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에 저공비행 도발을 일삼는 등의 여파로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청와대 제공 |
日 '한국 때리기' 지속 가능성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등 과거사 문제와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에 저공비행 도발을 수차례 일삼으며 번진 한·일 갈등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28일 새해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사실상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지향하고 중·일관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것과 대조된다. 한국과 얽힌 현안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것은 의도적인 무시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진 한일관계의 단적인 예라는 시각과 함께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는 일본의 속내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도 이날 정기국회 외교연설에서 독도가 자신들의 영토임을 주장하면서 한국에 국제적인 약속을 준수하라고 주장했다. 아베 내각은 거의 연례적으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언급해왔으나,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독도 문제를 언급한 것 자체는 우리로서는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사실 한일관계는 지난해부터 삐걱거렸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박근혜 정부 때 체결된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결정하고, 우리 대법원은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자, 일본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이 연이은 '초계기 위협 비행'을 벌이면서 우리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 현안과 관련, "일본의 정치인들, 또 지도자들이 자꾸 정치 쟁점화해서 논란거리로 만들고 확산시켜 나가는 것은 저는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일본이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실 수는 있지만, 불만이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다라는 인식을 가져주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이 지난해 12월20일을 시작으로 모두 네 차례(이달 18일·22일·23일)에 걸쳐 우리 해군 함정에 초계기 위협 비행을 감행한 것은 한국을 향한 불만을 터트린 맥락이라고 보는 관측도 상당하다. 여기에는 아베 정권의 지지층 결집과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하려는 야욕이 숨겨진 정치공학적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우리 정부가 절제되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과의 초계기 갈등이 불거진 후 아베 신조 총리의 지지율은 반등했다는 점에서 일본이 '한국 때리기'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또 '강제동원 판결'과 화해치유재단 해산 문제 등 문제를 두고도 양국의 이해 자체가 달라 꼬인 한일관계가 돌파구를 찾기에도 요원해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비(非)외교관 출신인 이수훈 주일대사를 언급하면서 "지금 이 기회에 대일 외교라인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고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고, 그게 안 된다면 하루빨리 대일 외교라인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