대체는커녕 '비교우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사업적으로 하려면 나은 점이 있어야 한다. 지금 일시적으로 좋아 보이지만, 원가나 근무구조로 볼 때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겠나 의문이 든다"며 "택시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어떤 신종 서비스가 나타나면 조건 없는 대안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타다'라는 서비스를 지금까지 택시를 이용해본 경험 중 5%도 이용해본 적이 없을 것"이라며 "아직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서 좋은 서비스처럼 보이겠지만, 이미 조금씩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불친절하다', '말 걸어서 싫다' 등 택시에 대한 여러 가지 불만을 모두 좁혀나가면 결국 '잘 안 잡힌다'는 문제"라며 "사실 수요와 공급 조절을 잘 해야 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위원은 최근 택시업계의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직접 택시 운전사가 됐다. 이 위원이 도착 장소를 휴대전화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하며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동률 기자
이 위원은 최근 택시업계의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직접 택시 운전사가 됐다. 이 위원이 도착 장소를 휴대전화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하며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동률 기자

그에 따르면 택시에는 하루 두 번 수요가 정점을 찍는 시간대가 있다. 출근 시간대 2~3시간과 퇴근 시간대 및 자정 정도에 손님이 몰리고, 나머지 시간대엔 손님이 거의 없다. 때문에 이 위원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택시 감차' 논의에 대해 "감차할 경우 경쟁이 줄어서 택시업계 소득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 승객은 더 불편을 겪을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 위원은 이러한 수요·공급의 불안정성에 경직된 근무구조가 더해져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봤다. 그는 "택시 업무는 12시간 교대제만을 쓴다. 아니면 사납금을 2만~3만 원 추가해서 전일제로 일하는데, 보통 하루 18시간을 일한다. 법으로 정해진 이 두 가지 방식으로만 운영해서 시간 대비 박봉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타다'는 택시와는 다르다. 택시는 사람이 없는 시간대인 오후 3시에도 거리를 돌아니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지만, 타다는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만 운영된다. 이 위원은 "타다는 택시가 안 잡히는 시간대에 추가 공급을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사람들이 언뜻 볼 때 택시가 안 잡히는 상황에 타다는 잡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갈수록 타다도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잡기 어려울 것이다. 전보다 크게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타다가 굉장히 혁신적인 걸 해서 안 잡히는 택시가 잡힌다고 착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타다는 택시 공급이 부족할 때 운행되는 거고, 노원·도봉·강북·중랑처럼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지역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택시 기사들이 피크 타임, 가장 반짝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간대에 타다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위원은 "(타다와 카풀의 등장으로) 전체소득의 10~20% 정도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이건 미치고 환장할 문제"라며 "이미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는 상황에서 180만~200만 원 받는 노동자 입장에서 20만~30만 원은 큰 손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카풀 갈등 해법으로 탄력요금제를 제시했다. 그는 소비자 부담을 낮춰 수요를 폭증시키면 택시의 수요 불균형을 조정하면서도 추가 소득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택시를 운전 중인 이 의원. /이동률 기자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카풀 갈등' 해법으로 '탄력요금제'를 제시했다. 그는 "소비자 부담을 낮춰 수요를 폭증시키면 택시의 수요 불균형을 조정하면서도 추가 소득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택시를 운전 중인 이 의원. /이동률 기자

이 위원은 이러한 카풀 갈등의 핵심인 '소득 감소' 문제를 풀어갈 열쇠로 '탄력 요금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 택시업계는 시간+거리 병산제를 하고 있다. 거리가 길어질수록 요금이 늘어나는 동시에 택시가 15km 이하로 움직이거나 정차해 있으면 시간 요금제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과속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런 요금제 때문에 미세하게 승객에게 요금을 더 받고 싶을 경우 20km로 가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다가 멈춰 서고를 반복하면 된다. 교차로에서도 최대한 빨리 가서 서 있는 식으로 운전하면 (하루 종일) 최대 1만~1만5000원 차이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이 제안한 탄력 요금제는 수요가 폭증하는 출퇴근 시간대에 할증을 부여하고 수요가 거의 없는 시간대에 대중교통에서 환승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이 위원은 "이미 부산에서도 시도 중인 환승 제도로 버스나 지하철에서 택시로 환승하면서 기본 요금을 줄여 주면 역에서 먼 집까지 가는 수요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낮 시간대에도 발생하는 특이한 수요가 있다. 관악구 신림동 같은 경우 산지에 있는 집들이 많다. 그래서 역에서 산 끄트머리에 갔다가 내려올 때도 수요가 있다"며 "그곳은 마을버스도 가지 못해 사실상 택시가 대중교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소비자 부담을 낮춰 수요를 폭증시키면 택시의 수요 불균형을 조정하면서도 추가소득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해법이다.

실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였다. 사납금을 다 못 채울 때면 '내가 오늘 뭘 잘못한거지'라며 소소한 한탄을 한다는 이 위원은 3월 말까지 택시 일을 하며 업계에 대한 실험을 해 나갈 예정이다.

그는 "이번 달까지 일반적인 택시 기사들처럼 해 보고, 다음 달엔 단거리 패턴이 유리한지, 장거리 패턴이 유리한지 나름대로 실험을 해 볼 계획"이라며 "티머니 단말기엔 두 달간 운행한 기록이 있다. 샘플 수가 적겠지만, 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으로 연구해 개선 사항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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