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을 초청해 허심탄회한 대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역대 정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행사를 연 것 자체가 문 대통령이 자영업자 등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과 대화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경제 정책에 반감이 큰 소상공인을 달래고 관련 정책 등을 공유하는 취지도 있다. 160여 명의 참석자들은 저마다 어려운 고충들을 토로하며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특히 최근 2년에 걸쳐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은 이번 대화의 화두였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인상도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최저임금의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최저임금 상승으로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안겼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고충을 공감하며 사실상 사과한 것이기도 하다. 자영업계는 최저임금이 2년간 3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생계를 위협할 정도라며 큰 불만을 터트려왔다.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요청할 정도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행사 뒤 참석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고 느끼고,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낀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자영업자 등을 위해 내놓은 정책들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업계의 지적에 그간 문 대통령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라든지 인상금액 부분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 나온 최저임금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최대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반영하되, 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 것으로 읽힌다. 최저임금 인상에 방점을 둔 것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통을 완전히 덜어줄 수 없어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정부를 믿고 기다려달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저는 골목 상인의 아들이다.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연탄 가게를 하신 적도 있었는데, 저도 주말이나 방학 때 어머니와 함께 연탄 손수레를 끌거나 배달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영업자의 어려운 사정과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으로 읽히는데, 사정이 어려운 영세 상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또 "지금도 골목 상인과 자영업자들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에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는 자영업의 형편이 나아지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정부 정책의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그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달라는 의중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