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얄궂은 봄날 같은 한반도 평화와 文대통령의 운명
  • 신진환 기자
  • 입력: 2019.03.04 05:00 / 수정: 2019.03.04 05:00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를 못내고 끝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우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를 못내고 끝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우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文대통령, 또다시 북미 중재 시험대[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소식이 전해졌다. 일반 국민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청와대 춘추관에서 느끼는 충격은 더 컸다. 차라리 기대를 주지나 말 것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인 것은 뭐란 말인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이런 데서 들어맞을 줄 몰랐다.

북미가 지난 수개월간 험로를 걷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성사시킨 '빅이벤트'였던 터라 더 허무하게 느껴진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로 어떤 형식이든, 그것이 '스몰 딜'이든 '빅 딜'이든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한 게 부끄러울 정도다.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북미 합의 무산 소식에 춘추관도 술렁였다. 협상 결렬 속보가 쏟아질 때 웅성거림은 물론, 이게 정말 사실인지 의심하는 이도 있었다. 일선 기자들도 깜짝 놀랐는데, 청와대 관계자들은 오죽했을까. 북미회담 첫날(지난달 27일)까지만 하더라도 북미 정상이 이번 협상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기대감을 높였던 터라 상당한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청와대는 한동안 공식 반응을 내놓지 못했다.

'하노이 선언'이 불발된 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을 이는 문재인 대통령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발판삼아 남북한 경제협력사업에 속도를 내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비핵화를 통해 냉전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던 문 대통령이다. 그래서인지 조금도 과장 없이 문 대통령이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하다. 그와 동시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당시 "우리는 1분도 중요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는 바로 문 대통령에게도 해당하는 말 같았기 때문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돌연 결렬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다시 조명을 받게 됐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트로폴 호텔 확대 정상회담 장면.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돌연 결렬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다시 조명을 받게 됐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트로폴 호텔 확대 정상회담 장면.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시간이 지나고 보니, 2차 북미회담 결과가 어떻든 역사에 남을 것이고 이 또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라고 여겨진다. 과거에 얽매여 아쉬워만 하는 것은 결코 생산적이지 못하다.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하면 된다는 얘기가 있듯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청와대가 북미회담 관련 논평에서 "두 정상이 오랜 시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함으로써 상대방의 처지에 대해 이해의 폭과 깊이를 확대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한 것은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북미는 표면적으로는 상호 비방하지 않고 추후 협상 여지를 남겨두는 모양새지만, 대북제재 해제 범위를 놓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미가 나란히 공식적으로 견해차를 드러내면서 앞으로 협상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 또, 북미가 냉각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미관계가 다시 고비를 맞음에 따라 문 대통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문 대통령 스스로 3.1절 기념사에서 "우리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지나간 100년과 달리 새로운 100년의 운명은 우리가 주도하자"면서 '新 한반도 체제' 구상과 함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분명 양측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흔히 친구 사이에서도 가운데 있는 사람이 가장 힘들고 난처하지 않나. 이 사람, 저 사람 얘기를 들어주고 균형 있게 일을 끝맺는 자체가 어렵고 힘들다. 이와 비교하기 어렵지만 문 대통령 역시 한반도 운명을 짊어진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에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어찌 보면 이 또한 문 대통령이 북미 사이에서 아직 해야할 일이 남은 운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일이 깔끔하게, 순조롭게 해결되면 참 좋으련만,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매년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해 겨울이 꽃샘추위로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하듯 말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문 대통령의 운명을 다시 생각해 본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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