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의원 해외출장 실태<상>] 보고서는 '부실', 일정은 '깜깜'
입력: 2019.02.12 05:00 / 수정: 2019.02.12 18:17

<더팩트>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의원들은 총 126회 해외출장을 떠나 57억1576만 원의 세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막대한 국민 혈세가 의원들의 해외출장비로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의 베트남 다낭 출장을 두고 외유성 출장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의원들은 총 126회 해외출장을 떠나 57억1576만 원의 세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막대한 국민 혈세가 의원들의 해외출장비로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의 베트남 다낭 출장을 두고 '외유성 출장'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새롬 기자

국회의원이 해외출장 중 스트립바에 다녀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동안 의원들의 해외출장은 사실상 '외유'로 지적된 사례가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말이 많던 '빈 손 국회'가 이번 논란으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126회, 57억1576만 원. 지난해 국회의원들이 해외출장을 다녀온 횟수와 비용이다. 이들이 의원 외교 활동을 명분으로 떠난 해외출장 비용은 모두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되지만,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적지 않다. 잊을 만하면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이 터지지만, 세세한 사항에 대해선 가려진 게 많아서다. 그렇다면 의원들의 해외출장 일정과 비용, 성과는 실제로 어떨까. <더팩트>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2018년 전체 국회의원 해외출장 현황', '2019년 국회의원 해외출장 신청 현황' 등의 자료를 집중 분석,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실태와 외유성 출장을 방지할 실효성 있는 대책 등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규정 어겨도 페널티 '무'…여야 막론 '눈먼 돈'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지난해 말 자유한국당 의원 일부가 본회의에 불참하고, 베트남의 대표적 휴양지인 다낭으로 해외출장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며 '외유성 출장' 논란이 일었다. 이들만 외유성 출장을 갔고, 다른 의원들은 모두 정당(?)한 출장을 간 것일까.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더팩트>는 지난해 말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 청구 방식으로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과 관련한 전체 자료를 요청, 약 한 달 만에 자료를 받았다.

지난해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에 들어간 비용은 57억1576만 원이다. 이는 19대 국회의원들이 2012년 6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사용한 비용(95억 8100만 원)의 60%에 달한다. 19대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내역을 공개한 녹색당에 따르면 당시에도 단순 시찰 및 친선교류를 위한 방문에 과도한 예산을 쓴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비용적 측면만 보면 지난해 20대 국회의원들이 쓴 해외출장 비용이 19대보다 훨씬 더 많은 셈이다.

"베트남 측과의 사전 약속을 우리 마음대로 미룰 수 없어 부득이 출장을 떠났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고, 베트남 다낭으로 떠났던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외유성 출장 논란이 일자 예정된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틀 만에 귀국해 취재진에게 이렇게 해명했다. 김 의원과 함께 떠났던 같은 위원회 소속 곽상도·신보라·장석춘 한국당 의원도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 않고 조기 귀국했다.

하루 늦게 출발한 김승희·성일종·송희경·정유섭 한국당 의원까지 총 8명의 의원이 다낭 출장에서 사용한 출장비는 2390만 원이다. 지난해 말 개정된 '국회의원의 외교 활동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의원들은 의회외교 활동을 마친 후 30일 이내에 활동 결과 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국회사무처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유명무실한 '국회의원 외교 활동' 규정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다낭 출장 보고서는 기한을 넘긴 11일까지 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운영위와 국회사무처에 수차례 연락한 끝에 별도로 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출장 목적은 다낭시 인민위원장 면담을 통한 한-베 협력 강화, 코트라(KOTRA) 다낭 무역관 방문 및 개설 현황보고, 다낭 지역 진출 교민 및 기업인과의 만남 등이다.

일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첫 날은 이동, 둘째 날부터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첫 일정인 다낭 인민위원장과의 면담(1시간 20분)에선 다낭에 총영사관을 개설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고, 코트라를 개소해 다낭을 비롯한 베트남 중부지역에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다낭시의 적극적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대구광역시 파견공무원인 박미영 주무관과 점심을 함께 먹고, 교민이 경영하는 사업장을 1시간가량 시찰했다. 이후 베트남 현지 교민과의 만찬 간담회(1시간 30분)를 끝으로 둘째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특히 현지 교민과의 간담회는 논란이 제기되자 당일 급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날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코트라 다낭무역관을 2시간 방문한 게 전부다.

<더팩트>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2018년 국회의원 해외출장 내역 일부. /국회사무처
<더팩트>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2018년 국회의원 해외출장' 내역 일부. /국회사무처

운영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의 베트남 다낭 해외출장 시기와 겹치는 지난해 12월 28~30일 같은 상임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은 일본 오사카를 찾았다.

권칠승·강병원·김병욱·박경미·신동근·어기구·윤준호·이철희·권미혁 민주당 의원은 고베 지진 관련 방재센터 방문, 오사카 지역 진출 교민 및 기업인과의 만남을 출장 목적으로 보고하고, 출장을 떠나 2박 3일 간 2631만 원의 세금을 썼다.

이들은 한국당 의원들의 다낭 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온천 체험과 오사카성 관람 등 관광 일정을 부랴부랴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출장에 대한 보고서도 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았고, 취재진이 운영위에 수차례 연락해 요청한 끝에 별도로 받았다.

보고서에 기재된 민주당 의원들의 일정을 보면 첫 날은 오사카무역관 방문(1시간), 오사카 이쿠노 코리아타운 시찰(1시간), 지역 교민과의 만찬을 겸한 간담회(2시간) 등이다. 둘째 날은 고베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시찰(1시간), 고베 지진 메모리얼 파크 방문(15분), 고베 차이나타운 시찰(1시간), 오사카역 및 우메키타 지역 시찰(1시간) 등 공무와 관광을 섞은 일정을 소화했다. 셋째 날은 특별한 일정 없이 11시45분 비행기로 귀국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오사카무역관을 방문,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무처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오사카무역관을 방문,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무처

민주당 의원들의 오사카 출장은 같은 상임위 소속 한국당 의원 10명이 지난해 1월 19일 2박 3일 일정으로 오사카를 방문한 일정과 묘하게 겹친다. 당시 한국당 의원들의 출장에는 다낭 멤버 대부분이 참여한 가운데 송희경 의원이 빠지고 이철규·정유섭·주광덕 의원이 합류했다.

국회사무처에 보고된 한국당 의원들의 출장 목적은 고베 지진 관련 방재센터 방문과 일본 경영자 단체 관계자 면담 두 가지다. 민주당 의원들의 해외출장과 일정이 거의 비슷한 이 출장에는 2414만 원의 세금이 지원됐다.

보고서에 기재된 한국당 의원들의 주요 일정을 보면 첫 날 간사이경제연합회 관계자 8명과의 간담회 1시간 10분, 둘째 날 고베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방문 1시간이 전부다. 보고서에는 총 2시간 10분이 소요된 두 일정에 대한 내용만 기재돼 있고, 남는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에 대해 김성태 의원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도 남겼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의 해외출장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다. 실무기획단으로 출장에 동행한 박모 팀장도 답변을 회피했다.

지난해 1월 20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이 일본 고베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국회사무처
지난해 1월 20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이 일본 고베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국회사무처

<더팩트>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규정된 기한을 훌쩍 넘기도록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지 않은 사례는 또 있다. 안규백·윤관석·김종민(더불어민주당), 민경욱(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G20 국회의장회의'를 명분으로 떠난 아르헨티나 출장은 1억1917만 원의 출장비가 지원됐지만, 아직 보고서가 '작성 중'이다.

이수혁 민주당 의원과 백승주 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14~19일 '제64차 NATO 의회연맹 연례 총회 및 제 10차 핼리팩스 국제안보포럼' 참석을 이유로 간 캐나다 출장도 4343만 원이 경비로 지급됐지만, 상세 일정과 성과 등을 확인할 보고서가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추미애·민병두·김병기(민주당), 김정훈·윤종필(한국당), 윤영일(민주평화당) 의원의 러시아 출장(12월 8~15일, 출장비 6191만 원) 등도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의 출장보다 국내 귀국 시점이 늦고, 일정이 더 많았던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8명의 미얀마·태국 출장 보고서가 지난달 30일 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 올라온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규정에 명시된 기한을 지키지 않는다고 특별한 페널티는 없다"며 "의원들의 출장을 수행한 실무자들이 보고서를 작성해 의원 검토를 거쳐 국회 사무처로 넘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꽤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12일 유재중, 홍철호 한국당 의원이 이탈리아 나폴리 중앙경찰서 상황실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국회사무처
지난해 3월 12일 유재중, 홍철호 한국당 의원이 이탈리아 나폴리 중앙경찰서 상황실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국회사무처

◆느슨한 출장 일정, 부실 보고서도 많아

<더팩트>가 제출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외유성 출장이 의심되는 사례도 다수 포착됐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재중·홍철호 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3월 8일 6박 8일 일정으로 포르투갈·이탈리아로 출장을 갔다. 출장 목적은 선진국의 지방행정 및 지방재정 분권 사례 조사, 재외국민 선거 실시 현황 및 고충 청취, 지진 등 자연재해 방재 현황 조사이며, 출장비는 2496만 원으로 기재됐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1일 차는 이동, 2일 차는 포르투갈 대사관(1시간 30분)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2시간 30분)했다. 그리고 3, 4일 차는 '주말'이라고만 표기돼 있고 일정이 없다. 이후 5일 차에 나폴리 경찰청(2시간)과 중앙경찰서 상황실을 방문(2시간)하고, 6일차에 나폴리 지진화산연구소를 방문(2시간)하는 것을 끝으로 공식 일정은 끝났다. 두 의원은 다음날 오후 귀국길에 올랐다.

국회의원태권도연맹 소속 이동섭(국민의당), 손혜원(당시 민주당), 민경욱(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월 12일 6박 9일 일정으로 미국·멕시코로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목적은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 종목 유지 여론 조성 및 우리 문환에 대한 관심 고취 등이며, 4935만 원이 출장비로 사용됐다.

주요 일정을 살펴보면 첫 날 메릴랜드 주의회청사 한인의날 선포식, 미주 지역 태권도 사범단 및 친한 정계 인사 만찬 간담회, 둘째 날 뉴욕 한인의 날 115주년 기념식 참석 및 태권도 시범행사 셋째 날 미주 지역 태권도 사범단 및 친한 정계 인사 만찬 간담회, 넷째 날 톰 수오지 연방 하원의원 초청 오찬 간담회와 주UN대한민국대표부대사 주최 관저 만찬 일정을 소화했다.

다섯째 날은 뉴욕주 상원의원단 합동 간담회 및 태권도 시범행사, 여섯째 날은 가브리엘라 라미레즈 멕-한 의원친선협회장 면담 및 멕시코대사 주최 관저 만찬, 마지막 날은 멕시코 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 및 평창 동계 올림픽 선수단장 면담과 현지 태권도장 방문 등이 전부다.

물론 모든 의원들이 느슨한 일정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은 아니다. 일부 의원들은 주말을 포함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식 일정을 잡아 알찬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하지만 하루 1~2개, 1~2시간짜리 일정만 잡아 관광이 가능한 느슨한 해외출장을 다녀온 사례가 더 많았다.

2019년 1월 해외출장 신청 국회의원 현황과 계획서. /국회사무처
2019년 1월 해외출장 신청 국회의원 현황과 계획서. /국회사무처

올해에도 의원들의 해외출장은 계속되고 있다. 운영위 소속 손금주 무소속 의원이 혼자 지난해 12월 31일~지난달 7일까지 인도 주요 인사 면담, 현대차 첸나이 공장 방문을 목적으로 인도로 7박 8일 출장을 다녀왔다(출장비 779만 원).

기획재정위 소속 유승희, 윤후덕, 서형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국 통화정책 점검을 목적으로 홍콩·싱가포르로 6박 7일 출장을 다녀왔다(출장비 2465만 원). 주요 일정은 입국면세점 시찰, 한국은행 홍콩주재원 면담, 싱가포르 금융기관 면담 세 가지였다.

이 외에도 박영선·김경협·표창원(이상 민주당), 함진규(한국당), 이동섭(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9~17일 8박 9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등 1월에 출발한 해외출장 일정만 11건이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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