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택의 고전시평] '오염된' 국사(國史), 우리 손으로 다시 쓰자
입력: 2019.02.27 05:00 / 수정: 2019.04.29 15:02

우리는 현재 명실상부한 국사(國史)가 없으며 중국이나 일본의 관점에 오염된 역사책만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학계 그리고 시민이 함께 공조하여 우리의 관점으로, 우리의 손으로 국사를 다시 써야 한다. 사진은 3.1 만세의 날 거리축제 장면./더팩트DB
우리는 현재 명실상부한 국사(國史)가 없으며 중국이나 일본의 관점에 오염된 역사책만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학계 그리고 시민이 함께 공조하여 우리의 관점으로, 우리의 손으로 국사를 다시 써야 한다. 사진은 '3.1 만세의 날 거리축제' 장면./더팩트DB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정부는 100주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행사 및 의미 있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유관순 열사의 독립유공자 서훈 등급을 기존 3등급(건국훈장 독립장)에서 1등급(건국훈장 대한민국장)으로 격상하기로 했는데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무장독립투쟁의 선봉이 되어 일본 제국주의를 벌벌 떨게 했던 약산 김원봉이 올해도 독립유공자로 지정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독립 운동가들을 악랄하게 때려잡던 노덕술이 미군정에서 경찰이 되어 뺨을 때리며 모욕을 주자 사흘 밤낮으로 통곡했다는 약산은 남과 북 양쪽에서 부정당한 불운한 영웅이며 잘못된 역사적 관점의 희생양이다.

용비어천가 제2장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 좋고 열매 많으니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 민족은 단군조선부터 유구한 역사를 면면히 이어오고 있으며 '뿌리 깊은 나무'인데도 민족 역사의 자랑스러운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기술하지 않고 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일도 의미 있지만 민족의 뿌리에 해당하는 단군조선의 역사부터 신화가 아닌 역사로 기술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국사 교과서에서 바로잡아야 할 영역은 단군조선을 포함하여 다방면에 걸쳐 있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근거도 없이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중국이나 일본의 관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여 역사 기술이 오도되는 일을 좌시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중화 및 식민사관이 남한에서 아직도 역사적 정설로 인정받는 것이 불행한 현실이다. 5·18광주민중항쟁에 대한 극우반동세력의 끊임없는 폄훼도 항쟁의 역사적 규정의 불확실함과 학살 주동세력에 대한 불철저한 단죄에 기인한다. 왜곡된 역사 기술을 바로잡으려면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바로잡아야 민족의 정기를 떨치고 살아있는 세대뿐 아니라 후손에게 역사의 진면목을 전해 줄 수 있다.

우리도 중국 못지않게 기록을 중시했지만 외침이나 국내적 요인으로 수많은 역사서가 사라져 버렸다. 모든 사물에서 뿌리가 중요하듯 역사에서도 민족의 기원이 중요하다. 우리 민족의 뿌리는 고조선인데 관련 기록은 중국 역사서 여기저기에 파편으로, 그것도 중국인의 관점에서 기술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또한 우리 내부의 고조선 관련 역사서는 거의 대부분 사라졌고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 희미하게 그리고 왜곡된 모습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의 유구한 역사서는 외침으로 불타버리거나 빼앗김을 당해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없애기도 했다. '세조실록'에 따르면, 세조 3년 5월 26일(양력 1457년 6월 17일)에 세조는 팔도 관찰사들에게 '고조선비사', '대변설', '조대기', '주남일사기', '지공기', 표훈의 '삼성밀기' 등의 서적 수거령을 내렸다.

책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조선 관련 책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때 수거된 뒤 사라졌다. 진시황제의 ‘분서갱유’에 비견할 ‘조선판 분서'사건이며 조선의 금서 목록이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세조가 중국과 대등하거나 때로는 압도했던 고조선의 역사를 명나라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사대를 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역사전쟁은 실제 현실에서 피를 튀기며 싸우는 전쟁보다 훨씬 중요하고 생명력이 길다. 역사는 기록을 통해 오랜 세월 유지되며 사람들의 뇌를 장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너무나도 심하게 훼손하고 방기하고 있다. 우리 역사 기록을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그들의 논리의 대변인인 국내 식민사학 후예들과 언론의 손에 맡겨놓아 그들의 입맛대로 왜곡·조작된 사실이 마치 진실인 양 둔갑하여 유포되고 있다.

현재 우리는 명실상부한 국사(國史)가 없으며 중국이나 일본의 관점에 오염된 역사책만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학계 그리고 시민이 함께 공조하여 우리의 관점으로, 우리의 손으로 국사를 다시 써야 한다.

맹자는 “대체로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스스로 업신여긴 뒤에 남들이 그를 업신여기게 되고, 한 집안은 반드시 자신의 집안을 스스로 훼손한 뒤에 남들이 그 집안을 훼손하며, 나라도 반드시 스스로를 공격한 뒤에 남들이 그 나라를 공격한다”고 했다.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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