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박순자 아들 '프리패스' 논란, 국회 출입시스템 재고하자
입력: 2019.02.16 00:06 / 수정: 2019.02.16 13:59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출입증 특혜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출입시스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출입을 통제하는 국회 본관 출입구. /국회=박재우 기자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출입증 '특혜'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출입시스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출입을 통제하는 국회 본관 출입구. /국회=박재우 기자

'민의의 전당' 국회, 국민들에게 '열린 장소' 돼야

[더팩트ㅣ국회=박재우 기자]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 양모 씨가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한 뒤 국회 출입증을 발급받아 자유롭게 국회 출입을 했다는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양모 씨가 현 출입시스템을 악용해 언제든지 국회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면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번 기회에 엄격한 국회 출입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박 의원이 기업체 대관업무 직원인 아들의 편의를 위해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열린 장소가 되지 못 하는 문제도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해결책을 재고돼야 한다.

국회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세미나와 행사가 열린다. 행사를 주최하는 의원들은 "국민들을 위해서", "민의를 반영하는" 등의 인사말을 많이 하지만, 정작 국민들에겐 출입하기 까다로운 곳이 바로 대한민국 국회이다.

국회를 방문하는 외부인들은 안내 데스크에서 신분증을 제출하고, 방문증을 받게 된다. 이때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았을 때는 문제가 생긴다. 이뿐만 아니라 방문증을 작성하고 신분증을 맡긴 뒤 다시 찾아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번거로운 과정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지역구 구민들이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할 때에는 의원 사무실의 '승인'이 있어야 방문 허가가 난다. 보통 의원실 측과 미리 약속하지 않았다면 만남은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출입증은 국회 사무처 직원, 의원실 보좌진, 출입 기자들에게만 제공된다. /박재우 기자
국회 출입증은 국회 사무처 직원, 의원실 보좌진, 출입 기자들에게만 제공된다. /박재우 기자

현재 국회 출입증은 국회 사무처 직원, 의원실 보좌진, 출입 기자들에게만 제공된다. 박 의원의 아들이 문제가 되는 것도 보좌진으로 분류되는 입법보조원 신분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외부인들이 국회의원회관 입구에서 방문증을 받으면 보안 검색대에서 가방이나 물품을 검사 후 출입을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일부 출입증을 가진 직원들은 보안 검색 없이 '프리패스'로 통과할 수 있다.

국회 사무처 미디어 담당부는 국회 출입증 제도에 대해 묻자 "질서와 안전 유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출입증 제도가 일반인들이 출입하기 까다로운 절차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출입을 위해 절차를 따르다 보면 결코 까다롭지 않은 게 아니다. 국회 방문증 작성 절차를 보고 방문 계획을 철회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회 입구부터 대의기관이 아닌 '의원들이 사는 곳'이라는 위압감을 주는 셈이다.

필자는 미국에 있을 당시를 연방 의회를 출입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 의회에서는 보안검색대에서의 간단한 보안 절차는 존재하지만, 출입증 여부를 따져 입장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출입증 없이도 미국 국민이라면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찾아 민원을 넣거나, 지역구 보좌진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이다. 영국 의회에도 별도의 출입증이나 출입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은 국회의 역동성과도 연관돼 보인다. 미 하원 의원실 건물에는 여성의 날에는 여성단체들 회원들이, 환경의 날에는 환경단체들 회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의원실을 방문해 의견을 전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을 자부한다. 따라서 우리 국회도 별도의 '출입증' 없는 '열린' 장소가 될 때 진정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국회가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두려워하는 국회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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