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경수 '법정 구속' 나비효과? 19대 대선 '정당성' 공방
입력: 2019.01.31 05:00 / 수정: 2019.01.31 05:00

김경수(오른쪽) 경상남도지사가 댓글 조작 공범 의혹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가운데 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며 대선 불복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정한 기자·국회사진기자단
김경수(오른쪽) 경상남도지사가 '댓글 조작 공범' 의혹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가운데 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며 '대선 불복'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정한 기자·국회사진기자단

야권 "김경수 '배후' 밝혀라"…文대통령 겨냥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법원이 댓글 조작 연루 혐의를 받은 김경수 경상남도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의 '정당성'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김 지사에 대한 1심 선고 후 정치권은 술렁였다. 김 지사가 여권의 핵심 인사인 데다 이번 의혹이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김 지사가 무죄를 받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야권에서도 '유죄가 나올지 몰랐다'는 분위기였다.

◆野 "김경수 '배후' 밝혀라… 대선 정당성 의혹 거세져"

판결 직후 야당은 즉각 맹비난에 나섰다. 특히 문 대통령의 댓글 조작 인지와 연루 여부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지사가 댓글로 대선 여론을 조작하고 여론조작의 대가로 인사를 약속한 것은 민주주의를 유린한 중대 범죄"라고 비판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대선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인 의혹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또한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최측근인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개입을 인지하고 관여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다.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도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김 지사를 '민주주의 파괴자'라고 비판하며 "이제 시작이다. 김경수의 '진짜 배후'를 밝혀라"고 '윗선'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 대변인은 또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불법 여론조작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라"며 "불법 여론조작사건에 '관용'과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는 30일 여의도 더케이 타워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형 확정되면 문재인 당시 후보 문제될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이새롬 기자
지난 대선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는 30일 여의도 더케이 타워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형 확정되면 문재인 당시 후보 문제될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이새롬 기자

19대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대선 후보나 관계자들도 김 지사의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30일) 여의도 더케이 타워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간간이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김 지사가)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보고했다. 문재인 후보가 찍어주는 좌표를 전달하고 그 댓글 여론을 바꾸게 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그 사건이 확정된다고 하면 (문재인) 후보의 문제도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 김철근 전 대변인도 '김경수 대선 여론조작 진상규명을 위한 바른미래당 당원모임 '이름으로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김 지사가 누구의 지시를 받고 대선 댓글 조작을 기획하고 보고했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지지율 40%로 1위를 넘나들던 안철수 후보가 이들의 댓글 여론조작과 대대적인 가짜뉴스 공격으로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국민의 의사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민주주의 파괴행위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권의 대선 주자급으로 꼽혀왔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얘기를 나누는 문재인 당시 후보와 김경수 지사. /더팩트DB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권의 대선 주자급으로 꼽혀왔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얘기를 나누는 문재인 당시 후보와 김경수 지사. /더팩트DB

◆與 "보복성 판결…불복 프레임 단연코 반대" 文대통령은 '침묵'

여권에선 김 지사에 대한 판결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등에 대한 '보복성 판결'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 지사 판결 관련 논의에 나섰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박주민 최고위원은 "(1심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의 경력 등에서 정치적 배경을 의심할 요소가 충분하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 판사를 했고, 상당한 측근으로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 공소장에도 사법농단에 관여했다고 적시된 부분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이번 일에 대응하기로 했다.

야권의 대선 불복 목소리와 관련해 홍영표 원내대표는 "동의할 수 없다. 사법적 결과에 기초했을 때 대선 불복 프레임에 단연코 반대한다"면서 "아울러 이번 사법부 판단을 100%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대선 불복 프레임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청와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 메시지를 통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판결"이라며 "최종 판결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한 문 대통령 입장은 없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판결이 나온 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드렸다"며 "대통령은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고 했다.

또 "야권에서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댓글 조작을 인지하고 관여했는지, 지난 대선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는 물음에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후 법정 구속돼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서울중앙지법=남윤호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후 법정 구속돼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서울중앙지법=남윤호 기자

◆정치평론가 "대선 정당성 얘기하기엔 아직 무리"

이번 사안에 대해 야권은 추후 문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가 직접 그런 일에 공범으로 관여했단 건 문 대통령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단 얘기"라며 "야당이 절대 묵과하고 넘어가긴 어려운 사안 같다. 대선 자체를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이고 정말 심하면 '탄핵' 얘기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진 대선 정당성을 논하기엔 무리라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예를 들어 부정 투·개표를 했다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댓글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지난 대선이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얘기하기엔 무리가 있을 거란 생각"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역시 "아직까지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선 정당성까지 거론하긴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황 정치평론가는 "야당 입장에선 일단 대선 과정에서 김경수 지휘하에 드루킹이 (댓글 조작을) 해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lws20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