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의원들 '유튜브 드림'에 보좌진 '몸살'…"왜 난리를 치는지"
입력: 2019.01.28 05:00 / 수정: 2019.01.28 14:11

국회의원들의 유튜브 드림에 보좌진이 몸살을 앓고 있다. 현직 의원 채널 중 구독자 수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언주TV, 박용진TV, 전희경과 자유의 힘, 이정미TV 채널 메인 화면 캡처. /유튜브 갈무리
국회의원들의 '유튜브 드림'에 보좌진이 몸살을 앓고 있다. 현직 의원 채널 중 구독자 수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언주TV', '박용진TV', '전희경과 자유의 힘', '이정미TV' 채널 메인 화면 캡처. /유튜브 갈무리

현역 의원 보좌진들 "보는 사람은 쉽겠지만, 만드는 사람은 아냐"

[더팩트ㅣ국회=임현경 기자] "의정활동 잘해서 언론 인터뷰를 할 생각을 하셔야지 인지도도 없으면서 유튜브 하면 나아집니까?"

여의도에 불어닥친 유튜브 열풍에 국회 보좌진은 몸살을 앓고 있다. 현역 의원들이 너도나도 '유튜버 꿈나무'에 동참함에 따라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보좌진의 업무가 더 가중된 것이다. 최근 국회 보좌진 SNS 커뮤니티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게시된 글은 이러한 국회 상황을 잘 보여준다.

"유튜브 때문에 인력자원 낭비와 세금 낭비가 생긴다. 보좌진 수 줄이자는 여론이 있는 와중에, 국민 세금으로 정책 개발이 아닌 유튜브 동영상을 만든다고 하면 국민들도 싫어한다. 주로 홍보를 맡는 8~9급 인턴들도 유튜버 지망생 되려고 국회 들어온 건 아니다. 다들 입법, 정책, 공보 배워서 참 보좌진이 되기 위해 들어온 인재들이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 이에 공감하는 관계자들이 댓글을 남겼다. "진짜 뭣도 모르고 뚝딱하면 '저 정도' 영상 나오는 줄 아는 사람들 때리고 싶다. 쉽게 유튜브 얘기하지 말라", "국회 컴퓨터로는 동영상 편집프로그램도 안 깔린다", "직원은 직원대로 혹사당하고 조회 수는 꼴랑 몇십 건 나오는 게 현실이다" 등 '유튜브를 마냥 쉽게 보는' 이들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실제 현역의원 298명 중 약 70%에 달하는 200여 명이 개인 채널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국회는 유튜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중 방송 출연분이나 영상 회의록 외에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채널은 50여 개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유시민이나 홍준표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은 65만3953명,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TV홍카콜라'는 24만5505명의 구독자(22일 오후 5시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현역의원들이 운영하는 채널은 이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현역의원 중 구독자 수 1위 '이언주TV'(8만8462명)만해도 TV홍카콜라의 1/3 정도이고, 5위인 '하태경TV'(1만3857명)는 최근 간신히 1만 명을 넘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의 유튜브 활약에 자극을 받은 국회도 유튜브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람사는 노무현재단 채널에 출연한 유 이사장과 TV홍카콜라에 출연한 홍 전 대표의 모습. /유튜브 갈무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의 유튜브 활약에 자극을 받은 국회도 유튜브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람사는 노무현재단' 채널에 출연한 유 이사장과 'TV홍카콜라'에 출연한 홍 전 대표의 모습. /유튜브 갈무리

"의원은 감스트(축구 해설 인터넷방송으로 인기를 끌어 지상파 방송에 진출한 BJ)가 아니지 않나. 왜 이런 난리 블루스를 추는지 잘 모르겠다."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기획, 대본 준비, 조명 등 장비 설치, 촬영, 편집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보좌진에게는 또 하나의 업무 부담이 더해진 것이다. 보이는 결과물에 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뿐더러 그에 대한 처우 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국회 보좌진의 증언이다.

일찍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온 모 의원실 소속 보좌관은 후발 주자들의 과열 경쟁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3분 영상 하나를 만다는 데에도 편집'만' 6~7시간이 걸린다. 기획, 촬영 등의 시간을 뺀 게 이 정도"라며 "최근 대다수 의원이 일주일에 한 편씩 영상을 내고 있는데, 말 그대로 직원들을 혹사시키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상전문가의 수익이 월 250만 원 정도라고 하는데, 의원실 직원들은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매체 자체에 회의를 느끼고 유튜브 열풍에 동참하지 않는 의원실도 있다. 한국당 모 의원 비서는 "페이스북만 해도 충분한 상황이고, 무엇보다 바쁘다"며 "유튜브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고, 활용 기회도 딱히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한국당 소속 의원 비서 역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의원님도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진 않다"고 했다.

이어 "밖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보좌진 업무가 대단히 많다"며 "전문 PD가 1시간 방송을 위해 1주일 내내 제작을 하는데, 방송·홍보 분야를 전문으로 하지 않은 대부분 보좌진에게 기존 업무와 함께 영상 제작을 요구하니 힘들어하더라"고 말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국회 내 유튜브 열풍이 곧 가라앉을 것이라 예측했다. 이 위원이 지난해 6월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고심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국회 내 유튜브 열풍이 곧 가라앉을 것이라 예측했다. 이 위원이 지난해 6월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고심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보좌진 고생시키며 구독자 300명을 둘 바에 밖으로 나가 300명의 유권자와 악수하고 다니는 게 낫다."

일각에서는 의원들이 유튜브 이용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만 몰두해 자극적인 발언을 일삼고 정책적인 면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 의원실 보좌관은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정무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들도 많다. 발언에 따른 리스크(위험부담) 관리도 중요하다"며 "침묵도 중요한 정치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여기(국회)는 방송국이 아니"라며 "의원들이 다들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지금처럼 단순히 인기를 끌기 위해 타인을 공격하는 식의 콘텐츠는 지속이 어렵다"며 "방송에서 했다면 다 심의에 걸릴 내용들이다. 다들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하면 안 되는 일이라서 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효과가 있겠지만, 인지도를 높이려고 유튜브를 하겠다는 경우도 문제"라며 "국회의원 300명 중 250명은 국민들이 이름도 잘 모르는데 보좌진을 고생시켜가며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비트코인이나 주식처럼 유튜브로 성공한 소수만 주목을 받는데, 사실 득 본 사람은 몇 안 된다. 오히려 실수했다가 큰일 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위원은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잘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처럼 가볍고 자극적인 발언들은 의정활동을 망친다"고 봤다. 그는 "TV홍카콜라의 시작은 요란했지만, 지금은 여느 아프리카TV BJ와 다를 바 없이 '썰 풀기'만 늘어놓고 있다"며 "정치인으로서 좋은 모습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이 위원은 의원들의 '유튜브 드림'이 곧 시들해지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거품은 곧 빠질 것이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바로 접을 사람들이다"며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구독자가 몇백 명도 안되면 창피하지 않겠나. 밖에 나가 그만큼의 유권자들과 악수를 하는 게 나을 것"이라 비판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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