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탄핵 총리가 등장하니까" 홍준표가 밝힌 당 대표 출마 이유
입력: 2019.01.30 19:12 / 수정: 2019.01.30 22:56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30일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특히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 하는 홍 전 대표. /여의도=이새롬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30일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특히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 하는 홍 전 대표. /여의도=이새롬 기자

"황교안과 싸움 아닌 홍준표 재신임 선거"라고 했지만… 회견 내내 '견제'

[더팩트ㅣ여의도=이원석 기자] "원래는 전당대회 나갈 생각 없었습니다. 근데 정치 경력도 전혀 없는, '탄핵 총리'가 등장하니까 탄핵 시즌2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나가게 됐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30일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밝히면서 이같이 고백(?)했다. 홍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는 다른 후보와의 경쟁이 아닌 '홍준표 재신임 선거'라고 강조했지만, 출마 선언 내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강하게 견제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홍 전 대표의 출마 선언은 여의도 더케이 빌딩에서 진행된 자서전 '당랑의 꿈' 출판기념회 직후 이뤄졌다. 늘 매던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세로줄 무늬가 들어간 양복을 입은 홍 전 대표는 출판기념회가 만족스러웠는지 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홍 전 대표는 취재진 바로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대기하면서 "어떤 못된 질문도 받겠다"고 여유를 보였다. 웃으며 "감정 건드리는 질문만 하지 말라"고도 했다.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인 홍준표 전 대표. /이새롬 기자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인 홍준표 전 대표. /이새롬 기자

출마 선언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와 비교했을 때 어떤 강점이 있냐'는 질문에 "이번 전당대회의 성격은 황 전 총리와 내가 서로 싸우는 선거라고 하기보단 홍준표의 재신임 여부"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6월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나왔는데 그 민심이 과연 옳았냐. 전부 문재인 정권에 속았단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한다. 홍준표 재신임이 초점이 돼야지 황 전 총리와 제가 초점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황 전 총리와 날 자꾸 엮지 말라'는 뜻으로 들렸다.

다만 이후로도 취재진 질문과 홍 전 대표 답변의 주제는 대부분 '황교안'이었다. 홍 전 대표도 속내를 드러냈다. 홍 전 대표는 당내 일각의 '대선 주자들은 전당대회에 나오면 분열을 초래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답변하면서 "그 부분에 난 동의한다"며 애초 전당대회 나갈 생각이 없었지만 황 전 총리 때문에 '부득이'하게 결정했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가만히 놔두면 탄핵 총리가 당을 담당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당은 내년 총선엔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며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하고, 최경환·서청원 의원 쳐내면서 '친박청산 이걸로 끝내자'고 했는데 지금 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건 방치할 수가 없다"고 했다.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출판기념회 중 홍준표 전 대표가 흐뭇하게 웃고 있다. /이새롬 기자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출판기념회 중 홍준표 전 대표가 흐뭇하게 웃고 있다. /이새롬 기자

그는 '친황(親 황교안)' 계파설과 관련해선 "보니까 4~5명도 안 되는 사람이 목소리 키우고 있다. 계파라고 볼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보수통합 계획'에 대한 질문에도 "황 전 총리가 말하는 것을 보고 '참 방향 잘못 잡았다'고 생각했다"며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하고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과 통합하는 게 보수통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보수우파 세력이 갈가리 찢겨져 있는데 자유한국당이 중심돼서 밖에 있는 보수우파 사회 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대통합하는 게 보수 대통합"이라고 강조했다.

황 전 총리가 '총리로서 국정농단을 몰랐던 게 잘못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몰랐다면 이인자가 무능했던 거고 알았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며 "최근에 어느 일간지에서 최순실 씨가 (2012년 박근혜 캠프에서) 황 전 총리 이야기를 했다는 걸 봤는데 '몰랐다'고 한다고 덮이겠냐"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 출마 기자회견의 질문과 답변은 대부분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것이었다. 30일 오후 마포구 다산북살롱에서 3050국민과 소통간담회를 갖고 있는 황 전 총리. /마포=남용희 기자
홍준표 전 대표 출마 기자회견의 질문과 답변은 대부분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것이었다. 30일 오후 마포구 다산북살롱에서 '3050국민과 소통간담회'를 갖고 있는 황 전 총리. /마포=남용희 기자

모 여론조사에서 황 전 총리가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도 "지지율은 허상이다. 17~18% 가지고 지지율이라고 하는 건 '난센스'"라고 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한 취재진은 "황 전 총리에 대해서만 얘기했는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웃으며 "(오 전 시장은) 내 대학 후배라 얘기 못 하겠다. 여러분이 판단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 전 총리도 과거에 옆방에서 근무했다. 반듯한 공무원이었다"며 "근데 정치는 아니라고 본다"고 보탰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출판기념회엔 권성동·염동열·강효상·김명연·홍문표 등 현역 의원들의 참석이 눈에 띄었다. '홍준표 대표님. 나라를 살려주세요'라는 피켓을 든 지지자들로도 붐볐다. 홍 전 대표 "인생의 마지막 승부로 가는 출발점이 오늘"이라며 "여당, 야당 당 대표를 다 해봤는데 자리가 탐이 나서 다시 나가겠다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내가 당 대표 때 얘기한 대로 돼가고 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미리 세상을 보고 말한 죄 밖에 없는데 이 정권이 국민도 속이고 당원도 속여서 선거를 치르지 않았냐. 그래서 제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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