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2차 핵담판 '결렬'…文대통령, '평화' 구상 타격 불가피
입력: 2019.03.01 00:05 / 수정: 2019.03.01 00:05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소득 없이 결렬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소득 없이 결렬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청와대 제공

신한반도체제 구상 차질 불가피…남북경협 '깜깜'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북한과 미국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문 도출에 실패했다. '빅딜'이냐 '스몰딜'이냐 예측이 분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노딜'로 허무하게 끝났다. 핵 담판 자체가 돌연 결렬되는 매우 이례적인 '실화'는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북미회담 첫날인 지난달 27일과 그전에도 수차례 "서두르지 않겠다"며 속도조절론을 꺼내 들면서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추진 구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양국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깜짝 성과'를 기대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우리 정부도 이번 북미회담의 성공적 결과를 낙관하면서 한반도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기대했다. 협상 결렬 소식이 타전되기 직전만 하더라도 청와대는 "북미회담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잠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 대화가 다시 본격화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은근히 장밋빛 청사진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빈손'으로 끝난 것에 대해 청와대도 한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하노이 선언'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이 담기면 이를 지렛대 삼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협상이 순조롭게 끝나 제재 완화 또는 해제되면 남북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제재에 발목이 잡힌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한 경제협력사업 추진 의사를 밝혀왔다.

문 대통령은 북미회담을 앞둔 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아울러 "남북 사이의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라며 힘을 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리 메트로폴 호텔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리 메트로폴 호텔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청와대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함에 따라 남북 경협의 시동조차 걸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북미가 다시 언제 마주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막연히 기다려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번 회담이 결렬로 북미 관계가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언근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미 협상이 결렬된 마당에 (우리 정부가) 남북경협을 꺼낸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조금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분간 북미 간 냉전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고, 경협 문제는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남북 경협은 거의 막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해온 신(新)한반도 체제에 대한 구상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반도체제의 핵심인 남북 경협 사업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돼서다. 또, 구상이 실현되려면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전제돼야 하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여러 방면에서 어려운 과제를 다시 떠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북미관계가 지속해서 우호적이라면 또다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는 것을 기대해볼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결렬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미 관계는 여전히 좋다"며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조금 더 잘하기를 희망했지만, 지금까지 어려운 문제를 두고 협의를 해왔고 앞으로도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 굉장히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앞으로 문 대통령이 얼만큼의 중재 외교 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체제 시기 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미 또는 남북 대화를 마련하면서 중재 외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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