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문재인 탄핵' 외친 김준교, '태극기 부대' 인기남 등극
입력: 2019.02.23 00:05 / 수정: 2019.02.23 00:05

문재인 탄핵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김준교 자유한국당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당 내 극우세력의 스타(?)로 등극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대전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는 김 위원. /남윤호 기자
"문재인 탄핵"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김준교 자유한국당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당 내 극우세력의 스타(?)로 등극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대전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는 김 위원. /남윤호 기자

이번 주 정치권은 자유한국당의 우경화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한국당은 한 최고위원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도 넘은 막말을 쏟아내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스타(?)로 등극했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선거제도 개혁 캠페인 '손다방'이 당 차원의 적극적 홍보 활동에도 뜨기는커녕 갈수록 열기가 식어가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청와대에선 대변인의 '나와바리(구역)' 발언이 구설에 올랐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당 전당대회, 우경화 가속화 속 과격 발언자 주목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전당대회(27일)를 목전에 둔 자유한국당에 우경화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일부 당 대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불복'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내고, 무명에 가까웠던 한 최고위원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막말로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과격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내부에서도 '지나치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이러한 행보에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극우 행보를 하는 후보들이 태극기 부대 등 극우세력의 옹호를 받으며,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이런 과격 행보가 계속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뜨지 않는 '손다방'이 고민입니다. 전국을 다니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홍보하고 있지만, 세간의 관심은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그럼 먼저 한국당의 우경화 스타(?)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눠보겠습니다.

문재인 탄핵을 주장한 김준교 한국당 청년 최고위원 후보의 현수막. /성남=이원석 기자
'문재인 탄핵'을 주장한 김준교 한국당 청년 최고위원 후보의 현수막. /성남=이원석 기자

◆'무명' 김준교, 文대통령 향한 막말로 인지도↑

-다음 주면 한국당 신임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진행됩니다. 여러 가지 이슈가 많은데요, 아주 예상치 못했던 굉장한(?) 캐릭터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짜고짜 "문재인 탄핵"을 외치며 주목 받은 김준교 청년 최고위원 후보입니다.

-네, 김 후보는 원래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지만 지난 14일 충청·호남권을 대상으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연설의 반 이상이 문 대통령을 탄핵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발언의 수위 자체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역적', '종북' 등의 수식어를 문 대통령에게 붙이면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곧바로 논란이 커졌죠. 김 후보를 향해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김무성 의원, 이완구 전 총리 등 당의 어른들이 김 후보에게 경고했고, 현역 의원들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런데 '탄핵' 발언에 대해 결국 사과를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김 후보는 "경솔했다"며 SNS와 이후 진행된 합동연설에서 사과했습니다. 연설에서도 '탄핵'이란 단어를 다 뺐더라고요. 다만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SNS 등에선 여전히 직접적으로 발언하진 않지만, '김준교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며 자신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합동연설회 등 현장에서 김 후보를 바라보는 반응들이 어떤가요?

-김 후보가 사과한 이후론 자세를 좀 낮췄지만 자신이 바랐던 것은 달성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 후보가 비록 현역 의원 등으로부터 비판받기도 했지만, 한국당 내 일명 '태극기 부대', 거의 김진태 당 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대부분인데요, 이 분들로부터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2일엔 성남 실내 체육관에서 수도권·강원권 대상 합동연설회가 있었는데요, 김 후보가 해당 지지자들 자리를 찾아와 인사하자 지지자들로부터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 후보가 연설할 때는 이름이 연호되기도 했고요, "시원하다. 시원해", "김준교가 최고"라며 그의 발언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지금 한국당에 '김진태 돌풍'이 불고 있지 않습니까? 쉽게 말하면 한국당 내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과격한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인데요, 물론 그들이 실제 투표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김준교 후보가 그분들을 제대로 겨냥하긴 했나보군요(웃음).

-네, 그렇지만 역시 일반 국민들로부터는 비판 여론이 거센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김 후보와 같은 청년 정치인들의 얘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같은 당의 한 청년 정치인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정말 문제가 많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10일 바른미래당이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문혜현 기자
지난달 10일 바른미래당이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 ‘손다방’, 낮은 호응 속 언제까지?

-다음은 전국을 종횡무진하는 '손다방' 이야기입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 홍보를 위해 푸드트럭과 함께 전국을 다니고 있지만, 성과나 반응이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죠?

-네, 그렇습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초부터 인천 부평지역을 시작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홍보에 나섰는데요, 캠페인 초반엔 손 대표가 손다방 푸드트럭에 올라 직접 만든 커피와 차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목받았습니다. 실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잘 모르던 시민들이 캠페인을 통해 선거제 개혁의 당위성을 알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또, 바른미래당의 인지도 강화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거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선거제 개혁이 캠페인만 해서 되는 일은 아니잖아요. 지금까지만 봐도 여야 간에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고, 국회 차원의 논의도 이뤄진 게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손다방 캠페인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네, 손다방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지만,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야 3당과 거대 양당 간의 합의점 찾기는 여전히 어려워 보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손다방과 선거제 개혁 캠페인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당직자들이나 함께 홍보에 나서는 의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당사자들이다보니 드는 생각이 있을 텐데요.

-당직자들이나 의원들도 멀어져가는 관심을 되돌릴 뾰족한 수는 없어 보입니다. 또, 손다방 캠페인이 창원성산, 인천 등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보니 언론의 관심도 다소 줄어들고 있고요. 의원들도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회 논의에 탄력을 받으면 모를까 현상황에서는 선거제 개혁을 위한 당의 노력을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어찌됐든 선거제 개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하겠군요. 지금 정의당에서는 패스트트랙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바른미래당은 어떤가요?

-바른미래당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입니다. 아직 야 3당과 민주당·한국당이 논의를 이어갈 시간이 남아있는데다, 패스트트랙으로 넘어갈 경우 적당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국회가 열려야 할 텐데, 이달 안에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데요. 선거제 개혁까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어 보입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나와바리'가 뭐길래…靑 vs 기자 '신경전'

-청와대에선 '나와바리'(なわばり)라는 단어를 놓고 논란이 있었는데요, 이게 뭔가요?

-나와바리는 일본어입니다. 우리말로는 담당·영역·세력권 등을 뜻하는데요, 언론계에서는 자신이 맡은 취재 영역, 즉 출입처 등을 뜻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나와바리가 왜 논란이 됐죠?

-지난 21일에 벌어진 일입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 오후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 때 이 용어가 나왔습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한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었거든요. 그래서 한 기자가 이를 확인해 달라고 했어요. 앞서 이날 오전에도 관련 물음이 있었는데, 이때 청와대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리 정부가 확인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었습니다. 김 대변인도 "아침에 공지한 내용 그대로"라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발언인데요. 김 대변인은 "한 마디 덧붙이자면 기자 생활하는 데는 나와바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워싱턴이 관할임을 분명히 해 주시면 되겠다"고 했습니다. 김 대변인이 기자 출신이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분명한 것은 김 대변인은 청와대의 '얼굴'이자 '입'이거든요. 공식 브리핑에서 '나와바리'라는 일본어를 써서 좀 놀랐습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과거 공식 석상에서 '겐세이'(견제), '야지'(야지우마 줄임말·야유), '붐빠이'(분배)라는 일본어를 사용해 구설에 올랐던 일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워싱턴이 나와바리다"는 김 대변인의 발언은 '청와대 기자 영역 밖의 일이다'라는 말로 읽히죠. 다만 김 대변인이 그 발언을 하면서 정색하거나 심드렁한 태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통해 사실을 전달하는 기자의 처지에선 당혹스러울 수 있겠죠. 이후 한 기자가 "아직은 워싱턴 나와바리인데, 그러면 언제 청와대 나와바리가 되느냐"고 '뼈' 있는 질문을 던지자, 김 대변인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답변할 때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는데요, 웃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왜 웃었는지 궁금하네요.

-또 다른 기자는 "볼턴 보좌관 방한 문제와 관련해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씀인지, 방한과 관련한 일정 협의가 없었다는 것인지 정리를 해 달라. 이건 저희 나와바리이기 때문"이라고 질문했는데, 약간의 불쾌함이 묻어나 보였습니다. 이에 김 대변인은 "제가 뭐라고 답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다"며 끝내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통상 국가 간 외교안보 일정은 비공개가 관례라 청와대가 확인해주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이 굳이 한 마디 덧붙인 부연이 긁어부스럼을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점이 아쉽고요, 기자들과 만남이 잦아 친근감에 그러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상대는 기자지만 엄연히 국민에 설명하고 알리는 것과 같습니다. 촌극 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임영무 기자,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남용희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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