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베트남] 북미회담 '결렬' 김정은이 짐 싸지 않은 이유?
입력: 2019.03.01 00:06 / 수정: 2019.03.01 00:06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 무산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 멜리아 호텔은 침묵에 잠겼다. 이 호텔 22층 스위트룸에 묵고 있는 김 위원장은 회담 결렬 직후 돌아왔다. /하노이(베트남)=이원석·임세준 기자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 무산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 멜리아 호텔은 침묵에 잠겼다. 이 호텔 22층 스위트룸에 묵고 있는 김 위원장은 회담 결렬 직후 돌아왔다. /하노이(베트남)=이원석·임세준 기자

회담 결렬 직후 돌아와 '두문불출'…수행단도 움직임 없어

[더팩트ㅣ하노이(베트남)=이원석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가 결렬된 뒤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로 들어가 두문불출했다.

이날 정상회담이 서명식 없이 끝난 직후 회담장이던 메트로폴 호텔을 떠난 김 위원장은 오후 1시 28분께 멜리아 호텔로 돌아왔다.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된 김 위원장과 수행단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호텔로 들어가는 길에 찍힌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실무진의 굳은 표정 또한 이를 말해줬다.

김 위원장이 들어간 이후 멜리아 호텔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고요하다. 앞서 분주히 움직여왔던 수행단 또한 출입이 확인된 바 없다. 정적에 휩싸인 상태다. 김 위원장은 따로 외출하지 않고 실무진 및 측근들과 대책 논의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 50명가량의 취재진은 혹시나 김 위원장이 어딘가를 방문할 가능성에 대비해 호텔 앞에서 계속 대기했다. 지나가던 현지인, 관광객들은 걸음 혹은 오토바이를 멈추고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멀리 있는 멜리아 호텔을 바라보기도 했다.

긴장감 흐르는 김정은 위원장 숙소. /하노이(베트남)=임세준 기자
긴장감 흐르는 김정은 위원장 숙소. /하노이(베트남)=임세준 기자

회담이 결렬되면서 취재진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애초 오는 2일까지로 예정됐던 베트남 공식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이번 베트남 방문의 메인 이벤트였던 정상회담이 결렬된 마당에 예정된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겠냐는 이유에서였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을 태울 전용기 '참매1호'가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단 말도 돌았다. 김 위원장의 애초 계획은 2일 다시 랑선성 동당역에서 열차를 타고 복귀하는 것이었지만, 그냥 항공편을 이용해 돌아가려고 계획을 변경했다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 외교부는 곧 김 위원장이 공식방문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다고 성명문을 통해 밝혔다. 환영인사,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묘 방문 등 일정이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확대정상회담을 했지만 거리를 좁히지 못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등이 확대정상회담을 하며 웃고 있다.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확대정상회담을 했지만 거리를 좁히지 못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등이 확대정상회담을 하며 웃고 있다.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도 곧바로 귀국하지 않은 것은 합의 무산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신경전'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는 미국과의 대화가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더팩트>에 "외교 관례상의 문제라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고, 북미협상의 판이 깨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베트남과의 교류를 통해 김 위원장이 해법을 찾을 거란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고 해서 김 위원장이 갑자기 베트남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김 위원장이 큰 마음을 먹고 베트남까지 먼 길을 왔으니 같은 사회주의국가인 베트남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김 위원장은 회담 결렬로 인해 매우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그런 심리적 공황 상태에서 곧바로 귀국하기보다는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회담을 통해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오수용 경제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리수용 외교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등 수행단을 시켜 미리 살펴봤던 빈그룹 계열사, 하롱베이 등 경제 시찰 계획은 취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일 오후 다시 동당역에 돌아가 귀국 열차에 몸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왼쪽)은 김 위원장과 합의 무산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서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하노이(베트남)=임세준 기자
트럼프 대통령(왼쪽)은 김 위원장과 합의 무산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서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하노이(베트남)=임세준 기자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합의 무산 후 기자회견을 통해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서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미국 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뿐 아니라 플러스알파를 요구했고 결국, 합의문에 사인은 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조금 전 회담장을 떠났다. 생산적인 시간을 가졌지만, 나도 폼페이오 장관도 아무것도 서명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김 위원장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일단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지만, 생산적이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진전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진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조치하지 못했던 것은 안타깝다"면서도 북한과 협상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보다 2시간 시간을 당겨 진행한 기자회견 직후 오후 4시께 베트남에서 떠났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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