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관광객들이 24일(현지 시간) 길거리 옷가게에서 판매하는 김정은-트럼프 티셔츠를 입어보고 있다. /하노이(베트남)= 임세준 기자 |
회담 주인공 없지만 분주한 하노이
[더팩트ㅣ하노이(베트남)=이원석 기자] 베트남 하노이 길가 옷가게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얼굴이 프린팅된 티셔츠가 걸렸다. 지나가던 현지인, 외국인 관광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두 정상의 얼굴이 프린팅된 티셔츠를 바라보았다. 옷가게 앞은 금세 북적북적해졌다. 20대로 보이는 두 일본인 관광객 서로 번갈아 가면서 옷을 입어 보며 즐거워하더니 결국, 각각 한 장씩 구매했다. 이를 촬영하던 <더팩트> 취재진이 '엄지 척'을 해주자 덩달아 자신의 엄지를 들어 올렸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약 나흘 앞둔 24일(현지 시간) 오후 하노이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미의 회담 준비 인력이 계속해서 추가로 도착하면서 역사적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 나게 했다. 김 위원장의 '인간 방패'로 불리는 경호원 100여 명이 하노이에 도착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차량 '더 비스트 원'도 JW메리어트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실무진도 바빴다. 북미회담 실무진은 이날도 오전 일찍부터 숙소를 나서며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모습이었다. 북측 실무진은 회담장으로 거론되는 메트로폴 호텔을 찾기도 했다. 회담장 최종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으로 풀이됐다.
하노이 시내 곳곳에 'DPRK-USA Hanoi Summit VIET NAM'이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달렸다. /임세준 기자 |
길거리에선 북한, 미국 국기와 함께 'DPRK-USA Hanoi Summit VIET NAM'이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공항부터 하노이 시내로 들어오는 길엔 베트남, 북한, 미국 국기가 전봇대마다 달려 있었다. 현지인들이 북미회담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도 간간이 포착됐다.
취재진도 점차 늘어났다. 하노이의 국제공항인 노이바이 공항은 카메라와 방송장비를 든 내·외신들로 북적였다. 두 정상의 숙소, 회담 예상 장소, 북미 실무진의 숙소 등 주요 장소엔 이미 취재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숙소가 될 것으로 알려진 멜리아 호텔은 '투숙객 반 취재진 반'으로 보였다. 취재진의 시선은 혹 북한 주요 인사라도 나타날까 호텔 앞 멈춰서는 차량들에 고정됐다.
24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숙소로 유력한 멜리아 호텔 앞에는 각국 취재진들로 가득했다. /임세준 기자 |
곳곳에 공안이 추가 배치되며 경비가 삼엄해졌다. 아직까진 직접적으로 취재진을 제재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나 감시의 눈길이 매서웠다. 호텔 직원들의 표정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베트남 외교부는 이날 내·외신 취재진에게 취재 비표를 배부 했다. 테이블 위 수천장의 취재 비표가 주인을 기다렸다. 비표를 받아든 내·외신 취재진은 하나 같이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베트남 외교부는 이날 내·외신 취재진에게 취재 비표를 배부 했다. <더팩트> 취재진의 취재 비표. /이원석 기자 |
베트남-소련 우정노동문화궁전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는 취재진을 받을 준비를 마쳤다. IMC에 들어가기 위해선 짐 검사 등 보안 검색이 필수였다. 3000여 명의 취재진이 방문할 예정인 IMC 내부엔 수천 석의 좌석이 준비됐고, 각 자리마다 랜선과 콘센트 등이 놓였다. 아직 자리는 비어있었으나 며칠 뒤면 내·외신들로 가득 찰 공간이었다.
주인공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하노이는 마치 축제 전야제의 기대감에 찬 분위기였다. 동시에 도시 전체에 흐르는 긴장감으로 '살벌하다'는 느낌이 전해지기도 했다.
23일 오후 기차로 평양을 출발한 김 위원장은 이르면 26일 오전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오후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을 통해 입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은 27일부터 28일까지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경제 제재 완화 등에 대해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두 정상의 역사적 두 번째 만남을 준비 중인 베트남 하노이는 벌써부터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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