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유승민, 당내 활동 복귀…구원투수? 결별 명분 쌓기?
입력: 2019.02.08 05:00 / 수정: 2019.02.08 08:18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8일 열리는 바른미래당 의원연찬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유 전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대표 사퇴 선언을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8일 열리는 바른미래당 의원연찬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유 전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대표 사퇴 선언을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유승민, 연찬회에서 '보수 정체성' 부각 미션

[더팩트ㅣ국회=박재우 기자] 지난 지방선거 이후부터 8개월 동안 당내 활동을 자제했던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8일 의원 연찬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린다. 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유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등판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의원 연찬회를 열고 당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토의를 할 예정이다. 8일부터 9일까지 1박 2일로 경기도 양평에서 진행되며, 소속 의원뿐 아니라 지도부 및 당직자들도 함께 참석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연찬회가 '당 부활' 또는 '당 분열'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회 특활비 폐지를 앞장서면서 잠깐 상승했고, '청년 정당'을 표방하며 2030 표심 잡기에 나섰지만,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서는 지지율 부진을 바른미래당의 불분명한 '정체성' 때문으로 꼽는다. '정체성' 문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창당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학규 대표 취임 이후 당 내부 화학적 결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남북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안보 이슈 등 남북관계와 관련해 잡음이 생기며 또다시 화학적 결합에 실패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소속 의원들이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충돌'도 잦았던 것도 지지율 부진의 요인이다. 이언주 의원은 '반문 연대'로 손 대표와 갈등을 빚었고, 지상욱 의원은 창당 문구를 놓고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아닌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라며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은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충돌도 잦았다. 지상욱 의원(오른쪽)과 이언주 의원(왼쪽)의 모습. /더팩트DB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은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충돌'도 잦았다. 지상욱 의원(오른쪽)과 이언주 의원(왼쪽)의 모습. /더팩트DB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는 말로 '바미하다'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의석수가 많은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정체성' 싸움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현재 8명인 가운데,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21명(비례 4인 비활동)으로 두 배 이상이다.

합당 이후에도 바른정당 출신인 이학재 의원이 한국당행을 택했고, 원내 의석수 등 세력경쟁에 밀려 당 대표, 원내대표 모두 국민의당 출신들이 차지했다. 이에 따라 연찬회에서 유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지 바른정당식 '보수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유 전 대표가 당 지도부로부터 어떤 양보를 유도해낼지가 관건이다.

연찬회에 앞서 지난달 24일 유 전 대표는 손 대표와 회동하고 '보수 정체성'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대표는 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바른정당 창당 2주년을 기념하며 "'보수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는 신념 하나로 개혁보수의 깃발을 세웠던 날"이라며 "바른정당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지만, 창당 정신은 그대로 남아있다"라며 '보수'의 가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보수 정체성 굳히기에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이라는 큰 장애물이 나타났다. 사진은 6.13 지방선거에서 유 대표의 모습. /이새롬 기자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보수 정체성' 굳히기에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이라는 큰 장애물이 나타났다. 사진은 6.13 지방선거에서 유 대표의 모습. /이새롬 기자

유 전 대표 '보수 정체성' 굳히기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장애물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을 탈당했던 의원들이 창당한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설(說)이다.

의원 연찬회에서 박주선 전 대표, 김동철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호남 중진 의원들이 민주평화당과의 통합 논의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미 민주평화당 중진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통합에 대해서 공감했다. 아울러 오는 12일에는 한국정당학회와 함께 통합을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만약 민주평화당과 합당한다면 국민의당 출신 의원 수가 늘어나면서 바른정당 출신들이 설 자리는 더욱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배제한 채 통합 논의가 계속 진행된다면, 갈등의 골은 더욱더 깊어질 게 뻔하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통합파 의원들의 회동 소식에 페이스북에 "이번 돌출행동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최고위원회에서 저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선거제도 관련 공조를 포함 평화당과의 모든 사안에 있어 공조를 파기할 것을 주장하겠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유한국당 복귀와 당 대표 출마로 사실상 학국당 행이 어려워진 유 전 대표가 연찬회를 계기로 당의 '보수 정체성' 살리기에 성공할지, 아니면 결별을 위한 명분 쌓기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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