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도시환 센터장 "한류가 건강한 역사인식 만들면 韓日 관계 달라질 것"
입력: 2019.03.03 00:05 / 수정: 2019.03.07 17:15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 위안부연구센터장은 한일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변화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을 계속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동북아재단에서 <더팩트>와 만난 도 센터장이 한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대문=이덕인 기자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 위안부연구센터장은 "한일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변화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을 계속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동북아재단에서 <더팩트>와 만난 도 센터장이 한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대문=이덕인 기자

초계기-레이더 갈등, 대법원의 강제노역 배상 판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으로 반일감정은 더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위안부, 강제노역 문제에서 일본이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과연 한일 관계와 동북아 질서는 향후 어떻게 재편될까? <더팩트>는 3·1절 100주년을 맞아 세 명의 한일 관계 전문가들로부터 현재 상황을 평가하고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한일 관계 경색, 일본이 자신들의 주장만 계속하기 때문"

[더팩트ㅣ동북아재단=박재우 기자] "정권은 유한하지만, 인권은 유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베 정부가 알아야 한다."

도시환 동북아재단 일본군 위안부연구센터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위안부, 강제노역 문제 등에 대해 일본의 반성 없는 태도에 대해 토로했다.

도 센터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바른역사기획단' TF소속으로 활동한 뒤 동북아역사재단 설립에 기여하고 위안부, 독도 문제 등에 대해 연구해왔다.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외래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여성가족부 심의위원, 세계국제법협회 한국본부 기획이사를 지내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달 27일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동북아재단에서 한일 관계 전문가인 도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일본 정부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한일 양국학자 공동성명에서 희망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경술국치 100년을 맞은 2010년 7월 한일 양국학자 1000여 명은 한일병합의 과정과 병합조약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최근에도 한국 대법원의 강제노역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의 일부 변호사, 학자 등 100명에 가까운 인사들이 일본 정부를 비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지난 2월 6일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지식인 226명이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거듭된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일본 내 학자들과 언론들이 나서 건강한 역사의식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시민사회에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위안부 연구센터장은 한일관계는 모든 면에서 경색된 상황이다라며 일본의 역사의식문제 때문에 계속 충돌될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덕인 기자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위안부 연구센터장은 "한일관계는 모든 면에서 경색된 상황이다"라며 "일본의 역사의식문제 때문에 계속 충돌될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덕인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대법원의 강제노역자 판결에 이어 초계기-레이더 갈등 등으로 한국과 일본이 극명한 대립을 보인다. 한일(韓日)관계를 평가해달라.

한일 관계는 모든 면에서 경색된 상황이다. 위안부 문제, 강제노역 문제는 역사적인 문제이고 초계기 문제는 안보협력 사안이다. 이 문제들에 대해 일본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일 관계 경색의 본질은 일본이 변화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일본 측 주장의 양대 축은 '1910년 식민지배합법론'과 1965년 '한일협정완결론'이다. 이렇게 왜곡된 인식이기 때문에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다. 반면, 2010년에 양국학자 공동선언에서는 한일학자들은 1910년 불법적인 강제병합에 따른 일제강점기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합법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14일 27년 전 김학순 할머니가 공개 증언한 그 날을 기념해 '위안부 기림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주권회복의 의미가 있는 광복절 앞날에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 우리 정부는 국민 인권, 역사 정의를 통한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추구하는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정부와 입장이 상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나? 잘 해결될 것으로 보는가?

일본 학자들 일부에서는 2010년 한일 양국 지식인 공동 선언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는데, 이 선언이 한국 사법부의 강제노역자 판결을 바꾸기도 했다. 결국 2010년 학자들의 선언이 한일 간의 핵심적인 연결고리라고 본다. 일본 정치인들은 권력에 집착해서 보수우익의 주장을 할지 모르겠지만, 학자들의 세계는 진리에 대한 양심의 추구이다. 양심적인 학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 양국 간 시민사회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결국, 문화적 한류를 통해 건강한 역사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반대할지 몰라도 지금까지 함께 해왔던 양국학자들이 주도할 수 있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위안부연구센터장이 이번 3.1절 100주년 행사를 맞이해 일본 정부의 진정성있는 사죄를 촉구하는 일본학자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 센터장이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이덕인 기자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위안부연구센터장이 이번 3.1절 100주년 행사를 맞이해 일본 정부의 진정성있는 사죄를 촉구하는 일본학자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 센터장이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이덕인 기자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의 한일 관계를 비교해 평가한다면?

노무현 정부는 한일관계의 경색을 가져오려는 생각은 없었다.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독도를 일본 시마네현으로 편입 고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시마네현이 지정한 날)을 선포해 영토침탈의 야욕을 보였다. 일본의 독도주권 침탈에 장기·종합·체계적 대응으로 맞선 노무현 정부는 유엔해양법협약 제298조에 따른 강제관할권배제를 선언하고 해안의 출발을 울릉도에서 동쪽 땅끝인 독도로 변경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초기부터 일본과 경제적 협력을 강조하면서 원만한 한일관계를 지냈다. 2008년 일본이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에서 '독도' 관련한 내용을 포함해 양국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갈등이 더 커졌다. 역설적으로 한국 대통령으로 방문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는 논리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초기엔 경제적 협력을 우위에 두고 한일 관계를 신경 썼는데, 막판에 경색됐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말기 강력한 대일 정책을 답습한다. 강경정책을 추진했는데, 그와 동시에 위안부 문제를 초기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3년 동안 한일정상회담을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다가 2015년 12월 28일 일본과 위안부 합의를 했다. 이 합의는 총체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는 국민주권의 과제로 인권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위안부 기념의 날'은 상징적이다. 지금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구제가 제대로 나오지 못했던 부분이다. 피해자의 존엄성 회복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것은 상징적인 출발이다. 그 뒤로 '화해치유재단'(2015년 한-일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의 핵심으로 일본이 10억 엔을 출연해 만든 재단)을 해산했다. 그런 부분에서 역사 정의, 인권회복, 진정한 평화체제를 추구하고 있다.

-올해 3·1절과 임시정부 100주년이다. 우리는 한일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일각에서는 3·1절 100주년으로 반일감정이 고조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3·1절 100주년에서는 2010년에 이어 지난 2월 6일 일본지식인 성명과 같이 일본 정부의 식민지배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일본학자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일본 정권이 보수화 되는 상황에서 학자들의 양심으로 이러한 일들에 대한 시정이 돼야 한다. 아베 정부는 정권은 유한하지만, 인권은 유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베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죽기만을 바란다면 인류사상 가장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일제식민지배하의 침략전쟁에 강제동원된 반인도적 범죄 피해는 역사의 진실이자 현재진행형으로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논리는 변함이 없다.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해야 하는데 일본 언론도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입장 대변하고 있어 역행하고 있다. 일본 학자들이 이런 상황에서 양심 있는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2019년 들어 일본 학자들과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자 한다. 우리 학자들은 일본, 중국 학자들과 함께 올해 8월 14일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역사정의의 과제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계획 중이다.

3.1절 100주년 행사에 참석한 도시환 동북아재단 일본군 위안부 연구센터장의 모습. /도시환 센터장 제공
3.1절 100주년 행사에 참석한 도시환 동북아재단 일본군 위안부 연구센터장의 모습. /도시환 센터장 제공

-반면에 일본에서는 혐한 단체들이 도쿄에서 활보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연이은 한일 관계 악화 때문인지?

일본 혐한단체들은 극우세력으로 볼 수 있다. 일본에 사는 재일한국인들 한국으로 떠나라고 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일본 인권변호사들을 비롯한 양심적인 학자들이 '혐오발언 금지법'을 제정했다. 처벌 규정을 포함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이 극우세력들의 인종차별, 인권침해 요소를 인정하고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입장도 이들과 비슷하다. 일본 국가주의, 제일주의 등 그런 논리이다. 한국에서 강제노역,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니 거부하고 싶은 것이다.

-일본 국내 정치에 대해서 얘기하자. 아베 총리와 일본 자민당의 극우화, 일본 평화헌법 개정 시도 등 어떻게 보는가?

아베 정부는 보수 우익을 대표하는 정부이다. 2015년 전후 70년 기념 아베 담화를 일본의 양심세력인 '일본 역사연구회'가 비판했다. 핵심은 네 가지이다. 첫째, 가해자로서 역사 인식이 부재하다. 둘째, 식민지 시대의 책임 회피이다. 세 번째는 침략전쟁에 대한 부정이다. 마지막으로는 위안부 문제이다. 이 연구회가 정면으로 비판하고, 일본 매체인 아사히신문에도 실렸다.

아베 담화에서는 일방적인 사과를 한다. 최소 고노 담화에서 위안부에 대해 언급한 것이나, 무라야마 담화에서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과가 있었는데 아베 담화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4개월 뒤에 나오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보면 아베가 이 사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알 수 있다. 심지어 그 이후에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관의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외무상의 한일협정완결 주장, 아베 총리의 사죄 편지 거부 등으로 위안부 문제의 본질과 합의 자체를 부정했다.

아베 정권의 두가지 정신은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과 '역사 수정주의'이다. 1945년 UN이 만들어지고 전후체제에서 일본에 대해 전범국가의 책임을 묻고, 평화헌법을 만든 것을 되돌리자는 것이다. 역사수정주의는 일제강점기와 전쟁 시대의 모든 것이 합법이라고 하는 것이다. 위안부와 강제노역 문제에서 절대 사과를 안 할 것이다. 초계기 문제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동북아 평화 자체도 일본은 눈에 거슬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보수의 극우화를 견제할 수 있게 일본 언론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일본 언론도 침묵하고 있다. 일본 중의원 위원회에서 고노 외무상이 강제노역자들의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없다고 답변했지만, 일본 언론은 이에 대해 보도하고 있지 않다.

3·1절 100주년 기념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열린 가운데 참가한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치고 있다. /용산구=이선화 기자
3·1절 100주년 기념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열린 가운데 참가한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치고 있다. /용산구=이선화 기자

-같은 맥락에서 아베 총리가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일 간 수교도 가능한가?

북미정상회담이 어떤 단계까지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변화가 오고 있다. 평화체제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 흐름을 깨진 못할 것 같다. 한반도 평화를 우리가 주도해서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잘 만들어왔다.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간 협상도 잘 진행해왔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 당시에도 북일수교를 하려고 했다. 그런 전력이 있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재팬 패싱'이라는 말이 나오니 이 문제를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단계이다. 북일 수교는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외교통일 라인, 외교부 관료들에게 한일 관계에 관련해 제언할 말이 있다면?

학자로서와 청와대 외교부나 관료로서 한일관계를 다루는 것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오늘날 국제인권법이 제시하는 법리에 입각해서 국가의 철학을 '인권 중심'으로 채택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강제노역 문제, 초계기 문제에서도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우리 함정이 조난 어선을 구조하는 상황에서 위협 비행을 하는 행태는 국제법 위반이다. 이런 문제는 일본 보수우익 정권 차원의 민족주의가 나타난 것으로 평화헌법을 변경하기 위한 행동이다.

다행스럽게 우리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기조는 인권, 정의, 평화 공동체 구축이다. 학자 입장에서 보면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것들이 국제법에 위반되는 얘기들이 많은데, 우리로서는 좀 더 당당하게 인권 정의에 입각한 국제법 논리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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