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호사카 유지 "한반도 패러다임 변화에 일본 불안해해"
입력: 2019.03.01 05:00 / 수정: 2019.03.01 05:00

<더팩트>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25일 독도지킴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호사카 교수의 모습. /세종대학교=이새롬 기자
<더팩트>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25일 '독도지킴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호사카 교수의 모습. /세종대학교=이새롬 기자

초계기-레이더 갈등, 대법원의 강제노역 배상 판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으로 반일감정은 더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위안부, 강제노역 문제에서 일본이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과연 한일 관계와 동북아 질서는 향후 어떻게 재편될까? <더팩트>는 3·1절 100주년을 맞아 세 명의 한일 관계 전문가들로부터 현재 상황을 평가하고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100주년 맞은 3·1운동은 온전한 '평화주의'"

[더팩트ㅣ세종대학교=박재우 기자] "3·1운동의 성격은 평화주의이다. 그 이후에 이어진 임시정부, 항일 운동에도 평화주의를 찾을 수 있다."

인터뷰 내내 흥미로운 역사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토종 한국인인 기자보다 한국 역사에 대해 더 깊이 알고 한국을 더 아끼는 것처럼 보였다. '독도 지킴이'로 통하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일본인 출신 한국인이다. 2003년 한국에 귀화해 독도뿐 아니라 위안부, 강제노역을 비롯한 한일관계 문제에 '소신 발언'을 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학교 방학 기간에도 3·1운동 100주년 행사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호사카 교수의 연구소에는 독도 관련 서적과 자료들로 넘쳐났다. 그의 넘치는 에너지만큼이나 다양한 자료들이 있었다. 한일관계에 대해 그는 "당분간 한일관계는 경색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남북화해국면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동북아 정세도 변화해 한일관계의 조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다. <더팩트>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25일 호사카 유지 교수의 연구소를 찾아 한일관계와 관련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호사카 교수는 한 시간으로 예정됐던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한일관계에 대해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호사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한반도 정세 변화로 한일관계에 있어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한반도 정세 변화로 한일관계에 있어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대법원의 강제노역자 판결에 이어 초계기-레이더 갈등 등으로 한국과 일본이 극명한 대립을 보인다. 한일(韓日)관계를 평가해달라.

현재 한일관계는 경색돼 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정세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대(對)일 정책이나 일본의 대(對)한 정책이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빚어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150년 동안 한국과의 관계 설정은 중국의 지배 영향 아래에 있던 한반도를 자신의 영향 아래 두는 것이었다. 한반도 분단 이후에는 남한에 대해서 영향을 미치는 정책만을 썼다. 지정학적으로 남한이 일본에게 있어서 대륙세력을 막아주는 완충지대의 효과를 해왔다. 하지만 이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해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불안해하고 있다.

한국도 지금 북한과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왔다. 또한, 과거사 등 역사적인 이유로 나빠지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있는 셈이다.

-한국과 일본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나? 잘 해결될 것으로 보는가?

해결의 토대가 되는 것은 역시 양국 국민의 인식 변화이다. 한일관계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그리고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의 성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안에서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이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강제노역자 판결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한국 안에서 공감대가 확산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한국에서는 분열된 모습이다.

일본은 내부의 논리만 고집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보편 논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베 정권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일본 패전국 지위, 평화헌법 유지) 강화조약 정신을 위배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또, 위안부 합의가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고, 강제노역 문제에서는 일제 강점기가 합법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1965년 한일 합의를 해버렸다는 한국의 과오도 없지 않다.

당분간 한일관계는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 강제노역자 판결 문제, 초계기 문제 등으로 한일 군사교류는 경색됐지만, 남북 화해 국면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북미수교가 된다면 북일수교가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협력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25일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파커 뉴욕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제공
지난해 9월 25일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파커 뉴욕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제공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의 한일관계를 비교해 평가한다면?

일본이 2005년에 '다케시마의 날'(독도를 일본 시마네현으로 편입 고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시마네현이 지정한 날)을 제정해 먼저 도발한 것이 한일관계 악화의 시작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취임하고 한일관계를 복원시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독도 문제로 인해서 나빠졌다. 노 대통령이 2006년에 일본 탐사선이 독도에 들어오면 부숴버리라고 했다고 말해 사실상 전쟁 위기까지 갔었다. 외교회담으로 해결됐지만, 그 이후에도 좋지 않았다.

독도 문제는 항상 있었고, 위안부, 강제노역 판결 문제로 인한 한일관계 악화는 이명박 정부 당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8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본에 위안부 문제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일본이 독도 문제로 맞불 작전을 놓았다. 이 전 대통령이 화가 나서 2012년 8월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독도에 가버렸다. 그래서 마지막이 좋지 않게 끝났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 5월에 강제노역자 첫 번째 판결도 났다.

박근혜 정부 초기 3년 동안 위안부 문제가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이후에 결국 위안부 합의에 말려들었다. 하나의 문제를 갖고 감정적으로 접근해서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일본 쪽에서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결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미국(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측에서 요청이 있었다. 또한, 2015년 한일수교 50년이었기 때문에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게 졸속 합의를 해버린 것이다. 강제노역자 문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재판거래' 의혹으로 강제노역 판결을 미룬 셈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노역자 판결대로 갈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 제안이 나왔지만, 해결되고 있지 않다. 일본 기업, 한국 기업, 한국 정부가 3자 기금을 내서 노역자들에게 위로금으로 낸다는 안이 있었지만, 일본도 한국도 모두 거부했다. 그러면 판결(일본 기업의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배상)대로 갈 수밖에 없다. 현재 그런 상황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3·1운동에는 평화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며 3·1운동 의미를 되새겨 야한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3·1운동에는 평화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며 "3·1운동 의미를 되새겨 야한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올해 3·1절과 임시정부 100주년이다. 우리는 한일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일각에서는 3·1절 100주년으로 반일감정이 고조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3·1운동 100주년으로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고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재조명이 시작되면 반일감정이 일어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3·1운동 그 자체를 놓고 보면 온전히 '평화적인' 운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폭력적이지 않다. 상대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면서 평화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임시정부에서 항일투쟁으로 이뤄지는 이 과정에서도 '평화'가 내포돼 있다. 광복군 등 항일투쟁은 '평화'를 되찾기 위한 활동이었다. 일본인들에 대한 증오가 출발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3·1운동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같은 맥락으로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의거를 통해 대한민국이 수립됐다고 볼 수 있다. 윤봉길 의사 의거에 감동한 중국 국민당의 장제스가 임시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1943년 장제스가 김구 선생의 권유로 카이로 회담에 참석해 대한민국을 독립시켜달라고 했다. 영국의 처칠 수상과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장제스의 말을 받아들여 대한민국이 독립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일본이 패전했어도 우리는 일본에 속해 있었을 수도 있다. 윤봉길 의거가 장제스를 감격시키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독립을 확정한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독립운동에서부터 임시정부, 항일 의거 그리고 대한민국 수립까지의 과정을 알아야 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혐한 단체들이 도쿄에서 활보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연이은 한일관계 악화 때문인가?

혐한 단체들은 일본 내부에 있는 재일한국인들의 경제권이 강해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일본인들의 경제적인 이익이 침식당한다고 '재특회'(재일(在日)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 등의 단체가 혐한 사위를 한 것이다.

이들은 '한국이 좋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라', '한국인들에게 왜 그렇게 특혜를 주는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특혜는 아니다. 재일한국인들은 일제 강점기부터 일본에 살았던 한국인들 후손들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영주권을 주는 것이다. 상식적인 역사를 무시하면서 현재 상황을 외국인인 재일한국인에게 특혜를 주는가라고 말하는 것은 여러 가지 모순이다. 한국인들에게 공격하면서 일본 우파 정부를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에 맞불 집회를 놓는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제노역 판결 문제에서도 한국이 옳다는 일본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법조계에 있는 변호사 중에는 숫자가 상당하다.

한국 언론에서도 혐한 단체 등 너무 한쪽만 부각하면 좋지 않다. 그렇게 되면 일본 내부에서 나오는 한국에 대한 좋은 평가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혐한 시위와 함께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높다고 언론에서 나오는데 사실 일본에서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의 숫자가 상당하다. 한국에 비하면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이 많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일본에도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과 호사카 교수가 인터뷰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일본에도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과 호사카 교수가 인터뷰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청와대 외교통일 라인, 외교부 관료들에게 한일관계에 관련해 제언할 말이 있다면?

일본과 대립하는 부분이 많겠지만, 한일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 대립이 있다고 해도 표면적인 대립은 없도록 해야 한다. 우호 관계 속에서 대립해야 한다. 아울러, 물밑접촉도 많이 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만난다면 국내 입맛에 맞는 얘기를 하기 때문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없다. 표면적으로 대립하고 있어도 물밑에서는 물 건너가지 않도록 조율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웃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자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3년 동안 만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여러 일이 일어났다. 외교를 정상궤도에 올려야 한다.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만나서 얘기하면 공통점도 있기 마련이다. 대결 국면으로 가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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