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경수 '구속' 수혜자는 안철수?
입력: 2019.02.10 00:05 / 수정: 2019.02.10 00:05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으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드루킹 댓글의 최대 피해자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걸어서 국민속으로 도보 유세에 나선 안 전 후보의 모습. /더팩트DB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으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드루킹 댓글의 최대 피해자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걸어서 국민속으로' 도보 유세에 나선 안 전 후보의 모습. /더팩트DB

최대 피해자 안철수? 정계복귀 명분?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실형을 받은 것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최대 피해자라는 목소리가 바른미래당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안 전 후보의 정계복귀 명분이 생겼다는 목소리까지 안 전 후보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퍼지고 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드루킹 관련 댓글을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110만여 건의 자료 중 10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 대선 주자였던 안 전 후보에 대한 댓글이 7441개로 타 야권 후보 댓글을 합친 것은 물론, 당시 탄핵 국면에 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 댓글보다 4배 이상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김경수 대선여론조작 진상규명을 위한 바른미래당 당원·국회의원·원외위원장 모임도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지난 2017년 선거 당시 지지율 40%로 1위를 넘나들던 안 후보가 이들의 댓글 여론조작과 대대적인 가짜뉴스 공격으로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철수 팬카페로 알려진 '미래광장'은 홈페이지 메인에 입장문을 내고 "배후와 몸통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은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며 "지금이라도 배후를 철저히 규명하기 위한 추가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최대 피해자는 안철수', '김경수가 안철수를 불러들였다', '안철수의 복귀를 앞당겼다', '그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라는 등의 글을 쓰거나 공유하고 있었다.

2017년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갑철수와 MB아바타설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사진은 당시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왼쪽)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의 모습.  /더팩트DB
2017년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갑철수'와 'MB아바타'설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사진은 당시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왼쪽)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의 모습. /더팩트DB

실제로 안철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드루킹 댓글로 조성된 여론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민주당 경선이 지나고 상승세였던 안 전 후보의 지지율이 '안철수 조폭 논란'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시작했다고 한다. 캠프 안에서 느끼는 공기의 질마저 달라졌다고 했다.

안 전 후보가 'MB 아바타' 프레임에 쓰인 후에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1위 후보인 문재인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났다고 설명했다. 당시 캠프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드루킹은 '안철수 조폭', '갑철수', 'MB아바타'란 키워드로 공격했다고 한다"며 "드루킹 본인이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가 자신 때문에 떨어진 거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언급했다.

드루킹 일당은 실제로 '안철수 젊은 정치, 강철수 이미지가 호남의 젊은 조폭들하고 손잡는 거였나', '조폭과도 손잡는 게 안 후보의 미래인가', '안철수는 MB 아바타' 등의 댓글을 각종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페이지에서 순위권 댓글로 만들어 작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독일에서 4차 산업혁명, 미래산업 연구로 명분을 쌓고 있는 안 전 후보에게는 김 지사의 구속이 나쁜 소식만은 아니다. 이를 근거로 더불어민주당이 '술수'까지 써가며 자신을 견제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에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여론을 조작·왜곡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문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인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을 여러차례 만나고 홍보를 부탁한 정황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가 시작부터 1위 후보가 된 것은 박근혜 정부에 맞서는 야당 대표 이미지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드루킹 댓글 조작이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고, 드루킹과 민주당, 문 대통령과의 연관성은 전혀 입증된 바 없다고 보는 게 맞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안희정 전 민주당 후보의 경선 패배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대선 중도포기가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팩트DB
당시 안희정 전 민주당 후보의 경선 패배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대선 중도포기가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팩트DB

안희정 전 민주당 후보의 경선 패배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중도 포기가 안 전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안 전 후보에겐 고정적인 지지층이 없다는 게 선거기간 동안 약점으로 꼽혀왔다. 특히 'MB아바타' 프레임은 안 전 후보 본인이 티브이 토론회에서 직접 언급하면서 더 화제가 됐다.

김 지사의 구속이 안 전 후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당시 안철수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는 동정론이 작용할 수도 있다"며 "안 전 후보에게는 이를 충분한 도덕적, 윤리적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안 전 후보가 지난 대선 당시 3위를 함으로서 정치적으로 타격을 많이 입었는데, 2위를 했었으면 자신의 현재 위상이 달라졌을 거로 생각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해서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치적 복귀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사안 자체만으로는 정계 복귀는 힘들 것"이라며 "다른 명분과 함께 말한다면 플러스가 될 수 있지만, 이것만 가지고 정계 복귀를 노린다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대선 정당성과 관련해서 드루킹 댓글이 안 전 후보가 피해자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며 "그것이 정계 복귀 명분이 되기는 부족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분으로 세우기엔 궁색하다"며 "명분은 국민들이 정치인을 소환할 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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